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디자이너' 이안 칼럼, "재규어 XJ는 가장 스포티한 플래그십"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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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6 08:33
'세계 3대 디자이너' 이안 칼럼, "재규어 XJ는 가장 스포티한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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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니, 성격이니, 품격이니… 어쩌고저쩌고 해도 어차피 첫인상은 3초 안에 외모에 의해 결정된다. 속된말로 생긴게 별로면 슬쩍 주었던 눈길도 금세 거두기 마련이다. 수천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고르는 것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성능, 연비, 안전을 따지더라도 결국은 일단 외모가 마음에 든 후에야 선택지에 올리든 지갑을 열든 하는 법이다.

 

재규어는 수많은 자동차 업체 중에서도 유독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다. 화려했던 역사에서 쌓여온 헤리티지(유산)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며, 이를 계승·발전 시키기 위한 목표의식도 뚜렸하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인 레이싱 DNA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재규어만의 디자인으로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 불리는 이안 칼럼이 있다. 1999년에 합류해 재규어만의 독특한 패밀리룩과 매력적인 디자인 요소를 그려내며 XK를 시작으로 XF와 XJ, F-TYPE, XE 등 최근 나온 재규어의 모든 라인업을 총괄하며 재규어 디자인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재규어 뉴 XJ를 출시회에서 이안 칼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안 칼럼은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해 뉴 XJ와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Q. 벌써 한국이 두 번째 방문이다

'2013 서울모터쇼'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왔다. XJ는 개인적으로 더 애정을 갖는 모델이기 때문에 신모델 출시에 맞춰 오기로 했다.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다. 자동차 시장도 발달했고,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개성 강한 나라다. 다양한 나라를 다녀봤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은 좋은 나라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Q. 플래그십 세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XJ가 갖는 디자인적 강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부분은 재규어 특유의 개성과 독립성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와 비교했을 때 디자인 부분에서 개성이 무척 강하며, 모든 것을 운전자에 초점을 맞춰 만든 차라고 생각한다. 미적으로나 주행적인 측면에서 가장 스포티한 플래그십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XJ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그릴 디자인이다. 일관적인 얼굴을 주기 위해 같은 디자인의 그릴을 유지했다. 1968년 나온 1세대 XJ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데,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한국은 XJ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인데

많이 판매된 나라인 만큼 소비자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한국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안락함, 특히 뒷좌석의 편안함을 원한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세심한 디자인 요소가 추가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근본적인 고민은 이 디자인이 과연 재규어의 것인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소비자들은 재규어라는 브랜드를 사는 것이지, 그 시장에 맞춘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사는게 아니다. 가령 벤츠는 벤츠여서, BMW는 BMW여서, 재규어는 재규어여서 사는 것이다. 한국형 벤츠, BMW, 재규어여서 사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고객이 중요하지만 재규어에게 있어서 최우선은 우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고수하는 것이다.

Q. 재규어는 전통이 매우 강한 브랜드다. 디자인에 제약은 없나

전통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전통을 유지하기 보다는 그 가치를 이어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단순히 전통을 배끼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창조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재규어는 선과 라인이 매우 아름답다. 실내외 디자인 및 소재에 이런 전통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Q. 스포츠카 F-타입의 디자인을 XE와 XF에 사용했다. 그런데 XJ에 F-타입의 테일램프가 달리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 차세대 XJ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2010~2015년은 재규어의 패밀리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즉, 한눈에 봐도 재규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정체성을 만들고 싶었다. XE와 F-타입, F-페이스 등으로 재규어를 나타낼 수 있는 패밀리룩을 형성했다고 본다.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했고, 변신보다는 진화를 위해 노력했다.

이젠 패밀리룩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고 판단된다. 요즘은 새로운 XJ 모델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인 새로운 XJ는 재규어의 새로운 세대를 시작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Q. 요즘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패밀리룩을 지나치게 강조해 차종에 따른 개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이해한다. 그런데 패밀리룩은 브랜드 정체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나가는 차가 재규어인지, 벤츠인지, BMW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패밀리룩이다. 일단 이 차가 재규어인지를 알아본 다음에야 XE인지, XF인지, XJ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Q. 예전 XJ는 전면부의 동그란 4개의 헤드램프가 특징이었다

원형 디자인은 포기했지만, 4개의 램프 구성은 그 포인트를 유지했다. 원형 램프는 요즘 포르쉐나 미니 등만 사용하지, 나머지 브랜드는 이 디자인을 버리고 있다. 초반에는 거부 반응이 있겠지만, 결국 트랜드는 바뀌고 소비자들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순응하기 마련이다. 예전 모델과 다르다고 재규어가 아닌 것은 아니다. 

 

Q.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무엇에 영감을 받나

건축, 사진, 음악 등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왜 좋은지 생각하고, 명확한 내 생각으로 만든다. 이번에 나온 뉴 XJ는 1968년 출시된 1세대 XJ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Q. 앞으로의 자동차 디자인은 첨단 기술과의 융합일 듯하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까지 나온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입장인가 

미래 자동차에 대해서는 늘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는 종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융합은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할 숙제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 바로 판단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선택한 후 정제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다른 요소에 의해 디자인을 양보하는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다.

 

Q. 자동차 디자인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처음 이쪽 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몰랐다. 그냥 공장에서 완성된 차를 찍어내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 하나가 회사를 살릴 수도, 망칠 수도 있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학교를 다니면서는 수학적인 능력과 예술적인 감각을 비슷한 수준으로 공부해야 한다. 두 분야를 모두 잘 알아야 디자이너로서 성공할 수 있다. 진로를 자동차디자인이나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는 설발 기준 및 경쟁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다. 최근에도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 100명 중 10명, 약 10% 남짓이 겨우 업계에 들어온다. 

Q. 내일 신형 K7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또는 한국차 디자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왜 안나오나 했다. 예상했던 질문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피터 슈라이어는 매우 존경하는 자동차 디자이너고,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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