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운전면허시험 '극과 극'…눈길 드리프트, 합숙 훈련까지?
  • 유대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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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0 14:47
세계의 운전면허시험 '극과 극'…눈길 드리프트, 합숙 훈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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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미국식'을 흉내낸데다 한국의 '적당주의'가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쉬운 면허'가 됐다. 오죽하면 소문까지 나서 중국인들이 '면허 취득 원정'을 올 정도다. 

눈이 많은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독일, 캐나다, 일본 등 교통 선진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결코 만만치 않다. 눈길을 달릴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을 구명하는 방법까지 알아야만 면허증을 발급하는 국가도 많다. 

어쩌면 이건 철학에 관한 문제다. 자동차는 총이나 칼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게하는 물건이다. 경제적인 이익이나 발전도 중요하겠지만 인간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저 달릴줄만 알면 끝이 아니라, 옳게 달리는지 확인하는 엄밀한 시험을 거쳐야만 한다는게 교통 선진국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아래는 주요 국가의 개략적인 운전면허 시험 방법들. 

#핀란드의 운전면허시험 - 할머니도 드리프트?

▲핀란드의 운전면허 시험과정 

핀란드 출신 드라이버들은 F1에서 WRC까지 세계 최고 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핀란드는 눈이 많아 전국민이 대대로 레이서 수준의 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할머니들도 시장까지 운전할때면 드리프트와 카운터스티어 같은 레이스 기술을 시전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핀란드 운전면허시험은 '지옥의 코스'라 불릴 만큼 까다롭고 어렵다. 첫 과정은 물이 뿌려진 젖은 도로를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시간 내에 차량의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면 실격이다. 카운터 스티어를 정확히 구사하는지를 살피는 시험이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장시간 주행 중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을 피하지 못해도 실격이다. 

이 밖에도 드리프트, 스핀 등 총 9단계의 코스를 통과해야만 운전면허를 획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 면허'일 뿐이고 2년간 2번 이상 법규위반이 없어야 비로소 정식면허가 나온다.

핀란드는 면허를 따는 과정도 험난하지만 교통법규 또한 엄격하다. 벌금체제가 운전자의 소득에 비례해 벌금을 내는 차등범칙금제를 운영 중이다. 실제 노키아의 부사장 안시반요끼는 시속 50km/h 제한구역에서 75km/의 속도를 내다가 경찰에 적발 돼 11만 6천 유로(약 1억 8000만원)의 벌금을 냈다.

#일본의 운전면허시험 - 먹고, 자고 합숙하며 배워요

▲일본의 한 운전면허학원 홍보이미지=이들은 먹고, 자고 합숙하며 운전을 배운다.

일본의 운전면허 시험은 비싸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보통 면허취득에 들어가는 비용이 300~400만원 이고, 면허를 따기 위해 받아야 하는 교육시간은 무려 60시간이다.

먼저 학과 10시간을 듣고, 학원 내 코스를 15시간 정도 연습하면 도로주행 연습을 위한 시험을 볼 수 있다. 이후 도로주행 19시간과 학과 16시간을 이수하면 '학원 졸업 시험'을 치룰 수 있다. 끝이 아니다. 학원에서 발부한 졸업증을 들고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또다시 시험을 쳐야 비로소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고 까다로운 면허 제도 탓에 일본의 면허학원에는 '합숙제도'가 있다. 2주정도 학원에서 먹고, 자며 면허를 취득하는 방식인데, 많은 이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독일의 운전면허시험 - 남을 돕지 못하면 운전도 못한다

▲독일의 운전면허 시험과정=심폐소생술까지 배운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기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운전면허 학원 등록 비용은 약 1500유로(200만원)이다. 

독일에서는 가장 먼저 8시간에 걸쳐 응급처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때 사고현장을 대처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도로주행 연습은 전문강사와 함께 최소 90분 이상을 12회 해야 하는데, 네 번은 아우토반까지 달려야 하고 세 번은 깜깜한 밤에 운전을 해야 한다.

