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상식] 2000km 전기차 시대, 이제 '마이크로터빈'을 준비할 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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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9 09:26
[자동차상식] 2000km 전기차 시대, 이제 '마이크로터빈'을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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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기차 메이커 테크룰스(Techrules)가 2016 제네바모터쇼에 1000마력이 넘고 20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여러 해외 언론들이 보도했다. 물론 곧이 곧대로 보도한건 아니고, 좀 삐딱했다. '설마 그렇게 훌륭한 차가 나올리 있겠느냐'는 투다. 꽤 길게 주행한다는 테슬라 모델S도 주행거리 400km 남짓, 출력은 691마력(557마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도니 상식을 훌쩍 넘는 수치에 의문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실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번에 테크룰스가 내놓는다는 차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레인지익스텐더(Range Extender)를 이용한 하이브리드카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뿐 아니라 가솔린 등 화석연료를 태워 그 전기로 달린다는 뜻이다. 

사실 레인지익스텐더 자체는 이미 익숙한 기술이다. 전기차 BMW i3에도 옵션을 추가하면 2기통 650cc급 오토바이 엔진을 이용한 발전기를 붙일 수 있는데, 이를 장착하면 당초 130km 남짓이던 주행거리가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쉐보레 볼트(Volt)도 레인지익스텐더로 주행거리가 321km 정도다. 

▲ 재규어의 C-X75 구조도

테크룰스 '슈퍼 전기차'의 핵심은 레인지익스텐더로 가솔린엔진 대신 '마이크로터빈(Microturbine)'을 이용하는데 있다. 연료를 연소 시키고 이 가스로 소형 터빈을 돌려 전기를 발전하는 방식이다. 회전수를 높일수록 효율이 높아지고 크기도 줄일 수 있는데, 현재 기술로도 터빈의 회전수를 10만rpm가까이 올릴 수 있어 30kg 신발 상자만한 발전기면 70kW(92마력) 정도를 낼 수 있다. 더구나 이론적 발전 효율은 휘발유 엔진의 한계인 40%를 훌쩍 뛰어넘어 최대 80%에 달한다. 

피스톤 내연기관 엔진은 왕복운전 및 회전운동을 해야 하는 기계적 한계로 인해 효율이 떨어지고, 높은 회전수로 동작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마이크로터빈은 일단 돌아가면 피스톤 엔진에 비해 월등한 성능과 효율을 보인다. 한번 충전으로 2000km나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을 뿐이지, 굳이 마음 먹으면 안될 것도 없는 셈이다. 

그동안 마이크로터빈은 높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느린 응답속도 탓에 자동차 엔진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차는 배터리를 이용해 달리고 마이크로터빈 발전기는 달릴때나 정차해 있는 내내 최적의 속도로 돌면서 배터리에 충전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솔린 엔진이 자동차의 혁명을 가져왔다면 전기차 시대는 터빈이 열어갈 가능성도 높다. 

▲ 재규어 마이크로터빈 구조도

그동안 다양한 자동차회사들이 마이크로터빈의 장착을 시도했다. 특히 재규어는 2010년 C-X75라는 멋진 슈퍼카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차는 한번 충전으로 900km를 달릴 수 있고, 바퀴마다 각각 달린 전기모터는 총 780마력을 냈다. 14억원이라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책정되지만 않았다면 시대를 뒤바꿔 놓을만한 작품이었다. 

고효율 마이크로터빈은 초고회전을 견딜수 있는 에어베어링 기술과 고온을 이겨내는 세라믹 기술등 첨단 재료 산업과 정밀 기술이 집약돼야 하는 분야다. 아직 마이크로터빈의 가격이 현실화 되지 않았고, 소형화 안정화 정숙성 강화 등 기술적 문제와 질소산화물(NOx) 배출에 대한 친환경 대책 등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지금부터 개발에 나서야 다가오는 마이크로터빈 전기차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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