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푸조 308SW, "실용성은 잠시 잊어줘"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02.26 09:32
[롱텀시승기] 푸조 308SW, "실용성은 잠시 잊어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왜건'이라는 말만 들어도 대번에 '실용성'을 떠올리게 된다. 연비까지 좋은 디젤 모델이라고 하면 더욱 그렇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달리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조 308SW는 더 신선했다. 5개월이 넘는 시승 기간 내내 매번 차에 탈 때마다 왜건이 얼마나 스포티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이번엔 모터그래프 푸조 308SW를 주행 성능 위주로 살펴봤다.

 

# "왜건인데 희한하네"...스포츠카 타는 느낌

차에 앉는 순간 자그마한 크기의 스티어링휠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립감도 좋고, D모양으로 아래쪽을 평평하게 깎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레이싱용 스티어링휠처럼 빠릿빠릿하다. 역시 핸들 직경이 작으면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십년전만해도 작은 레이싱 핸들로 교체하는게 튜닝의 기본중 기본이었다. 작은 직경은 슬라럼을 할때 핸들을 공격적으로 돌리는데 도움이 된다. 생각보다 너무 잘 돌아가 처음엔 좀 적응해야 할 정도다. 

 

스티어링휠은 전자식(EPS) 방식인데, 장착 방식보다 세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유격도 작고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아주 기민하게 움직여주는 특징이 있다. 직진 안정성도 우수해 불안감이 적다. 민감한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을 차체가 꽤 정확하게 받아준다. 코너에서도 스티어링휠에 따라 머리가 재빠르게 이동했고, 후면부도 신속하게 따라붙는다. 다만 뒤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은 들어서 급한 코너링에선 노면 상태에 따라 뒷부분이 통통 튀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308SW는 왜건임에도 휠베이스를 적당한 수준으로 늘려 차체 비율이 적당하고 운전 느낌도 좋다. 해치백 모델에 비해 코너링에선 손해를 보겠지만, 밸런스가 워낙 뛰어나 문제될 것은 없었다.

# 잘 만든 플랫폼하나 열 모델 안두렵다

 

308의 차체는 푸조의 새 플랫폼인 EMP2로 만들어 더욱 탄탄해졌다. 필요에 따라 길이를 늘이거나 너비를 바꿔가며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모듈형 플랫폼이다. 원가 절감은 물론 효율성과 기능 향상면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최근 여러 자동차 브랜드에서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다. 

푸조는 이 플랫폼을 통해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였다. 차체 곳곳에 가벼운 알루미늄을 적용했으며, 차체의 76%를 고장력강판으로 만들어 뼈대의 무게를 무려 140kg이나 줄였다. 특히, 충분한 강성 확보를 위해 레이저 용접 사용을 12m로 늘렸고, 핫스탬핑 공법의 적용 범위도 넓히는 등 주행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잠시만 주행해봐도 강성이 느껴진다. 차의 무게 이동이 자연스러운 데다가,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거칠기로 유명한 프랑스 노면에서 담금질한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줬고, 댐퍼와 스프링 개선을 통해 요철 등을 지난 후 발생하는 2차 충격과 잔진동을 최소화시켰다. 튀지 않고 눌러주는 느낌이 든다. 

# 달라진 파워트레인, 엔진 성능 올리고 변속기도 업그레이드

 

플랫폼 변화에 맞춰 엔진과 변속기도 달라졌다. 신형 308에 탑재된 1.6리터급 블루HDi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로, 이전(112마력, 27.5kg·m)보다 동력 성능이 꽤 좋아졌다. 제원상으로는 현대차 i30(136마력, 30.6kg·m)보다는 출력이 16마력 낮지만, 폭스바겐 골프 1.6(105마력, 25.5kg·m)과 비교하면 출력은 15마력, 토크는 5.1kg·m 우수한 수치다.

숫자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엔진의 힘을 뽑아내는 능력은 상당하다. 낮은 RPM에서도 변속 없이 빠르게 가속하는 디젤 특유의 높은 토크를 이용하는 주행감각도 좋고, 가속페달을 꾹 밟아 시프트다운을 시키며 가속하는 느낌도 매력적이다. 1.6리터 차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이는 새롭게 탑재된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역할이다. 기존 모델은 수동기반의 자동변속기인 MCP가 장착됐는데, 연료 효율에는 유리하지만 특유의 변속 충격 때문에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은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이는 푸조(시트로엥)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해 변화가 필요했다. 

실제로 6단 자동변속기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308SW는 전혀 다른 차가 됐다. 탑재된 1.6 HDi 엔진의 능력을 야금야금 뽑아내면서 시종일관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듀얼클러치처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수준의 변속이다. 예전 MCP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한 수동 변속도 꽤 빠르고 직결감이 있다.

 

# 독특한 스포트 모드, 사운드 분리는 아쉬워

스포트 모드는 남다르다. 기어 노브 아래에 있는 스포트 버튼을 1~2초가량 누르면 다이내믹모드로 바뀌면서 변속 타이밍을 늦추고 최대한의 엔진 회전수를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일반 스포트 모드와 다를바 없지만, 308SW는 여기에 붉게 변하는 계기반과 으르렁거리는 가상 사운드를 추가했다. 달리기 능력이야 비슷하겠지만, 시각과 청각으로 느껴지는 감성마력(?)을 추가해 더 빠르고 재미있게 주행하는 느낌을 줬다.

 

이 가상 사운드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색해 하는 사람도 많다. 차에 어울리는 소리로 좀 더 튜닝이 되면 좋겠다. 

 

계기반에도 신경을 썼다. 다이내믹모드가 되면 계기반이 붉게 물들면서 속도계와 회전계 사이에 독특한 주행 정보가 나타난다. 파워(출력)와 부스트(터보의 압력), 토크의 수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것인데, 현재 내가 어느 정도의 힘을 사용하면서 주행하는지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력과 토크는 제원에 쓰인 120마력, 30.6kg·m, 터보의 압력은 대략 2.8바(bar)까지 쭉쭉 올라간다. 

 

308SW를 시승해보니 핸들링과 코너링, 가속성, 안정성 등 전체적인 주행 밸런스가 매우 뛰어났다. 왜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는 이유로 단순히 실용적인 차라고만 생각했는데, 장기간 시승해 보니 동급 어떤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주행 능력을 갖춘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푸조는 다카르랠리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성실하게 충실히 주행 성능을 갈고 닦은 브랜드다. 이런 노력은 야심차게 선보인 신형 308에 꾹꾹 담겨 들어갔고, 실용성을 높인 왜건 모델 308SW에도 무사히 잘 전달된 듯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