시험은 정해진 코스 없이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 도심, 고속도로 등에서 진행된다. 면허 종류에 따라 30~75분 정도가 소요된다. 주차 방법도 비탈길 주차, 평행 주차, 등 다양한데, 형식적인 시험이 아닌 '진짜 운전'을 배우는 셈이다.

학과시험은 약 90분씩 14번에 걸쳐 이론교육을 들어야 하고 45분씩 12번의 특별주행 수업을 받아야만 응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답이 3개 이상이면 불합격 처리가 된다. 객관식 이기는 하지만 답이 한 문제에 여러 개여서 완벽하게 알아야만 통과가 가능하다. 

또한 보닛을 열어 주요 부품들을 시험관에게 설명해 줘야 하고 오일류, 냉각수 등은 어떻게 점검하는지 알고 있어야한다.

#캐나다의 운전면허시험 - 연습기간만 2년?

▲이렇게 2년을 연습한다. 

캐나다의 운전면허 시험은 연습기간만 무려 2년이다. 과정은 연습면허(G1), 예비면허(G2), 정식면허(G) 세가지를 모두 취득해야만 정식 운전면허가 발급된다.

학과시험을 합격하면 연습면허(G1)이 발급되고 1년간 연습기간을 가져야만 예비면허(G2)를 취득 할 수 있다. 이기간 동안에는 혼자서 운전 할 수 없으며 4년 이상의 운전 경력자를 태우고 연습을 해야 한다. 또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운전을 하면 안되고, 시속 80km/h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1년의 연습기간이 지나고 나면 운전학원 차나 자신의 차로 시험을 본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에비면허(G2)를 발급해 준다. 이기간에는 동승자를 태우지 않고 혼자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또한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식면허(G)시험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운전면허 시험 - 한국과 가장 흡사

▲표정을 보아하니 불합격인듯 하다.

미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필기시험에 합격 후 임시면허증을 받아 운전연습을 한 뒤 실기시험을 치는 방식으로 한국과 상당히 흡사하다.

필기시험은 주마다 시험 문항 수가 다르지만 보통 30문항 이내이며 교통법규, 도로표지 등을 평가한다. 난이도는 시험 전 책을 천천히 읽어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임시면허증을 주는데,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동승한 상태에서 운전연습을 할 수 있다. 실기시험은 일반 도로 주행이 중심이며, 시험관을 태우고 약 5km를 주행한다. 시험 소요시간은 보통 20분 내외다.

#한국의 운전면허시험 - 직진만하면 합격!

 

 

이것이 진정 '물면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되면서 60시간의 의무교육시간이 13시간으로 줄고 장내기능시험도 2개 항목 6개로 줄어들면서 면허 취득이 쉬워졌다.

먼저 1시간의 안전교육을 받아야 필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1종 보통의 경우 총 40문항 중 7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난이도는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된다.

 

장내기능시험은 전조등, 깜빡이, 와이퍼 등 기본적인 조작법과 함께 약 50M직선로를 5분만에 주파해야 한다. 솔직히 뒤에서 밀고가도 5분 안에 갈 수 있다. 뇌가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통과하지만, 이 시험을 만든 사람에겐 충분히 어려웠나보다. 시험에 합격하는 응시자들도 기쁘다기 보다는 황당하다며 너털웃음을 짓는게 운전면허 시험장 풍경이다. 물론 원정 온 중국인들은 기뻐한다. 

도로주행은 미리 정해놓은 5km이내의 도로에서 친절한 네비게이션 길안내에 따라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운전면허를 받는건 불과 일주일이면 끝이다. 

이 밖에도 멕시코에서는 면허증을 돈으로 살 수 있다. 신분증과 주거 증명서를 가지고 우리 돈 약 4만5000원만 지불하면 운전면허증이 발급된다. 또 러시아에선 노츨증 환자, 관음증이 있는 사람, 상습 절도범에게는 운전면허증 발부가 금지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운전이 절대 금지다. 운전하다 발각되면 즉각 태형에 처해진다. 대신 남자 초등학생이 운전하는건 어느 정도 허용되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엄마를 태우고 장을 보러 나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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