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9) 메르세데스-AMG C63의 도전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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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5 11:13
[롱텀시승기] BMW M4 (9) 메르세데스-AMG C63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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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꼽아 기다린 비교 시승이었다. 메르세데스-AMG C63은 M4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경쟁자기 때문이다. 물론 C63 쿠페가 준비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4도어 C63도 메르세데스-AMG의 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M4와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치는데 충분했다. 

 

# M과 AMG의 과거와 현재

M과 AMG는 태생이 조금 다르다. M은 순수한 BMW의 아들인 반면,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쟁자면서 또 좋은 파트너였던 별개 업체였다. AMG가 만들어진 것은 1967년으로, 이후 모터스포츠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펼쳤다. AMG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듭하자 다임러는 1988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1990년부터 양산차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후 다임러는 AMG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AMG를 완전히 인수했다. 

 

시작은 조금 다르지만 M과 AMG가 추구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두 브랜드 모두 모터스포츠를 위해 태어났고,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고성능 양산차로 이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각 브랜드 고유의 색이 섞이면서 뚜렷한 개성을 갖게 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성격은 명확했다. 3시리즈와 C클래스가 그러하듯, 이 세그먼트의 주도권을 갖고 있던 것은 BMW였고, 고성능 모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킷 주행감은 M3가 절대적으로 우수했다. 아니, M3는 C63 AMG에 비해 더 ‘서킷 친화적’이었다. 이에 반해 C63 AMG는 강력한 엔진의 힘과 우렁찬 소리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가 메르세데스-AMG C63으로 바뀌면서는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이젠 마치 M과의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만난 C63은, 정말이지 M4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 AMG는 여전히 쏜살같다

이미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새 C63을 경험해 본적이 있다. 그때의 충격적인 첫인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공도에선 멀쩡해 보이다가도 서킷에선 빈틈을 조금씩 드러내던 이전 모델과는 확연히 달랐다. 더 적극적이었고, 과감했다. 인제스피디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C63은 부드럽지만 넘치는 힘을 숨기지 않았다. 또 엔진회전수에 따라 일정하게 울리는 배기음도 역시나 매력적이었다. 비록 엔진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아쉬울 것은 없었다. C63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충분히 강력한 힘을 냈다. 터빈은 숨가쁘게 돌았지만, 자신의 존재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M4와 마찬가지로 트윈터보차저가 장착됐지만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M4는 터보 엔진임을 숨기지 않았다. 마치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듯, 힘을 모았다 한방에 터트렸다. M4는 호흡을 한번 가다듬어야 비로소 제 성능을 발휘했다. 이에 반해 C63은 자연흡기 엔진처럼 일관적인 반응을 갖고 있었다. M4보다 높은 엔진회전수를 사용하진 못했지만,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C63이 월등히 M4를 앞섰다. M4가 조금 먼저 출발한 상황에서도 C63는 쉽게 M4를 앞질렀다. C63은 더 큰 엔진의 힘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AMG의 특징은 분명 여전했다. 

 

두 차의 최대토크는 약 10kg.m 정도 차이난다. 그래서 출발 직후에는 M4가 C63을 따라잡는건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M4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더 긴 구간을 달렸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서킷은 M4의 놀이터

무게 차이는 서킷 랩타임에 큰 영향을 줬다. C63의 강력함이 M4의 가벼움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안정감이나 조작성은 M4보다 더 높을 점수를 받을만 했다. 특히 몇바퀴를 돌아도 기록은 거의 일정했다. 브레이크 반응은 첫바퀴나 마지막 바퀴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C63은 1분 56초의 랩타임을 기록했다.

C63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다양한 주행모드와 가변식 서스펜션 등을 통해 서킷에서 충분히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AMG가 직진만 빠르다’란 비아냥을 충분히 반박하고 남았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몸놀림을 선보였고, 스티어링의 감각은 몰라보게 담백해졌다. 운전자의 의도를 매우 섬세하게 전달했다. 빠른 속도로 서킷을 달림에도 아무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운전이 쉬웠다.

 

C63을 탄후 곧바로 M4를 타니, M4가 굉장히 제멋대로란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코너를 진입하거나 탈출할 땐, 스티어링의 각도에 따라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했다. 조금만 미숙해도 꽁무늬가 돌았다. M4는 일정 수준의 슬라이딩을 오히려 장려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가속과 감속 타이밍을 수시로 바꿔줘야했다. 특히 브레이크는 첫바퀴에서 너무 많은 힘을 써버린 것 같았다. 어댑티브 서스펜션(EDC=댐퍼의 감쇄력을 바꿔줌)의 부재가 특히 아쉽게 느껴졌고, 스티어링휠의 모드도 '스포츠+'로 변경하면 이질감이 몹시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M4는 C63보다 조금 빨랐다. M4의 베스트 랩타임은 1분 53초 018. M4는 조금이지만 항상 앞섰다. 타이어의 마모도는 둘다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마모도보단 휠과 타이어의 크기에서 C63이 손해보는 면도 있었다. 또 강력한 엔진과 기민한 스티어링은 둘의 공통점이었으나, 변속기의 성능은 M4의 DCT가 C63에 비해 서킷에선 나았다. 더 빠르고 성향이 확실했다. 그리고 M4의 가벼운 무게도 매 코너에서 C63과 조금씩 차이를 벌렸다. 

 

확실히 M4는 더 많은 스릴을 느끼게 해줬다. C63에 비해 운전은 어려웠지만, 움직임이 익숙해졌을 땐 더 큰 쾌감을 전달해 줬다. 그리고 C63에 비해 훨씬 저돌적으로 서킷을 돌았다. C63이 엄청난 발전을 거두긴 했지만, 고급스런 세단의 느낌을 벗기는 어려웠다. 짜릿한 재미나 랩타임 등에서 여전히 M의 위상은 높았다. 

#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

물론 C63 쿠페와 M4가 붙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 두 차의 성격과 특징을 보려한 비교였을 뿐, 우열을 가리고자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M4는 서킷을 돌던 모습처럼 많은 부분이 굉장히 마초적이다. 머플러는 전혀 조율되지 않은 것 같은 거친 소리를 내뱉고, 인테리어에서는 특별함을 느끼기 힘들다. 약 1억원이라는 가격이 오로지 엔지니어링에 집중된 것 같다. 그래서 허술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다. 

 

그런데 C63은 M4, M3등 경쟁 스포츠카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유독 고급스럽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것은 같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M4는 성능이 좋아서 차가 비싼 느낌이 든다면, C63은 차가 비싸서 빠르다란 생각이 든다.

▲ 메르세데스-AMG C63.

실내는 온통 최고급 가죽으로 덮였고, 카본파이버(CFRP=카본섬유강화플라스틱)도 아낌없이 사용됐다. 마감은 따질 것도 없었다. 고성능차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는 물론 S클래스부터 시작된 새로운 실내 디자인을 통해 점잖은 면도 강조됐다. 물론 뒷좌석의 느낌도 앞좌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메르세데스-AMG C63.

M3·M4와 C63의 주행성능 격차는 이제 거의 없고 취향의 차이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좁혀졌다. 더이상 M3·M4가 주행성능이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C63은 탄탄해진 것이다. 물론, C63이 더 신형이기도 하지만 M이 AMG에게 이정도로 추격을 허용한 적이 있었나 싶다. M4를 롱텀시승하고 입장에서는 BMW가 방심하고 있단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M도 AMG처럼 더 많은 것을 품어야 할때가 된 것 같다.

 
 

M4 VS C63 화보 - 모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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