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못미' 희귀한 국산차 8선...'파크타운', '야무진'을 아시나요?
  • 유대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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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5 18:45
'지못미' 희귀한 국산차 8선...'파크타운', '야무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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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국산차라고?"

국산차라면 어느정도 판매량이 보장 된 것 같지만, 실은 흥행에 참패하는 차들도 적지 않다. 꽤 괜찮은 차들도 시장 환경과 어긋나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다소 무모하지만 도전정신으로 시장에 발을 내디딘 '희귀 국산차'를 살펴보자. 

#쌍용 칼리스타 -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쌍용 칼리스타. 1994년까지 단 78대만을 생산하고 단종됐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얘기가 아니다. 칼리스타는 한때 국산차 중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히던 자동차 이름이다.

당시 쌍용차 김석원 회장은 실제 소문난 자동차 애호가였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하며 자동차 사업을 확장하던 김회장은 1987년 영국의 소규모 자동차 생산업체인 '팬더'를 인수했다. 팬더는 진도모피의 김영철 회장이 소유하고 있었다.

인수 후 영국에 있던 생산 설비를 평택공장으로 가져와 부분적으로 수정을 거친 후 1991년 칼리스타를 생산하게 된다. 다만 수정을 거친 부분이 원가를 낮추는 방향이어서 성능과 내장재 등 품질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 인증 지연 등의 관계로 제때 차를 만들지 못한 것도 판매 부진을 불러왔다. 

칼리스타는 6기통 2.9리터, EFI 포드 엔진과 2.0 리터 DOHC엔진을 탑재해 1992년 1월부터 판매했다. 2900cc 엔진의 경우 최고출력 145마력, 최고시속 208km/h, 제로백 8초대를 기록했던 고성능 로드스터다. 

하지만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 차체 구조와 로드스터에 대한 인식부족, 출시 당시 3170~367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가 부진하여 1994년까지 단 78대만을 생산하고 단종됐다. 그러나 현재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장용 자동차로 그런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 크레도스 파크타운 - 기아차 직원도 "저게 우리차?"

크레도스 파크타운. 믿어지지 않지만 여기 7명이 탈 수 있다. 

기아는 1998년 7월 크레도스2를 기반으로한 스테이션 왜건 '크레도스 파크타운'을 출시했다.

파크타운은 5인승, 7인승 두가지 모델로 나왔다. 왜건은 더이상 짐차가 아닌 '레저용 자동차' 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스키, 보드 등 짐을 적재할 수 있는 루프랙도 갖추었다. 

하지만 왜건을 좋아할리 없는 국내소비자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 1년도 채 안돼 800대 미만(약780대 추산)만 판매된 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기아차 직원들조차 언제 단종 되었는지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다.

#대우 누비라 스패건/ D5 - 잘나가던 시절 '무모한 도전'

누비라 스패건의 광고 사진(위). 디자인이 어찌나 괴상했는지 모델들의 표정도 언짢아 보인다. 

'세계를 누벼라' 라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는 '누비라'는 흔치 않은 한글 이름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반말인건 둘째치고 명령문으로 지어진 차 이름은 자신감이 넘쳐 좀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누비세요'라고 이름을 지었으면 좀 더 팔렸을까. 

이 차는 에스페로 후속으로 1997년 2월에 선보였다. 동급인 현대 아반떼와 기아 세피아보다 큰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이 자랑꺼리였다. 출시초기 누비라의 인기에 자신감을 얻은 대우차는1997년 6월 스테이션 왜건인 '누비라 스패건'을 1998년 9월엔 해치백인 '누비라 D5'를 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 했다. 당시 누비라의 최대단점은 무거운 차체로 인한 더딘 가속감이었는데, 누비라 스패건은 더 무거워진 차체로 인해 주행성능이 매우 떨어졌다.

또 누비라D5는 트렁크를 싹둑 자른 어색한 디자인으로 인해 판매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왜건과 해치백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왜건 시장을 열기는 커녕 아예 싹을 잘라버린 셈이다. 

#기아 엘란 - 팔면 팔수록 손해?

기아엘란. 지금 출시해도 아깝지 않은 차다.

기아차가 1996년 7월 출시한 로드스터 스포츠카다. 기아차가 엘란의 판권을 로터스에서 인수 후 대부분 부품을 국산화해 생산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무 후무한 컨버터블 승용차다. 

최고 출력은 151마력, 최대 토크는 19.0kg·m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20km이며, 시속 100km 가속까지의 소요 시간은 약 7.4초로 당시 차량들과 비교하면 훌륭한 성능이었다.

