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르노삼성이 '자동차 보증 경쟁' 시작한다면?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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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3 23:35
[스케치북] 르노삼성이 '자동차 보증 경쟁' 시작한다면?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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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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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가 정기구독하는 독일 자동차 잡지 사이에 르노 메간의 홍보 팜플렛이 함께 끼워져 왔습니다. 르노는 작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4세대 메간을 처음 공개했고, 얼마 전부터 유럽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죠.

 

메간은 1995년에 처음 나온 준중형급(C세그먼트)로,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클리오 및 시닉 등과 함께 르노를 먹여 살리는 볼륨 모델이기도 합니다. 사실 1세대 메간은 스타일이 좋지 않았습니다. 못생긴 차의 전형적인 느낌을 줬었죠. 그러다 2008년 출시된 3세대부터 꽤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듬어지더니 최근 한층 더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 르노 메간은 어떤 차?

메간은 프랑스의 국민차로, 유럽 시장에서 독일의 국민차인 골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비교 테스트 결과를 보면 성능에서는 전반적으로 골프보다 나쁜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푸조 308보다는 조금 낫지만, 폭스바겐그룹의 계열사인 세아트 레온에도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쉽게 말해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못한 것도 없는 그런 해치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르노 메간

이런 메간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모던한 외관일 겁니다. 특히 205마력짜리 메간 GT의 경우는 일반형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죠. 또 서스펜션 등이 안정적인 주행을 돕고 승차감도 편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향 성능이 좋아서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주행감은 괜찮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새로운 4륜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듯합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제동력, 그리고 플라스틱 느낌이 많은 실내가 아닐까 합니다. 조립 마감은 괜찮은 편이지만 실내 디자인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고, 전체적으로 차에 탔을 때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진 못한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특히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가솔린 132마력과 디젤 130마력은 힘 부족 얘기가 나올 것이 예상됩니다. 결국, 좀더 강한 성능을 원한다면 제법 비싼 GT 수준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 한국 땅 밟는다는 메간, 그리고 르노의 변화

요즘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 모델들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죠. 수입차이지만 가격 부분의 부담을 줄여 국산 자동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최근 탈리스만에 이어 메간 역시 우리나라에 수입된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SM3와 SM5 사이에 SM4라는 이름과 포지션으로 한국에 소개될 거라고 합니다.

▲ 르노 메간GT

메간이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콤팩트 모델로 평가를 받을지 다소 의문입니다. 하지만 르노삼성 입장에선 포지션 변화를 통해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오늘 메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진짜 이유는 차의 상품성도, 가격 경쟁력도 아닙니다. 바로 르노가 유럽에서 보여준 놀라운 무상보증 기간 정책입니다. 

# 2년 무상보증에서 5년으로!

제가 받아 본 메간 자료집에 유독 눈에 띄는 숫자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5년 무상보증 내용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무상보증을 가란티(Garantie)라고 읽고 표시하는데,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5년 무상보증은 현대차(거리 무제한)가 유일했습니다. 최근엔 일본 미쓰비시와 스바루 등도 5년 보증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거리 무제한은 현대차뿐입니다.

▲ 르노 메간 홈페이지

특히 독일과 프랑스, 이태리 자동차들은 유럽이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에 대부분 2년, 일부 모델에 한해 3년 무상보증을 실시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추가 요금을 내고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르노가 전 모델의 보증기간을 5년 또는 10만km로 늘린 파격적인 정책을 시작한 것입니다.

# 한국에서 르노삼성이 도전하면 안될까?

르노가 이렇게 공격적인 무상보증 정책에 도전하게된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차(7년, 15만km)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르노삼성이 국내에 들어오는 르노차에 대해 이런 수준의 무상보증 정책을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 르노 메간

르노삼성은 현대기아차라는 막강한 상대뿐 아니라 점유율 10%에 도전하는 쉐보레, 티볼리로 새롭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쌍용차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유럽 모델들을 들여오는 것 이외에 보증기간 확대 정책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붙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충분히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르노삼성발 보증기간 연장을 실현된다면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도 강한 압박이 될 수 있겠죠.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강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도 함께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조사 입장에선 재정적 부담이 크겠지만, 르노가 이미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는 5년짜리 보증 정책이니만큼 국내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유럽보다 한국에서 더 치열하게 보증기간 경쟁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제목에 엉뚱한 기대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사실은 전혀 엉뚱하지 않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그런 내용입니다. 어떠세요, 우리나라 운전자들 이런 정도의 서비스 받을 자격, 충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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