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페라하는 현대차, 국악하는 벤츠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3.11.28 07:15
[기자수첩] 오페라하는 현대차, 국악하는 벤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업계의 모든 것을 Q&A로 풀어보는 '드라이빙라이프'. 이번에는 현대차와 벤츠의 신차 출시회에 대해 알아봅니다. 

아래는 TBN라디오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된 내용입니다.  

- 어제 아주 큰 출시행사가 있었다면서요. 

네 그저께 어제 양일간은 몇년에 한번 있을법한 아주 큰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회를 남산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했구요.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동시에 행사에 참석했고, 그렇게까지 넓은 공간은 아닌데 여기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남산 일대가 아주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습니다.

원래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기술력을 한데 모아놓는 차여서 앞으로 현대차의 분위기를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제네시스가 잘 만들어지면 여기서 검증된 내용을 가지고 상급모델인 에쿠스도 같은 플랫폼으로 바꾸는거죠.

- 최고급 벤츠도 나왔다면서요.

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건너편에 건물을 짓고 1000명을 초대해 신형 S클래스를 공개했습니다. 벤츠 S클래스는 1억 2000만원 정도에서 2억 2000만원 정도 가격이어서 제네시스에 비해 두배 정도로 비싼차여서 직접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각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최고급차라는 점에서 서로 격돌했다는 식의 시각도 있습니다.

▲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클래스 출시회

그런데 우리기업인 현대차는 손님들에게 양식을 대접하고 오페라를 공연했던 반면에 독일기업 벤츠는 국악으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한식을 대접해서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현대차는 럭셔리라고 하기엔 좀 어설픈 공연을 했는데요. 벤츠는 훈민정음에 대해서나 한국 GDP 성장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면서 벤츠가 한국에 잘 이해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강조하고 양방언씨와 노영심씨를 비롯한 수십대의 피아노와 가야금을 동원해서 한국과 서양의 퓨전 공연을 했습니다. 현대차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 자존심 싸움에서 격차가 느껴졌다니 좀 아쉽네요. 그런데 한국차는 수입차 같이 보이려고 하고, 수입차는 국산차처럼 보이게 하려는건가요. 

네 그런면이 있을겁니다. 그러다보니 현대차는 이 제네시스를 독일 아우디에서 온 디자이너 피터슈라이어와 BMW출신 미국인 크리스토퍼 채플린이 디자인한 차라고 얘기했습니다. 또 이 차를 독일의 유명 자동차서킷인 뉘르부르크링에서 가다듬었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 차의 대부분은 한국인들이 디자인했을텐데요. 그걸 쏙 빼놓고 독일인이나 미국인이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겁니다. 그러고봐서 그런지 디자인이 좀 아우디와 BMW를 닮기도 했더라구요. 반면에 BMW나 벤츠는 신차를 출시할 때 한국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면서 이들을 불러와오기도 해서 아주 대조적입니다.

- 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차가 외국에서 디자인 됐다는걸 강조하나요?

현대차 관계자 말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해외 문화를 선호하는 면이 있으니 당연히 거기 맞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현대차가 i40을 출시할 때 유러피안 해치백이라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뭐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거든요. 유럽사람들처럼 살 수 있다는 내용인것 같은데, 문구나 광고나 아주 유치하게 접근했고 그 결과 차가 정말 안팔렸습니다.

이런식으로 광고하는건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봐야죠. 대형차 이상에서는 수입차를 사는 사람들이 이미 40%를 넘고 있고, 가격에 만감하지 않은 층입니다. 이들에게는 자긍심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데, 무언가를 따라한 차를 사느니 오히려 오리지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5년전 현대차가 i30를 처음 국내 팔면서 폭스바겐 골프 못지 않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당시 골프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관심을 받는 차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폭스바겐 골프가 뭐길래 그러냐면서 관심이 늘었고 판매량도 두배 이상 급증해서 없어서 못파는 차가 됐지요. 도요타 캠리도 현대차가 계속 광고에 사용하면서 판매량이 반짝 급증하기도 했구요. 요즘 독일차 붐도 현대차가 자초한 면이 큰데, 이런걸 잊으면 안됩니다.

벤츠도 한국 생활에 더 접근해 있다고 홍보하는데, 현대차는 마치 한국과 동떨어진것처럼 행동하면 차에 왜 관심을 갖겠습니까. 삼성 핸드폰이 처음 '한국지형에 강하다'고 주장하면서 모토로라를 이긴것 처럼 더 앞서는 요소를 만들어내줘야죠.

- 막연히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군요.

네 따라하면서 더 잘하면 모르겠는데 철학없이 여기 저기서 조금씩 베껴오는걸 보면 굉장히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럭셔리라고 하면서 막연히 서양 문물임을 강조해선 안되고 한국의 오리지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앞서서 우리 자동차를 누가 디자인하고, 엔진은 누가 설계했고, 이런 점을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고급차를 성공적으로 판매하려면 이런 부분부터 개선돼야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