하지만 엘란은 당시 국내소비자들의 스포츠카에 대한 인식 부족과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적었다. 결국 1997년 외환 위기와 엘란 자체의 수익성 부족으로 1999년 후속 없이 단종됐다. 

한편 당시 기아차는 엘란을 한대 판매할 때마다 1000만원 가량의 손해를 본것으로 전해진다. 일일히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이 차는 생산 원가를 4000만원은 잡아야 하는데 비해 판매가격은 2700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물량을 늘리고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1997년 외환 위기와 엘란의 수익성 부족으로 악화로 인해 1999년 후속 없이 단종되었다.  

때 마침 기아차가 파산했는데, '팔리지도 않을 로드스터'를 도입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했다며 경영진들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엘란의 실패는 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이후 자동차 회사들이 로드스터를 내놓지 못하는 강한 트라우마로 작용되기도 한다. 

#GM대우 스테이츠맨 - 사이드 브레이크는 조수석에서 올려야 제 맛!

GM대우 스테이츠맨. 한국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게 흠이었다

2005년 5월 GM대우는 당시 현대 에쿠스나 쌍용 체어맨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으로 호주에서 생산된 '홀덴 스테이츠맨'을 수입해 판매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데, 땅덩어리는 엄청나게 큰 반면 인구가 적어서 자동차 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낮고 기술력도 그리 대단치 못하다. 

홀덴 자동차를 수입해서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팔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어처구니 없는 실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차는 당시 국내 대형차로써는 가장 긴 차체(5195mm)를 가지고 있었으며 후륜구동 방식에, 편안한 승차감, ESP(차체자세제어장치)장착 등 각종 편의∙안전사양을 갖췄던 모델이었다.

그러나 한국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게 흠이었다. 어색한 곳은 한둘이 아니었는데, 특히 차가 좌측 통행하는 호주 상황에 맞춰져 있어 사이드브레이크가 조수석 쪽에 달려 있었던 점은 압권. 최고급차라고 하는데 당시로서도 찾아보기 힘들던 팝업 안테나가 길다랗게 튀어나오는 점이나, 촌스러워 보이는 외관 등 한국 소비자 정서와 전혀 맞지 않았다. 때문에 스테이츠맨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1년여만인 2006년 7월 단종됐다. 이어 등장한 신형 베리타스도 역시 이렇다할 성과 없는 흑역사로 남았다. 

#삼성 야무진 - 야무지게 망했다

삼성 야무진. 짐을 실으면 차대가 휘거나 서스펜션이 내려앉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야무진은  닛산의 1톤트럭인 아틀라스 100을 베이스로 하였으며 디자인은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수정해 1998년 11월에 출시됐다.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우수한 성능과 내구성은 한국 트럭 시장을 평정하고 남을법 했다. 

하지만 경쟁 모델 포터와 봉고는 상대적으로 성능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과적을 일삼는 한국의 화물차 특성에 맞게 만들어졌다. 표기된 적재량보다 몇배의 짐을 실어도 끄떡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 기준으로 만들어진 '야무진'트럭은 너무나 착실한 나머지 1톤 이상 적재하는 불법을 상상조차 못했다. 때문에 한국 트럭운전사들이 평소와 같이 산더미처럼 짐을 실으면 차대가 휘거나 서스펜션이 내려 앉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판매량이 늘지 못했고, 단종되고 말았다.

#GM대우 G2X - 수동 소프트톱에 수입차 훌쩍 넘은 가격

GM대우 G2X. 돼지코 마크는 지금도 적응안됀다. 

2007년 8월, 한국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2인승 로드스터'에 소프트톱 천장은 수동으로 여닫아야 하는 차가 등장했다. GM의 계열사 새턴의 스카이(Saturn Sky)를 수입해 멋없는 대우 '돼지코' 마크를 붙이고, 'GM대우 G2X'라는 우중충한 이름까지 달았다. 생산은 미국 GM공장에서 하고 GM대우에서는 판매만 했다. 출시 가격은 4390만원이었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G2X는 1300Kg의 가벼운 차체에 최고출력 264마력, 최대토크 36kg.m, 0km에서 100km 가속시간 5.5초라는 고성능을 냈지만 로드스터에 대한 인식부족, 비싼 가격과 수동 소프트 탑 등 국내 실정과는 거리가 멀어 판매가 저조했다. 단 1년 정도만 판매됐는데, 100여대를 조금 넘기고 단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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