[인터뷰] 볼보트럭 사장 "자율주행, 가까운 미래 물류산업 큰 변화"
  • 스웨덴 예테보리=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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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6 10:17
[인터뷰] 볼보트럭 사장 "자율주행, 가까운 미래 물류산업 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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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트럭운전 기사들 모두 직업을 바꿔야 할까요?"

트럭 자율주행 분야의 선두주자인 볼보트럭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미래의 일은 여전히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트럭운전이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편안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18일(현지시각)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데모 센터에서 볼보그룹 트럭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클라스 닐슨(Claes Nilsson) 사장을 직접 만났다. 그는 자율주행이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물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닐슨 사장이 들려준 볼보트럭의 미래는 지금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 "친환경 엔진은 없다"…안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자율주행 관련 법규 개정과 사회 인식 변화는 쉽게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때문에 볼보트럭은 우선 적용이 가능한 현실적인 기술부터 내놓고 있다. 광산이나 항만 등 제한된 공간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또는 기차처럼 여러 대의 트럭을 선두차량이 이끌며 집단주행하는 방법 등 새로운 물류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관련 기술 일부는 근 시일 내 우리 주변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닐슨 사장은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볼보트럭은 CNG, LNG, DME, 바이오 디젤 등 청정에너지로 분류된 대체연료 차량 개발의 선두 업체로 꼽힌다. 이미 일부 모델은 유럽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친환경적인 엔진이란 없다"면서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닐슨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한국서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만족도 측면에서 지속적인 1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볼보트럭을 높이 평가해준 한국 고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보트럭코리아는 유럽 3대 시장조사업체인 GFK가 진행한 한국 상용차 고객만족도조사에서 지난 2008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해왔다. 해당 조사는 현대차와 타타대우 등 국산업체를 포함, 7개 상용 브랜드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과 성능, 서비스, 연비 등 20여가지 항목을 집계 평가한다. 볼보트럭코리아는 고객만족도뿐 아니라 판매 부문에서도 지난 2007년 스카니아를 제치고 수입 상용차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볼보트럭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잘 나가는 상용 브랜드 중 하나다. 유럽에서 독일 업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작년과 올해 대형트럭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미 시장도 10년 연속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다음은 볼보트럭 클라스 닐슨 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상용차 시장에서도 친환경은 중요한 이슈다. 이에 대한 볼보트럭의 미래전략을 알려달라. 

A. 환경보호 측면에서 우리는 '친환경'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친환경적인 엔진은 없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트럭의 연비와 성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와 관련된 법규가 강화되고 있으며, 볼보트럭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디젤 엔진을 비롯해 CNG, LNG, 하이브리드, 전기, DME(Dimethylether), 바이오 디젤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개발했고, 일부는 이미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다. 

Q. 자율주행과 관련한 회사 방향성은 어떤가?

A. 자율주행과 관련해 크게 3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다.

첫째는 플래투닝(Platooning)이다. 앞서 사르트르(Safe Road Trains for the Environment·SARTRE)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집단 주행 기술로, 맨 앞 차량만 사람이 직접 운전하고 다른 차량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뒤따르는 방식이다. 집단주행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연비를 높일 수 있어 가까운 미래 실질적인 물류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광산이나 항만 등 제한된 공간에서 물류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율주행 방식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나, 각국의 법규와 사회적인 인식 등 다양한 이슈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우선 적용이 가능한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정해진 루트를 반복 주행할 경우 365일 운행이 가능하다. 예테보리에서 실제 시험 운행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검토해봤다. 물론, 무인 트럭 외에도 기계 장비와 사람 등의 움직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다. 트럭은 한 번 멈추면 기본적인 수리비는 물론, 운행 중단에 따른 기회비용과 거래처와의 신뢰 손실 등 3중고를 겪게 된다.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럭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서비스 네트워크와 연계해 고객 수익성과 생산성을 적극 지원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Q.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볼보트럭의 강점은 무엇인가?

A. 볼보의 끊임없는 혁신과 신기술을 내세울 수 있다. 다른 메이커가 생각하지 못한 것, 그리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VDC, DCT, 크롤러 기어 등 고객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이 인정받고 있다.

또 고객들이 품질과 안전, 환경에 대한 배려 등 3가지 핵심가치를 고집스럽게 지켜가는 우리의 모습을 알아주는 것 같다. 볼보트럭은 1920년대부터 3가지 핵심가치 아래 모든 활동을 수행해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서비스 강화 활동이 돋보인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 한국서 볼보트럭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Q.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한국 시장에 중형트럭 FL을 선보였다. 본사는 한국 중형트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A. 작년 7월 출시된 FL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시장 평가를 지금 당장하기는 어렵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올해 4월까지 200여대 판매. 5월 150대 일괄구매 계약체결),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그 동안 볼보트럭은 대형트럭만 판매하던 회사로 인식됐다. 한국에 FL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FL은 볼보트럭코리아의 '비전 2020(연간 4000대 판매)' 달성을 위해 중요한 전략 모델이다.

Q. 한국 내 자체적인 제조 시스템을 갖출 계획은 없는가?

A. 익스체인지 부품은 스웨덴에서만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고객 편의성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진행을 검토하겠다.

 

Q. 지난 3월 방한한 볼보그룹 마틴 룬스테트(Martin Lundstedt) 회장은 한국 내 버스 사업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

A. 트럭과 버스는 기술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주요 부품과 운영시스템이 같으며, 서비스 측면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만, 별개 자회사인 볼보버스에 대해 내가 직접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Q.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어떤가?

A. 잘 알다시피 글로벌 신흥시장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특히 볼보트럭의 주요 시장인 브라질과 러시아는 심각한 침체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또 중국과 인도에서도 크게 선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생산량 조절과 비용 절감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신흥국 상황과는 별개로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는 신차들이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흥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신차 공급에 차질이 이어질 정도로 선진 시장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유럽은 작년과 올해(2월까지) 약 17.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16톤 이상 대형트럭 기준). 시장점유율과 판매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그에 맞는 경영전략을 적절한 사용하려 한다. 한국을 포함, 지역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볼보트럭은 트럭을 많이 파는 것보다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고객과 더불어 내부 사업 파트너들과도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그 동안 볼보트럭을 구매해준 모든 한국 고객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특별히 이 자리를 빌어 볼보트럭 오너스 클럽 회원들께도 성원과 사랑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모든 볼보 고객의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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