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모터쇼, '천덕꾸러기' 신세...어찌하면 좋을까?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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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3 17:13
[기자수첩] 부산모터쇼, '천덕꾸러기' 신세...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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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터쇼가 천덕꾸러기 신세다. 마지 못해 참가하는 브랜드가 많다보니 업체 담당자들은 노골적으로 볼멘 소리를 낸다. 불참업체도 적지 않지만 참가업체들 또한 모터쇼 효과는 무시하고 단독 출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2016 부산국제모터쇼 수도권기자간담회

지난 10일 아우디코리아는 8년 만에 풀체인지된 신형 A4를 전격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이달 24일 인천에서 신형 E클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년전만 해도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A8을 부산모터쇼에서 런칭했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신형 C클래스와 GLA클래스 등 주력 모델을 부산서 공개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부산모터쇼의 하락한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불참하는 브랜드도 쌍용차를 비롯해 FCA(지프·크라이슬러·피아트)와 볼보, 롤스로이스, 포르쉐, 푸조·시트로엥, 페라리, 혼다 등 10여개에 달한다. 당초 부산모터쇼 론칭을 예고했던 스코다는 행사 참가를 취소했다.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참여 브랜드와 전시 차종은 조금 늘었지만, 눈에 띄는 신차는 오히려 줄어 '양만 늘고 질은 하락한' 모터쇼가 불가피하다. 

# 참가 업체들, "부산모터쇼, 부담 크고 효과 낮다" 볼멘 소리

▲ 2014 부산국제모터쇼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모터쇼의 가장 큰 문제를 지자체의 치적 쌓기에서 찾는다. 그 동안 정부의 지방 컨벤션센터 활성화 정책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압박에 떠밀려 억지로 참가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세일즈·마케팅 및 홍보 등 담당자들은 "부산모터쇼는 부담도 크고, 비용 대비 효과도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당 많게는 30억원 정도의 돈을 쓰고 참가하지만, 거둬들이는 홍보나 판매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모터쇼보다는 차라리 수도권이나 부산 일대에서 단독 행사를 진행할 때 브랜드나 신차를 더 오랜 기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쌍용차 이유일 전 사장은 "부산모터쇼 참가 비용으로 효과가 즉각적인 온라인이나 참여 행사 등 다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터쇼는 무엇보다 지극히 상업적인 성격을 지녔다. 다양한 제품과 앞선 기술을 전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각 브랜드마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터다. 그러나 그같은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게 부산모터쇼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운 오리' 부산모터쇼, 어떻게 살아남을까

▲ 2014 부산국제모터쇼

결국 지금의 부산모터쇼는 자동차 회사나 관람객보다는 주최 및 주관 단체의 과시 내지는 수익 수단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부산모터쇼가 앞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더라도 특별하고 차별화된 행사로 거듭나야만 한다.

먼저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부품사를 중심으로 수출 및 기술산업전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기존 완성차 전시부스에서 알음알음 진행되는 현장 판매를 양성화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또 공짜표 남발이나 여성 모델들을 동원해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자동차에 관심이 높은 유료입장객 비중을 늘려 여유로운 관람과 전시 만족도, 그리고 행사 내실 등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모터쇼는 매번 서울모터쇼를 경쟁자로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최근 부산모터쇼와 비교되는 행사는 한 달 앞서 열린 베이징모터쇼다. 주최 측은 위기의식을 갖고, 시장 규모에 따른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까지 부산모터쇼는 '미운 오리'로 비춰진다. 앞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왕이면 아름다운 백조로 날아오르는 것보다 실속 있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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