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쉐보레 캡티바 페이스리프트…끈질긴 정통 SUV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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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0 19:01
[영상 시승기] 쉐보레 캡티바 페이스리프트…끈질긴 정통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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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캡티바 페이스리프트를 발표하자 마니아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풀체인지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실망한 기자들도 있었다. 그래도 우린 인내심을 갖고 살펴보기로 했다. 매달 수백대씩 팔리는 것을 보면 이 차의 장점은 분명 존재하고, 수요층도 꾸준히 존재한다는 얘기여서다. 물론 전통적인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 차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외관의 변화는 전면부가 거의 대부분이다. 쉐보레 최신 디자인에 맞춰 듀얼포트그릴의 비율에 변화를 줬다. 아래를 두껍게 해 차가 낮고 묵직해 보이는 효과를 줬다. 헤드램프의 세부 구성도 달라져 세련돼 졌다. 반면 측면과 후면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실내는 레이아웃을 조금 다듬고 몇몇 사양을 추가했다. 터치를 지원하는 모니터를 적용해 버튼 수를 줄이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지나치게 복잡했던 4스포크 스티어링휠도 3스포크로 바뀌면서 훨씬 깔끔해졌다. 화면 크기 및 각 버튼의 배치 등은 아쉽지만,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한층 개선된 듯하다.

 

아이폰과 연결하면 애플 지도를 이용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길 안내를 잘 해주긴 하지만, 당장 기존 내비게이션을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안드로이드는 호환되지 않고, 과속 단속 카메라도 알려주지 않는다. 길 안내를 받는 동안에는 다른 작업을 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뒷좌석은 공간이 넉넉한 편이지만, 탑승객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아쉽다. 최고급 모델에 가까운 사양이었을 텐데 12V 단자가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에어컨과 히터가 나오는 송풍구가 없고, USB 포트도 없어 불편할 듯했다.

 

주행 성능은 만족스럽다. 오펠에서 공수한 유로6 2.0 디젤 엔진과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시켰는데,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한층 좋아졌다. 이전 엔진에 비해 출력이 7마력 좋아졌을 뿐이지만, 이 힘을 뽑아내는 변속기의 능력이 확 달려진 덕분이다. 1900kg이 넘는 커다란 덩치를 끌고 나가는 방식이 능숙하다. 초반에 잠깐의 멈칫거림은 있지만,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고속까지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린다. 특히, 속도를 줄인 후의 재가속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묵직한 주행 능력은 캡티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출시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흔히 말하는 기본기는 요즘 나오는 신차보다도 우수해 보인다. 고장력 강판을 다량 사용한 차체는 기본적인 안정감을 준다. 시승 중 잠깐의 와인딩 코스가 있었는데, 롤링이 최대한 억제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여기에 최적화된 서스펜션이 더해져 차체 거동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조금 투박한 느낌도 들지만, 웬만한 요철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정도여서 꽤 든든했다.

특히, 요즘 뜨거운 감자인 전자식파워스티어링휠(EPS, 현대기아차는 MDPS)도 저렴한 칼럼(C) 타입이 아니라 고급인 랙(R)타입을 장착했다. 확실히 C타입에 비해 움직임이 정교해 저속이든 고속이든 불안하지 않았다.

 

확실히 캡티바는 요즘 나오는 차와 비교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든다. 이제는 아무리 끓여도 예전의 그 뽀얗던 흰 육수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캡티바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도심형으로 변절(?)하고 있는 경쟁자들과 달리 강인한 오프로드형 SUV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기본기는 여전히 듬직하다. 그리고 이런 SUV에 향수를 느끼는 상남자들은 아직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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