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의 흑역사, K5 스포츠왜건은 구세주될까?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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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1 14:26
왜건의 흑역사, K5 스포츠왜건은 구세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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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도로에서 해치백을 보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 불과 몇년만해도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리던게 우리나라다. 다행스럽게 해치백은 무덤에서 빠져나왔지만, 왜건은 여전히 빛도 들지 않는 깊은 구덩이에 빠져있다.

해치백은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성공적인 사례에 힘입어 그 시장이 계속 확대됐고, 결국 국산차 브랜드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왜건은 수입차 브랜드의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됐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왜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굳어졌다. 그동안 꽤 많은 왜건이 우리나라에서 탄생됐지만, 우리가 미처 존재를 파악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 도요타 퍼블리카 왜건. 신진자동차 퍼블리카 왜건도 이와 동일하다.

우리나라 브랜드가 왜건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67년의 일이다. 한국GM의 전신인 신진자동차는 도요타와 기술 제휴를 맺고 여러 승용차를 생산했다. 그중엔 퍼블리카 왜건(Publica)도 포함됐다. 퍼블리카 왜건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 생산됐다. 퍼블리카는 굉장히 작은 차였기 때문에 왜건의 특징을 잘 담지 못했다.

현대차는 1971년 포드 20M 왜건을 선보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포드의 차를 그대로 들여와 조립 판매한 모델이다. 기아차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마쯔다 파밀리아(Familia) 303을 K303란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다.

▲ 기아차 K303 왜건.

1976년 출시된 현대차 포니를 통해 왜건의 반짝 부흥기가 시작됐다. 1970년대는 우리 나라 자동차 역사상 가장 많은 왜건이 출시된 시기며, 판매도 가장 활발했다. 알고보면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가장 인기있었던 모델은 왜건이었다.

하지만 1979년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1981년, 자동차 브랜드 통합 및 지정 생산을 강제하는 ‘자동차 공업 합리화’로 왜건은 물론 전반적인 자동차 산업이 침체기를 겪게 된다. 정부의 조치로 기아차는 상용차만 생산해야 했다. 결국 K303은 단종됐고, 현대차도 포니 왜건의 생산을 중단했다. 도로 위에는 세단과 승합차만이 늘어갔다.

▲ 현대차 포니 왜건.

그러던 1995년, 현대차는 아반떼를 기반으로 제작한 왜건 ‘아반떼 투어링’을 선보였다. 아반떼 투어링은 왜건의 두번째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물론 세단에 비해 판매는 훨씬 적었으나 왜건의 수요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정말 왜건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세단의 수요를 뺏어오진 못했다.

▲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

또 아반떼 투어링은 세단에 비해 엔진 라인업도 부족했고, 가격도 훨씬 높았다. 결국 반짝 인기를 얻는데 그쳤지만,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브랜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기아차는 프라이드 왜건을 내놓았다. 프라이드 왜건은 아반떼 투어링에 비해 인기가 좋았다. 세단이 왜건이 된 것과 해치백이 왜건이 된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프라이드 왜건을 낯설게 보지 않았다. 프라이드 왜건의 프라이드 전체 판매에 있어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 대우차 누비라 스패건.

이후 대우차는 누비라 스패건을 내놓았고, 기아차는 크레도스의 왜건 모델인 파크타운을 선보였다. 다양한 왜건이 쏟아졌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고, 결국 빠르게 단종되고 말았다. 실용적이고 가족적이란 특징은 미니밴과 SUV에게만 집중됐다.

▲ 기아차 크레도스 파크타운.

아주 간간이 왜건이 출시되긴 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현대차 i40 왜건의 경우 유럽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왜건은 우리나라에서 겨우겨우 명맥만 유지됐다.

i40 이후 국산차 브랜드는 이렇다할 왜건을 내놓지 못했다. 오랜 침묵을 깬 것은 기아차다. 기아차는 K303부터 크레도스 파크타운까지 왜건 만들기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였다.

▲ 기아차 스포츠 스페이스 콘셉트.

기아차는 지난해 3월 열린 ‘2015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스포츠 스페이스 콘셉트를 선보이며 기아차 왜건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2016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스포츠 스페이스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K5 스포츠왜건’을 공개한다.

▲ 기아차 K5 스포츠왜건.

K5 스포츠왜건은 신형 K5의 디자인 요소와 스포츠 스페이스 콘셉트의 디자인 특징이 고루 담겼다. 기아차 유럽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마이클 콜(Michael Cole)은 “중형 차급 판매의 3분의 2가 왜건일 정도로 유럽은 왜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면서 “K5 스포츠왜건은 유럽시장에서 기아차의 입지를 높여줄 중요한 모델”이라고 전했다.

▲ 기아차 K5 스포츠왜건.

비록 K5 스포츠왜건은 유럽 전략형 모델이지만 국내 출시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스스로도 장르의 다양성을 위해 한국 시장에 여러 신차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해치백과 왜건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가 안방에서 수입차 브랜드에게 틈새 시장을 내주는 것 조차 가만히 볼리 없다.

▲ 기아차 K5 스포츠왜건.

기아차 관계자는 “K5 스포츠왜건은 유럽 전략형 모델로 국내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왜건은 비록 국내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러 장점을 담고 있는 차”라며 “세단의 주행감각을 갖고 있으면서, SUV만큼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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