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업계 '새 사장'들, 어떤 행보 보이나...'대변혁의 서막'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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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1 15:32
국산차 업계 '새 사장'들, 어떤 행보 보이나...'대변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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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기아차 박한우 사장, 쌍용차 최종식 사장, 한국지엠 제임스 김 사장, 현대차 이원희 사장,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

최근 2년 사이 국산차 대표이사 명단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기아차 박한우 사장을 시작으로 쌍용차 최종식 사장, 한국지엠 제임스 김 사장, 현대차 이원희 사장,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 등이 대표이사 자리에 새롭게 올랐다. 1~2년 차 신임 대표들의 당면 과제와 대책 등을 살펴봤다. 

# 기아 박한우·현대 이원희 사장, ‘내실경영·경영승계’ 두 마리 토끼 잡나?

기아차 박한우 사장은 지난 2014년 11월,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올해 3월 각각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박한우·이원희 사장의 공통점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재무통(通)이라는 것. 이 같은 인사는 현재 회사의 경영 상황과 맞물려있다.

지난 4년간 현대·기아차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및 신차판매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왔지만 영업이익을 포함, 수익성 항목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양사 모두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외형은 글로벌 800만대 탑(Top) 5 제조사로 거듭났지만, 실속은 차리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막대한 지출이 예견돼 있다. 

김충호·이삼웅 등 생산 및 판매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임자들과 달리 CFO 출신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은 향후 '내실 경영'과 '질적 성장'에 한층 박차를 가하겠다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들은 재경 부문 뿐만 아니라 영업·마케팅·기획 업무 등을 총괄함으로써 전사적인 수익 개선 활동을 전개할 전망이다.

또, 재무통 대표이사가 그룹 핵심 계열사에 전면 배치됨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일련의 계열사 합병부터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 거래 및 지분 확보, 그리고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단 인사 등을 살펴보면 이미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 노사 간 신뢰 회복 선결 과제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은 작년 6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회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으며, 올해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김 사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를 비롯해 야후의 투자 자회사인 오버추어코리아(Overture Korea)와 야후 코리아(Yahoo! Korea) 등에서 CEO를 역임했다. 그는 현지법인 대표로서 본사와 관계 형성에 적극적이며, 기업회생(turn around)에 우수한 능력을 발휘했다. 자동차 업계 경험은 없지만, 한국GM의 오랜 약점인 대관 업무에도 상당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최근 수년간 노사 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이후 한국지엠의 생산량은 급감했다. 신차 수출은 물론, 신흥시장 경기 침체로 CKD 공급까지 제한됐다. 군산공장은 지난해 주간연속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했으며, 회사 전반에 걸쳐 비정규 생산직 계약 해제와 사무직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회사 내 상당수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제임스김 사장이 대표이사 부임 후 임팔라 국내 생산 조건을 내수 1만대에서 3만대 판매로 상향 조정하자 노조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임팔라 국내 생산은 전임 세르지오호샤 사장이 지난해 노조와의 임금교섭에서 공약한 조건이다. 사측이 먼저 노조와 신뢰관계를 깨뜨렸다.

▲ 한국지엠 2015년 임금교섭 조인식.(왼쪽부터)금속노조 강두순 부위원장, 한국지엠 세르지오호샤 전임사장, 한국지엠 정종환 노조위원장.

다행히 올해 신형 말리부(5월)와 신형 크루즈(연말)가 차례로 투입된다. 신차효과에 따라 생산량은 일시적으로 회복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GM은 현재 미국과 중국에 글로벌 생산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를 비롯해 러시아 및 호주 공장 폐쇄, 캐나다 오샤와 공장 구조조정 등이 진행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지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노사관계 형성과 생산효율성 향상 등을 입증해야만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제임스 김 사장을 중심으로 노사 간 신뢰 회복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겠다.

#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 계륵 같은 LPG 시장 공략법?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2013년 9월 영업본부장을 시작으로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박동훈 사장은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터 2013년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까지 치열한 수입차 시장에서 검증된 영업통(通)이다. 과거 가솔린 중대형 세단 일색의 수입차 시장에 디젤 및 소형차 열풍을 일으키며 시장의 흐름을 바꾼 승부사로도 통한다.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박동훈 사장은 제한된 제품라인업에도 불구하고 판매망 재정비와 다양한 판촉 전략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또한, QM3 수입을 주도하며 국산차 업계 제품 공급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박동훈 사장에게 SM6와 QM5 후속 모델 등 올해 신차 투입은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클리오와 에스파스 등 글로벌 모델의 수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경쟁력 제고와 닛산 로그 수출 물량 확보 등 전임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의 유산도 여전히 유효하다.

▲ 르노삼성 CEO 이·취임식. (왼쪽부터)르노삼성 프랑수아 프로보 전임사장과 박동훈 신임사장.

박동훈 사장의 고민은 LPG 시장이다. 택시, 렌터카, 장애인, 법인 등 연간 15만대 규모 LPG 시장은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지배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환형 LPG 탱크를 적용한 도넛(DONUT) 모델을 출시하며 앞선 제품력을 자신했지만, 동급 경쟁 모델의 가격 장벽을 넘지 못했다.

구형 모델로 밀려난 SM5 가격을 대폭 낮춰도 LPG 차량에 대한 서비스 경쟁력이 부족하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구조가 복잡한 르노삼성 차량은 현대·기아차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비용이 높다는 것. 특히 중고 및 재제조 부품 등을 취급하는 택시복지센터나 LPG전용정비소 등과 비교할 경우 30% 이상 서비스 가격이 차이가 난다. 지난 2014년 르노삼성이 개소한 택시 전용 서비스센터도 이용률이 기대 이하에 머물고 있다.

# 쌍용 최종식 사장, 티볼리 ‘일기당천’ 가능할까?

쌍용차 최종식 사장은 지난 2010년 1월 기업회생절차가 끝날 무렵 회사에 합류해 경영정상화에 한 축을 맡아왔다.

작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른 최종식 사장은 성공적인 부임 첫해를 보냈다. 지난해 성공적인 티볼리 론칭과 4분기 회사의 흑자 전환 달성, 그리고 해고자 복직 문제 등을 순조롭게 진행하며 안정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도 실내 공간을 확보한 티볼리 에어를 선보이며 내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 올해 3월 티볼리 에어를 선보인 쌍용차 최종식 사장.

문제는 제한적인 제품 라인업과 부진한 수출이다.

내수에서는 티볼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다. 르노삼성 QM3, 한국지엠 쉐보레 트랙스 등에 이어 기아차 니로, 현대차 ix25 등이 B세그먼트급 SUV 시장을 노리고 있다. 또한, 코란도 시리즈의 판매가 하락세를 거듭하며, 체어맨 판매량은 월 100대에도 못 미친다.

수출은 러시아를 대신해 중국과 서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지만, 아직은 기대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는 2020년 미국 시장 진출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대표이사 2년차를 맞은 최종식 사장의 경영능력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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