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일파만파'…환경부 vs 닛산 '진실게임 3라운드'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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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6 20:41
배출가스 조작 '일파만파'…환경부 vs 닛산 '진실게임 3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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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한국닛산이 연비를 조작했다고 발표하자 한국닛산은 즉각적인 반박으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다시금 조목조목 재반박 해 점입가경이 돼 간다. 불법 여부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3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이 복잡하게 펼쳐지는 3개의 라운드를 단계 별로 살펴본다. 

# 1라운드 - 환경부, "닛산, '임의설정'으로 NOx 규정 21배나 초과"

환경부는 16일, 한국닛산은 디젤 SUV '캐시카이'에 '임의설정' 기능을 더해 인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인증시험에서 작동하는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장치'를 실제 도로주행에서는 작동하지 않게 하는 기능이 프로그램 돼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20개 차종에 대한 RDE(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해 배기가스 불법 조작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캐시카이에 배기가스의 처리 방법을 조작하는, 이른바 ‘임의설정’이 있었음이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캐시카이는 인증 기준의 20.8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지 않게 하는 임의설정이 과다 배출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2라운드 - 한국닛산, "조작은 없다, 유럽서도 검증"

한국닛산 측은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놓고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작년 발생한 폭스바겐그룹 디젤게이트의 파장이 만만찮은 만큼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닛산 측은 자사의 캐시카이가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한 모델로,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국내와 측정 기준이 유사한 EU 기관들 역시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한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닛산은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부에 적극 협조하며 이번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3라운드 - 환경부, "닛산, 비정상적인 조작 확실하다" 

환경부는 곧바로 한국닛산의 주장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또한 발표 전 한국닛산 관계자를 만나 해명을 들었지만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캐시카이의 경우 엔진의 흡기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작동이 중단되도록 임의조작됐다"면서 "일반적인 승용차의 엔진룸은 쉽게 뜨거워지는데, 이 정도 온도에서 EGR을 중단하는 것은 정상적인 제어방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닛산은 캐시카이의 EGR을 35도에서 끄도록 한 이유로 'EGR 흡기구가 고무여서 엔진 온도가 올라가면 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차량의 EGR 흡기구는 대부분 금속재질인데, 캐시카이만 고무를 사용해 녹을 수 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닛산은 EU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유로5(구형) 캐시카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에 환경부가 조사한 차는 유로6를 도입한 최신 차량이다.

환경부 측은 닛산의 이번 행위가 '조작'이 확실한 만큼, 캐시카이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고, 한국닛산 기구치 다케히코 사장을 배출허용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키로 했다. 또, 이달 중 3억3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이미 판매된 캐시카이 814대에 대한 리콜이 진행할 것이며, 판매정지 조치도 취한다는 계획이다.

# 4라운드- 환경부vs닛산 진실게임 장기화?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배기가스 불법 조작 문제가 단순히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 환경부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대결로 확대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만약 국내에서 조작을 인정할 경우 해외 시장까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매년 30만대가량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환경부가 조작을 발표한 유로6 모델의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보다 훨씬 먼저 판매가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대상 차량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배상 규모 및 리콜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왔던 브랜드 신뢰도가 무너질게 뻔하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본사 차원의 대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방치할 경우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질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닛산과 사전 조율했던 것처럼 어떠한 불법 조작도 없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공식 발표한뒤 환경부와 물밑 접촉을 통해 사건 해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에 조사 대상에 포함된 20개 차종 중 BMW 520d를 제외한 19개 차종이 인증기준 대비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노삼성 QM3는 17배로 캐시카이 다음으로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나머지 17개 차종도 약 6배를 더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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