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디젤 게이트, 이산화탄소 스캔들로 번지나?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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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3 12:49
[스케치북] 디젤 게이트, 이산화탄소 스캔들로 번지나?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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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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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나라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는 디젤 배기가스 관련 소식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주 독일에서는 또 다른 배기가스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제가 진정되는 게 아니라 더 확대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독일 교통부는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디젤차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53개 모델의 실도로 주행을 통해 밝혀진 질소산화물 과다배출 문제는 리콜조치로 이어지는 등, 자동차 업체 전체가 유해가스 과다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켰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 교통부는 다른 내용 한 가지를 추가로 전했습니다. 연방정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거로는 약 30개 자동차에서 기준치를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확인이 된 겁니다. 이 수치는 아직 테스트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모델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조만간 독일 교통부는 어떤 차들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질소산화물 과다배출 문제가 이제는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이라는, 또 다른 게이트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데요. 제조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표될 내용과 소비자 반응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 프랑스 정부도 이 문제 확인 중

그러고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해 얼마 전 프랑스 정부는 푸조시트로앵 그룹을 압수수색을 했던 일이 있었죠. 그때 압수수색 이유가 푸조시트로엥 그룹 내 특정 모델 3개에서 이산화탄소가 과다배출 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었는데요. 사실 푸조나 시트로엥만큼 이산화탄소 감축에 자신감을 보이는 제조사도 없었기 때문에 압수수색은 뜻밖의 일로 여겨졌습니다.

▲ 자동차 연비 테스트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문제가 터졌을 때 푸조시트로엥 그룹은 발빠르게 이 문제에 대응을 했습니다. 자신들이 내놓는 신차의 배기가스 수치를 도로주행테스트(RDE) 를 통해 시험실 데이터와 함께 공개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죠. 그리고 올 3월 3개의 모델 (푸조 308 디젤, 시트로엥 C4 그랜드 피카소 디젤, DS3 디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공개하는 등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 프랑스 정부에 의해 이산화탄소 배출에 문제가 있다며 압수수색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다시 독일 정부를 통해 자그마치 30개 모델이 이산화탄소가 과배출 되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자동차 산업 전체가 배기가스 줄이기에 과연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였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 오펠은 조작 프로그램 의심, 피아트는 독일 정부와 마찰

배출가스 관련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정부는 르노와 PSA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꽤 강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독일 교통부 역시 이태리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과 불편한 상황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피아트 그룹은 서한을 통해 자신들의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정부만이 규정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 과도한 배출가스 측정으로 문제가 되는 오펠 자피라

독일 교통부장관은 이런 피아트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역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독일 교통부는 그간 테스트 자료를 이태리 정부에 보내며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또 한 곳, 독일 뤼셀스하임에 본사를 둔 오펠이 새로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독일 환경단체인 도이체움벨트힐페(DUH)와 주간지 슈피겔에 의해 조작프로그램을 심은 기업으로 현재 지목이 됐기 때문인데요.

슈피겔은 오펠이 폭스바겐에 이어 조작 프로그램을 장착했을 것이라는 특집 기사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상세하게 실었습니다. 물론 오펠은 적극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며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만, 문제의 심각성 때문인지 독일 교통부장관이 오펠 측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주장을 듣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 정부와 제조사 알면서 모른 척?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폭스바겐의 조작 프로그램이 발각된 건 어쩌면 지구와 인간 모두를 위해 잘된 일이라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디젤차가 청정하다는 논리를 펴며 파상공세를 펴던 업체들은 시험실에서 정부가 제시한 숫자만 일단 맞추면 됐습니다. 또 다이나모 위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리고 이때 배출된 탄소성분을 통해 측정된 연비 등이 실제 도로에서는 의미 없는 숫자였다는 것이 이번 디젤 게이트 이후 여러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어떻게든 시험실 기준에 맞추면 됐고, 정부는 그동안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을 제조사들이 잘 지키고 있으니 된 거 아니냐며 국민에게 홍보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이런 태도들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모든 배출가스 관련한 데이터들이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 등을 통해 여과없이 까발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법은 현실을, 제조사는 투자와 노력을. 소비자는 관심을

이제 새로운 연비측정법과 배출가스 측정법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이 될 예정인데요. 상황이 이쯤 되면 디젤 게이트 이전에 만들어진 신측정법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부터 한 번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강력한 법규들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이었는지도 역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RDE 테스트로 연비 측정하고 있는 모습

그나마 제조사들의 강력한 요구와 로비로 유로6 기준이 기존보다 부분적으로 완화됐죠. 이제 남은 건 제조사들이 그나마 완화된 기준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일 것입니다. 자율주행이다 IT다 해서 화려한 기술에만 투자를 할 게 아니라, 내구성과 배출가스 기술, 그리고 차량의 안전 등에 대해 그에 못지않은 투자가 이뤄져야겠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자동차 회사들 로비에 굴복하고 입장만 옹호할 게 아니라 이번 사태들을 통해 제대로 관리 감독할 것이라는 걸 국민으로 하여금 믿게 해야 합니다. 조만간 독일 정부는 이산화탄소 과배출 차량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밝히게 됩니다. 이것은 제조사에겐 또 다른 위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독일 정부는 모든 걸 다 밝혀내야 합니다. 정부가 제조사가 아닌 국민이 우선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결코 독일 정부만의 자세는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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