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60 D5, 편견을 깨면 '혹'한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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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7 13:18
[시승기] 볼보 XC60 D5, 편견을 깨면 '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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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점점 자신의 색을 찾고 있다. 볼보는 1999년부터 10년 동안 포드 밑에서 많은 고생을 치렀다. 기술적인 발전은 분명 있었지만 정체성을 서서히 잃어갔다. 처음 포드에 인수됐을때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가장 수익이 좋았지만 2005년부터 수익을 내지 못했고, 2007년에는 나스닥 상장 폐지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볼보는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됐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소비자들은 큰 우려를 표했다. 당시 만해도, 지금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후진국이고 또 중국의 여러 문화까지 싸잡아 무시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후 볼보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모델을 새얼굴로 바꾼다는 계획도 세웠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라인업도 보강할 계획이다. 무인주행 시스템이나 각종 첨단 안전장비를 비롯한 미래 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 카이파 은행을 통해 2조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 받고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최근 중국이나 미국 시장에서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만기일인 2021년까지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볼보는 자신하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볼보의 신차의 보면 그동안 느껴졌던 보수적인 이미지는 싹 사라졌다. 디자인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고 볼보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5기통 엔진도 점차 효율성이 높은 4기통으로 바뀌는 추세다.

 

XC60는 볼보의 변화를 가장 잘 수용한 모델이며 언제나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볼보의 여느 세단에 비해 국내서 경쟁력이 높다고 느껴지고 경쟁모델에 비해 편의사양이나 안전장비도 단연 우수하다. 일단 한번 타보면 혹하기 충분하다. 단, 볼보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

◆ 볼보의 디자인을 이끈다

XC60은 볼보의 최신 디자인이 가장 먼저 적용된 모델이다. 그간의 볼보 이미지를 확 바꿔줄 만큼 당시 볼보의 라인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2003년 출시돼 현재까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볼보의 대형 SUV XC90과 비교하면 XC60의 디자인은 단연 돋보인다.

 

2008년 출시된 XC60에서는 ‘각’으로 대변되는 보수적인 볼보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엿보인다. 각각의 모서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꾸몄다. 또 입체감을 높였다. 부드러움이 크게 강조됐지만 꽤나 옹골지다. 화려한 선보다는 면을 중요시한 디자인 덕택에 단단해 보인다.

 

시승한 2014년형 모델은 기존 듀얼 헤드램프에서 싱글 헤드램프로 변경됐다. 그래서 기존 보다는 더 무난한 디자인이 됐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넓어졌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수평구조로 그릴을 넓히고 있는데 차를 더욱 넓고 안정감 있도록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내에는 V40에 장착되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적용됐다. 취향에 따라 세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다.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섬세함은 동급 최고다.

 
 

◆ 부족함 없지만 특색이 부족해

성능은 부족함이 없지만 다소 밋밋하다. ‘그르릉‘거리는 5기통의 질감은 매끄럽고 배기량이 더 높은 탓도 있겠지만 독일의 2.0리터 엔진에 비해 힘이 훨씬 넉넉하다. 특히 저속이나 고속, 어느 영역에서도 꾸준한 토크를 발휘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정숙성도 독일차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S모드로 달리면 기어단수를 스스로 한두단 낮춰 빠른 가속을 돕는다. 제법 경쾌하다. 꽤 높은 속도까지도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불안감이 크게 증폭되지 않고 엔진이 비명을 지르지도 않는다. 묵직하고 차분하게 속도를 높인다.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의 6단 기어트로닉을 사용하고 있다.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독일차에 비해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BMW X3의 변화무쌍한 8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다소 초라하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엔진의 성능을 짜내는 성격이 아니라 반응도 느긋하다. 저속에서는 뒤늦은 변속이 발생하기도 하고 제때 힘을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회전반경은 유독 넓다. 엔진 크기 때문에 앞바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 좁은 도로에서의 유턴은 약점이다. 하지만 막상 와인딩에서는 큰 불편이 없고 유격도 크지 않다. 속도를 높여도 의외로 한계가 높다. 엔진의 성능보단 섀시의 견고함이 한수위다. 그래서 고속이나 와인딩에서도 예상보다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 안전에 있어서는 트렌드를 이끈다

안전에 대처하는 자동차 업체의 방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강성이 뛰어난 초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합금이나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차체를 만들어도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사고는 어떤 형태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고, 탱크가 아닌 탑승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기란 쉽지 않으니 업체들은 차라리 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국와 유럽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는 이미 충돌을 사전에 막거나,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을 평가 항목에 추가했다. 각 업체는 서둘러 카메라 혹은 레이더 시스템을 활용한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볼보는 이에 대해 가장 앞선 브랜드 중 하나다. 그릴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상단부에 위치한 카메라를 통해 장애물을 감지한다. 자전거 감지 시스템,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 액비트 하이빔 컨트롤, 레이더 사각 지대 정보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모두 여기서 파생됐다.

 

2단 부스터 시트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안전 장비 중 하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7~12세까지 카시트를 이용하면 54%의 사망 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저 나이가 되면 카시트를 불편해한다. 2단 부스터 시트는 답답함을 최소화하면서 어린이의 앉은 키를 높여줘 안전벨트가 올바르게 착용되도록 돕는다.

 

◆ ‘평가절하’는 아쉬워

우리나라만큼 볼보를 프리미엄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드물다. 보이는 것을 우선시 하는 사회풍토와 독일차가 최고라는 유행 때문에 볼보가 평가절하 되는 것만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

물론 볼보 스스로 해결할 숙제도 있다. 어중간하게 보일 수 있는 엔진 크기와 그로 인한 판매가격은 차를 구매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XC60 D5는 아우디 Q5 2.0 TDI 콰트로에 비해서는 800만원 가량 비싸다. 볼보는 경쟁 모델로 Q5 3.0 TDI 콰트로를 지목하고 있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은 으레 Q5보다 비싸다며 혀를 내두를 수 있다. 한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 볼보는 계산기만 두드리는 소비자들을 더욱 고민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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