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신형 S클래스 시승기…선택의 고민을 잠재우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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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4 17:14
벤츠 신형 S클래스 시승기…선택의 고민을 잠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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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가려다 당황했다. 모든게 낯설다. 자동차라면 응당 직선이나 곡선이 쭉쭉 뻗어있는 느낌이었는데, 이 차는 모든 선이 구불구불 현대 미술 작품 같다. 시트도 그저 ‘가죽시트'라 표현하기는 부족한 수많은 패턴이 더해졌다. 핸들에는 3개나 4개의 기둥(스포크)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단 두개 뿐이다. 미래의 차 같은 느낌이면서도 클래식함이 부각되니 참으로 역설적인 디자인이다. 마치 이 시대 차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나와야 할 차를 미리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벤츠는 120여년전 차가 처음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미래에 존재할 차를 만들었다. S클래스는 말할 나위도 없다. 초호화 차종임에도 연간 7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영향력도 어마어마하다. 물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더 값비싼 차도 있지만 이들이 극히 일부의 취미에 속하는 차라면 S클래스는 기업의 총수가 타야하는 당연한 고급세단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차는 단순한 호화로움만 갖출 것이 아니라 친환경성이나 보행자 안전성 등을 추구해 사회전체가 인정하고 존경 할만한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S클래스를 만든 이들을 인터뷰 해보면 누구나 정신무장이 돼 있는 듯 해 새삼 놀란다. 한 엔지니어는 “S클래스를 만드는 것은 일이 아니라 명예”라면서 “현대 역사를 만드는 행위이자 미래 비전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철학을 갖고 있으니 기능과 디자인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명확히 설명된다. 프리미엄 자동차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건 소비자를 현혹시킬 몇가지 기능과 마케팅적 수사가 아니라 이런 확고한 철학이 아닐까.

◆ 지능을 갖춘 자동차…세상을 더 안전하게, 편리하게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 시켜본다. 극도로 조용한 가운데 엔진음이 멀찌감치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소리 자체는 작은 편이지만 질감이 야성적이어서 더 밟아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도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막히는 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루해진건 아니고 차의 구석구석의 첨단 기능이 눈에 들어왔다. 사탕가게에 들어온 아이처럼 신이나서 두리번거리게 되고 모든 것을 만지작거리고 싶어진다. 

깜박이 레버 아래 크루즈컨트롤 레버를 작동시켰다. 정체중인데 차가 슬슬 앞차를 따라간다. 너무 부드러워 내가 운전할 때보다 오히려 점잖다. 도로가 약간 굽어지자 차는 핸들을 스스로 돌린다. 뭐 이런 놀라운 일이 다 있나. 난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운전석에 앉아만 있었다.

 

두 손을 떼고 10초쯤 지나자 다시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등장했을때도 "삑삑" 경고음이 울리며 급제동은 운전자가 직접 하도록 했다. S클래스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는거지 운전까지 대신 해주는건 아니다”라고 도도하게 선을 긋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용한 기능이고 고속도로에선 '자율주행'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는 항상 신형 S 클래스에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왔는데, 이번 S클래스 역시 좀 더 지능적인 자동차로 진화된 것이다. 

 

중거리용(77GHz), 단거리용(25GHz)의 전파를 내는 레이더가 장착됐고, 스테레오 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의 여러 센서를 이용해 차량 주변 360도를 감시한다. 이를 통해 알람으로 경보하거나 자동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핸들을 스스로 조향하는 기능을 갖췄다. 물론 볼보 등 다른 회사 차량도 핸들을 스스로 움직여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S클래스는 조정 각도가 더 크고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도 앞차를 따라 핸들을 돌려줄 수 있어 한층 유용하다.

승차감은 정말이지 기묘한 느낌이다. 서스펜션은 너무나 부드러워 쇼파에 앉은 느낌인데, 급제동을 해도 차가 앞으로 기울지 않고, 급가속을 해도 앞이 들리지 않는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가속이 4.8초로 스포츠카 수준인데도 머리만 젖혀질 뿐, 차는 수평으로만 이동한다. 핸들을 좌우로 험하게 돌려봐도 민첩하게 움직일 뿐 좀체 기울어지지 않는다. 이래저래 마치 포르쉐 911을 탄 느낌이다. 반면 과속방지턱을 넘을때면 충격이나 출렁임이 극도로 억제돼 깜짝 놀라게 된다. 대체 이 차에 무슨 마술 같은 짓을 한걸까.

 

실제로 이는 ‘매직 바디 컨트롤(MBC)’이라는 이름의 서스펜션 시스템 덕분이다.

이 기능은 스테레오 카메라에 의해 전방 노면 높낮이를 감지해 서스펜션을 즉각적으로 조절한다. 예를들어 과속방지턱이 다가오면 부드럽게, 넘은 직후에는 단단하게 제어해 차체 흔들림을 극도로 낮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매직바디컨트롤은 급제동이나 급가속에서 차체가 앞으로, 혹은 뒤로 젖혀지는 것도 극단적으로 막아주고 있었다.

◆ 이것이야 말로 '벤츠'다운 승차 공간

뒷좌석 문을 열면 자동으로 안전벨트 버클이 올라온다. 벨트를 채우기 쉽도록 해주는 것이고 문을 닫으면 버클이 다시 내려가 승객이 불편하지 않게 된다. 이 안전벨트는 차가 미끄러지면 자동으로 당겨질 뿐 아니라 사고가 나면 안전벨트가 마치 에어백처럼 3배 정도 부풀어져 안전벨트에 의한 타박상이나 골절 등을 경감시킨다. 

 

뒷좌석 시트를 눕히는 버튼을 누르면 먼저 조수석이 움직인다. 의자가 전면으로 끝까지 밀려날 뿐 아니라 레일을 벗어나며 한단계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지간한 길이의 다리라면 뻗어봐야 조수석 등받이에 닿지 않는다. 이어 뒷좌석 등받이가 눕고 다리받침이 올라오고, 발받침이 튀어나오고. 이런 과정은 무슨 로보트가 변신하는 과정처럼  우아하고 멋져서 자꾸만 해보고 싶어진다. 

 

기존 리모컨에 더해 스마트폰 같이 생긴 터치식 리모컨까지 생겼다. 수많은 종류의 마사지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가 하면 전화기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전화와 관련된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공간에도 빈틈이 없다. S클래스만을 위해 새로 개발된 최고급 향수가 뿜어지며 공간을 채운다.  S클래스 디자인과 성격에 잘 어울리는 상쾌한 향이다.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는 자타공인 최고의 오디오라 손꼽는 부메스터다. 천장에 장착된 스피커를 포함해 도합 24개 스피커, 앰프도 24채널로 각기 제어된다.  

세상에는 다양한 경쟁이 있고, 우수한 차도 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S클래스는 그 영역을 조금 벗어나 있는 듯 하다. 경쟁모델과 비교하기엔 한 차원 높은 곳에 올라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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