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수소차에 깃발 꽂은 현대차, 주도권은 도요타에 뺏기나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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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2 11:42
[스케치북] 수소차에 깃발 꽂은 현대차, 주도권은 도요타에 뺏기나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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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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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2013년 자동차 회사로서는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차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가 모터를 돌려 움직이는 원리다. 물 외엔 배출되는게 없으니 말 그대로 청정자동차라 하겠다.

 

현대차는 투산ix를 개조해 만든 수소차의 판매를 시작했고, 유럽에서 100대 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유럽 출시 당시 독일 유력 매체인 포커스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 차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면서 정부가 충전소 등의 인프라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심은 거기서 끝났다. 요즘 독일의 눈길은 도요타가 내놓은 수소차 미라이로 향하고 있다.

#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덕 톡톡하게 본 도요타 미라이(Mirai)

현대차가 투싼ix 수소차를 판매한지 약 2년이 지났을 때 도요타는 미라이를 출시했다. 일본 정부의 수소차 지원 정책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그런데, 미라이는 자체적인 상품성 이외에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아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된다. 바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 도요타 미라이

디젤게이트 이후 유럽에 등장한 미라이는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매체들은 일제히 미라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이 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독일차도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사설부터,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기사까지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디젤게이트와 맞물려 미라이를 중심으로 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순식간에 독일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 전기차의 애플=테슬라, 수소차의 애플=도요타?

이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유럽에 진출했을 당시와 비슷한 분위기다. 당시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테슬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미 유럽인들은 테슬라를 마치 전기차계의 애플 같다고 여겼다. 판매량과 무관하게 테슬라는 가장 앞선 전기차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다. 실제로 독일의 한 언론은 '전기차의 애플이 된 테슬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 도요타 미라이

미라이를 출시한 도요타 역시 수소차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애플로 불리는 것처럼 자신들이 수소차의 애플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듯 매우 적극적인 미라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참고로 구글 등에서 'Mirai'와 'ix35 Fuel Cell'을 검색해 보면 미라이는 2천만개가 넘는 검색결과가 나오는 반면, 투싼ix 수소차는 고작 30만개 이하가 뜬다. 단순히 검색결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미라이에 대한 반응은 현대차가 수소차를 출시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 수소차에 먼저 깃발 꽂은 현대차, 선점 효과 잃어버리나

도요타는 2020년까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소차 특허 수천건을 무료로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공개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말이 무료 공개지 기본적으로는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자신들의 기술을 알려줄테니 그대로 따라오라는 것으로, 미래 친환경 수소차의 표준이 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이런 전략은 현대차가 먼저 시도했어야 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라는 타이틀에 머물러 있다가는 선점 효과를 맥없이 빼앗길 수 있다. 미라이를 내놓은 도요타뿐 아니라 독일 업체들까지도 수소차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 인프라가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멈춰서는 안된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수소차를 이용해야 한다.

BMW를 떠올리면 펀드라이브가 생각난다. 안락함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매특허고, 내구성과 하이브리드는 단연 도요타다. 이들과 비교해 현대차는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과 대표적인 이미지가 부족하다. 때문에 새로운 영역인 수소차 분야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매우 좋은 기회다. 

▲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그런데 현대차 한 관계자는 "수소차 판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아직 이 부분이 미비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소차 마케팅을 펼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현대차 측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대부분 시장이 활성화된 다음에야 발을 담그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정말 자신들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확실한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과 도전 없이는 시장을 선도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수소차 시장에 대한 해외 반응과 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과감하게 움직이길 추천한다. 수소차는 현대차에게 분명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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