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제조사들, 3개 그룹으로 대통합 ‘큰 물결’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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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3 14:47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 3개 그룹으로 대통합 ‘큰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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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상품성을 높인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3개의 큰 그룹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축이 돼 스즈키, 마쓰다, 미쓰비시, 스바루 등을 인수합병한다는 급진적 주장이다. 

 

자동차 기술 개발 비용이 점차 상승할 뿐 아니라 친환경,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차량 개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양산차 제조사들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나 자율주행차의 높은 개발 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분석이 나온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활발한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기존까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던 경차 전문 회사 다이하츠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했으며, 이후 여러 자동차 회사에 인수합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다이하츠 회장 마사노리 미츠이(Masanori Mitsui)는 합병이 유일한 방안이었다고 했다. 마츠이 회장은  "업계의 대변동과 치열한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도요타와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 합종연횡(合縱連衡) 시작됐다

2주 전, 니케이 신문등 일본 언론들은 스즈키와 도요타가 얼라이언스를 맺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스즈키의 주가가 10% 상승하는 등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분위기다.

마쓰다도 심상치 않다. 마쓰다는 과거 포드와 37년간 긴 동맹을 유지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포드가 2008년부터 마쓰다의 주식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두 회사간 개발, 생산 협력이 끊긴 상태다. 때문에 마쓰다는 지분을 나눌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고 있다. 

마쓰다는 지난해 도요타와 친환경 자동차 기술 공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일본 언론을 비롯한 업계에선 마쓰다와 도요타간의 얼라이언스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마쓰다의 재무부 임원 테츠야 후지모토(Tetsuya Fujimoto)는 토요타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4일 밝혔다.

혼다는 이미 작년 GM과의 수소 연료전지 차 공동 개발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했다. 혼다의 회장 다카히로 하치고(Takahiro Hachigo)는 GM과의 수소 연료전지 공동 개발이 성공적이었으며 이 기술은 차세대 차량에 탑재 될 것이라고 지난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밝혔다. 그는 이어 "전기차, 인공 지능 등의 차세대 기술, 또는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GM과 지속적으로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혼다는 GM외에도 차세대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과 얼라이언스나 인수합병을 할 가능성도 높다. 

▲ 르노-닛산의 지배구조. 르노가 닛산의 지분을 훨씬 많이 보유했다. 르노를 소유하면 닛산도 소유하게 되는 구조다. 

닛산자동차도 심상치 않다. 닛산은 지난 16년간 르노와의 얼라이언스 관계를 이어 왔지만 작년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개입으로 르노와 닛산 사이에서 권력 싸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르노의 주식 보유량을 늘린데 이어, 법률을 바꾸면서까지 의결권을 두배로 늘린게 문제였다. 프랑스 정부는 2대 주주인 닛산을 배제하고 르노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면서 4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닛산의 지배적 권한까지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닛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결국 닛산이 르노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일본 자동차 제조사와의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구상 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 "협력과 합병만이 살길이다"

도요타가 보유한 약 55조원에 달하는 현금과 단기 투자금은 타 6개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도요타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비에도 월등히 많은 투자를 한다. 지난 1년간(3월 회계분기) 약 11조의 연구개발 비용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혼다를 제외한 타 5개 제조사의 연구개발 비용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런 이유에서 도요타 외의 다른 제조사들은 경쟁력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인수합병이나 얼라이언스를 도모 할 수 밖에 없다. 

▲ 국내서도 인기있는 다이하츠의 2인승 컨버터블 경차 코펜

일본의 여러 자동차 회사들은 각기 막대한 개발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결국 만들어내는 자동차는 거기서 거기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 비용이 나날이 상승하는 양산차 제조사들에게는 인수합병이나 얼라이언스가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이미 유럽에선 폭스바겐, 피아트 등이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시행해 성공을 거뒀다. 

제프리스 그룹(Jefferies Group) 분석가 타카키 나카니쉬(Takaki Nakanishi)는 "한 나라에 한 개나 두 개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있으면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만, 일본은 제조사들이 너무 많아 인적, 물리적 자원이 과도하게 분산된다"면서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자원 낭비를 막는 것이 합리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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