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 2.3 “큰게 미덕이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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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30 20:52
[시승기] 포드 익스플로러 2.3 “큰게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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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역시 컸다. 무릎을 번쩍 들어올려야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옆으로 지나치는 차들의 지붕이 보일 정도로 시트 포지션이 높았다. 보닛의 끝선까지 훤히 보였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이럴까. 또 룸미러로 보이는 뒷좌석은 까마득히 멀기만 했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실내가 무척 광활했다. 

 

5m가 넘는 SUV는 흔치 않다. 공식 수입차들을 통틀어도 한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익스플로러는 그 중 하나고, 그 중에서도 꽤 큰 편이다. 특히 너비는 1995mm로 가장 넓다. 헤드램프와 범퍼 등이 수평으로 배치되면서 시각적으로도 거대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새로운 디자인은 익스플로러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었다.

 

차체는 크지만 경쟁모델에 비해서 휠베이스는 그리 긴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3열 시트는 억지로 만들어낸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충분히 성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3열 시트를 세운 상태에서도 웬만한 소형 SUV보다 넓은 화물공간이 확보됐다. 

 

포드가 발표한 수치를 살펴보면 3열을 세웠을때도 적재공간이 594리터다. 참고로 국산 소형 SUV 중 가장 트렁크가 넓다는 기아차 니로의 적재공간이 427리터다.

익스플로러의 3열 시트는 버튼으로 손쉽게 접고, 세울 수 있다. 접히는 방식이 독특한데, 차체 밑바닥으로 시트가 바짝 붙는다. 그래서 공간적인 손해를 최소화했다.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평평한 공간이 생기고, 2열 시트까지 접게되면 양문형 냉장고까지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수치상으로는 무려 2313리터에 달한다.

 

포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답게, 익스플로러에 미국식 실용주의를 가득 담았다.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여러 SUV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넓은 공간의 활용성과 편의성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숨길 수 없는 거대함

특히 독일의 대형 SUV는 달릴때 그 거대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균형이 잘 잡혀있다. 섀시에서도 유럽차 특유의 꼼꼼함이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세단의 주행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SUV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SUV는 세단과 성격, 감각 등의 차이가 명확하다. 단순히 차가 크고, 지상고가 높은 것의 차이만은 아니다. 스티어링,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등의 스티어링휠과 페달의 위치 등 시트포지션까지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다양한 활동에 적합한 SUV를 꿈꾸고 있지만 여전히 SUV 특유의 투박함이나 마초적인 느낌이 많이 남아있다. 

 

익스플로러는 이런 미국식 SUV의 성격을 그대로 간직했다. 시트포지션은 마치 버스나 트럭과 흡사했다. 사실 지상고도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았다. 마치 책상 의자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경우 페달이 마치 피아노의 그것처럼 바닥에 눕혀져 있으면 편한데 익스플로러는 세단의 페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버튼 조작으로 페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세밀한 조작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무게가 온몸으로 전달됐다. 움직임에 따른 무게 중심 이동이 너무 선명했다. 서스펜션이 유럽 SUV에 비해 무른 편이고, 밸런스가 그리 탁월하지도 않았다. 코너를 돌땐 좌우의 쏠림을 숨기지 못했다. 일정 속도로 달릴 땐 불안감이 크지 않았지만, 가속과 감속을 할땐 앞뒤로 쏠리는 느낌이 컸다. 

# 차는 커졌지만 엔진은 작아졌다

포드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배기량을 낮추고 있다. 2.3리터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은 3.5리터 V6 엔진을 충분히 대체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특히 터보 차저를 통해 최대토크가 급증했고, 크기에 비해 부족하단 평가를 받던 견인력 부분에서도 충분히 발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엔진이지만 폭발력은 상당했다. 큰 차체를 이끄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상당히 경쾌했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페달의 반응은 둔해졌고, 순발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연료효율은 디젤 SUV에 비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디젤 SUV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정숙성을 갖고 있었다. 익스플로러의 정숙성은 대대로 뛰어난 편이었다. 더욱이 엔진이 작아지니 진동도 더욱 느낄 수 없게 됐다. 확실히 소음과 주행 스트레스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익스플로러는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려도 불편함이 크지 않았다. 가솔린 SUV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 단 하나의 장점이 모든 단점을 덮었다

포드는 그동안 많은 회사를 인수 및 매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술까지 흡수했다. 그리고 그들의 최고급 장비나 첨단 안전시스템을 대중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여러 시스템을 살펴봐도 포드의 뛰어난 원가절감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평행 주차, 수직 주차 등이 가능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환경에 따라 적합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터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2열 안전벨트 에어백, 3열 시트 파워폴딩,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전방 180도 카메라, 냉온 컵홀더 등 독일 최고급 SUV에서 볼 수 있는 안전 및 편의 장비가 아낌없이 장착됐다. 

이런 다양한 장비가 거대한 익스플로러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준다. 하지만 가격 대비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손해보는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실내 소재나 마감은 엉성한 부분이 많았다. 5600만원의 차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 최신 장비도 작동이 거칠고 어설프기도 했다.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기술도 더러 있었다.

 

익스플로러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차다. 그럼에도 인기가 꾸준하다.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SUV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맞는 얘기지만, 반대로 큰 차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이 더 다채로워질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의 패턴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익스플로러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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