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신형 플랫폼 기아 K7, '소프트 카리스마'란 무엇인가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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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04 19:27
[시승기] 신형 플랫폼 기아 K7, '소프트 카리스마'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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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종류의 운전자들이 있다. 자동차의 본질은 달리고 돌고 서는 것이라고 믿는 쪽이 있는가 하면, 원하는 곳으로 가는게 본질이라는 부류도 있다. 

본질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측은 어설픈 핸들이나 밀리는 브레이크, 혹은 재미가 없는 차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차를 이동 수단으로 보는 측은 실내 정숙성이나 거주 공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오히려 ‘운전 감각’까지 문제 삼는 운전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맞고 틀린 문제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까지는 그저 문제 없이 목적지로 잘 이동하는 차를 추구했다. 그러니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을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다시말해 1차원적 배고픔을 벗어나 음식 맛까지 신경 쓰는 다차원적이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대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제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신차들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훌륭한 운동성능과 주행감각과 품질을 갖췄다. 그러나 기아 K7은 그 변화의 과도기에 있는 차다. 겉모양과 실내의 소재에 큰 투자를 한 반면, 운동성능에 대한 노력은 그 정도까지 못된다.

 

# 잘나가는 자동차, 묘한 연비운전 대회

1세대 모델에 비해 50kg 가량 무거워졌다. 무겁다는 현행 쏘나타에 비해서 90kg 가량 더 무거운데도 꽤 가볍게 튀어 나갔다. 휴대용 계측기를 통해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측정해보니 7.3초 정도였다. 대번에 ‘잘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행감각은 매우 부드럽다. 겉모양에선 꽤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던 것과 달리 정숙하고 안락한게 특징이다. 특히 뒷좌석에 앉으면 헤드레스트의 푹신함에 한번 놀라고, 편안한 주행 감각에 또 놀란다. 19인치 휠을 끼웠는데도 노면의 잔충격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이 차에 처음으로 적용된 전륜구동 8단 변속기는 부드러운 쪽에 초점을 맞췄다. 변속되는 과정이 느긋하다. 7단 기어부터 연비를 위한 모드고, 시속 100km는 돼야 들어가는 8단은 7단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어디까지나 연비를 위한 8단 변속기다. 

 

이미 여러 차에 적용된 바 있는 헤드업디스플레이나, 긴급제동시스템,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도 경쟁 모델들에 비해 앞선다. 내비게이션도 우수하고, 이와 연동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마음에 든다. 전자장비의 완성도가 매우 우수하게 발전했다. 

다만 이번 시승행사는 연비 운전 대회를 겸했는데, 대부분 기자들이 공인연비(3.3리터 19인치 기준 9.7km/l)보다 약간 우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W호텔에서 출발해 90km 구간을 고속도로로만 주행해 단 한차례도 멈추지 않는 길을 시승코스로 잡았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한시간만에 처음 정차 했다는 기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타이어 공기압이 여전히 높았다. 적정치는 34psi, 타이어가 허용하는 안전 최고치도 44psi인데, 시승차에는 무려 51psi가 들어 있었다. 차가 잘 나가는 느낌도 들고, 연비도 좋아지겠지만 이 정도라면 생명에 위협이 느껴지는 수준이다. 다음번부터 현대기아차를 시승할때는 타이어 공기 펌프를 들고 다닐 작정이다. 

 

# C-MDPS…”미안하다 나 현대기아차다”

코너링은 꽤 인상적이고 부드럽다. 물론 언더스티어가 있긴 하지만 준대형차라는걸 감안하면 이 정도의 언더스티어는 이해된다. 19인치 알로이휠에 독일브랜드인 컨티넨탈 컨티프로컨텍트를 끼운게 눈에 든다. 요즘 현대기아차는 수입 타이어를 끼우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신차를 직접 시운전하곤 하는데, 타이어에 따라 주행감각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지적 했다고 한다. 또 큰 돈 들이지 않고 고급감과 운동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데 한몫 했다. 

그럼에도 이 차는 현대기아차의 전통적인 조향감각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다소 둔한 느낌이 있고, 즉각적이지도 않아 C-MDPS가 적용된걸 대번에 느낄 수 있다. 이 정도 차급에선 R-MDPS를 적용하는게 기본이고, 기존 K7도 엘크테스트에서 핸들 잠김을 비롯, 내구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굳이 이걸 이용하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드라이빙 모드에 스포츠 모드가 있긴 하지만 바꿔봐도 조향 감각에 그다지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즈는 이전의 16/15인치에서 17/16인치로 늘렸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날카롭지 않다. 겉모양은 카리스마 넘치는데 주행 느낌은 소프트하기 때문에 '소프트 카리스마'라고 홍보하는가보다.

 

# 실내, 외관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

자동차의 매력은 비율과 전면 그릴에서 나온다. 이 정도면 마세라티가 울고갈 정도로 멋진 그릴이다. 멀리서 보면 실루엣 전체도 우아해 유럽차의 느낌이 든다. 선택할 수 있는 차체 색상은 무채색, 진중한 색 위주다. 

그릴과 함께 헤드램프 디자인도 꽤 새로운 형태인데 이게 차세대 기아차의 주력 디자인 콘셉트가 된다고 한다. 다만 하이빔 램프는 할로겐, 일반 전조등은 HID로 돼 있어서 품격에 걸맞지 않는다. 기아차의 한 임원에 따르면 올 여름 쯤 LED 램프만 적용 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내 공간은 제네시스와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공조장치 다이얼과 볼륨조절 다이얼의 뒤바뀐 위치도 제네시스와 같다. 혼동 된다고 지적 받던 부분이지만 굳이 바꾸지 않았다. 화려함을 최대한 억제하고 간결한 멋을 추구했다. 디자인 엑센트는 단순하게, 전체 구성은 시원하게 내놨다. 

달리기 성능, 승차감, 거주공간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자동차다. 이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만들기 성능은 세계에 내놓아도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다만 이건 '이동의 수단'으로서 자동차를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자동차의 근본이 주행의 즐거움이라고 믿는 운전자나 스포티한 외관과 함께 주행성능이 발전했을거라 기대하는 소비자라면, 미안하지만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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