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750Li xDrive “S클래스와 다른 길을 택하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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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2 12:28
[시승기] BMW 750Li xDrive “S클래스와 다른 길을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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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저 먼곳으로 달려가 있다. 지금껏 7시리즈도 나름의 혁신을 거듭하며 발전했지만, S클래스의 바퀴자국을 그대로 쫓기 바빴다. 결국 7시리즈는 S클래스를 제대로 앞지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신형 7시리즈는 S클래스의 뒤를 쫓지 않았다. 다른 길을 택했다. S클래스와의 선두 싸움에 연연하지 않게 되니, 많은 것이 자유로워졌다. 오히려 더 BMW의 색채가 뚜렷해지기도 했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신형 7시리즈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더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중후함보다는 세련됨을 내세웠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조됐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실내 디자인은 최고급 소재로 마감됐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첨단 기술이 아낌없이 적용됐다. 스티어링의 감각은 S클래스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며, 신소재를 사용한 차체 구조, 다양한 안전 장비 등 이 시대의 자동차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더욱 젊고 화려해진 7시리즈

젊다. 단순히 젊은 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련됐다. 이목구비는 뚜렷하고, BMW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명확하게 담겼다. 중후함보다는 역동성이 강조됐다. 

헤드램프에서 뻗어나와 테일램프까지 이어진 굵은 선, BMW 특유의 C필러 ‘호프마이스터 커브’는 당장이라도 힘차게 달려나갈 것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짧은 오버행과 긴 보닛 등 전체적인 비율 또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S클래스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다. S클래스는 정적이다. 차분하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따분하다. 

 

물론 플래그십 세단에겐 역동성이나 긴장감보다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우선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BMW는 그런 보수적인 관념과 맞서고 있는 셈이다. 또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안겠다는 심산이다.

3시리즈가 그랬듯이 헤드램프와 그릴을 최대한 밑으로 배치했다. 레이저 헤드램프는 순백색의 빛으로 상대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더욱 커진 키드니 그릴은 셔터를 자동으로 여닫으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연결은 당차고, 빈틈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또 오버행은 극단적으로 짧고, 그릴과 범퍼는 직각에 가깝게 잘려있어 냉정해보이기도 한다. 

 

테일램프 역시 가로로 길게 배치됐고, LED를 활용해 화려하게 꾸몄다. 또 각각의 테일램프는 굵은 크롬 장식으로 이어졌다. 헤드램프와 그릴을 연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덕분에 큰 차체가 더 넓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신형 7시리즈의 디자인 특징 중 하나는 크롬 장식이다. 어떤 방향에서도 거대한 크롬 장식을 볼 수 있다. 대형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신형 7시리즈는 조금 과도한 면도 있다. 다분히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 작은 버튼까지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BMW 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 브랜드가 디자인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건 외관과 실내 디자인의 통일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신형 7시리즈도 외관 디자인의 콘셉트가 고스란히 실내에도 적용됐다. 역시 젊고, 세련됐다.

 

S클래스가 평면적인 디자인이라면 신형 7시리즈는 더 입체적이고, 운전자 중심적인 설계가 돋보인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조명, 공조장치, 엔터테인먼트, 주행 등의 조작 버튼은 서로 명확하게 분리됐다.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S클래스를 압도한다.

겉보기엔 기존 7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외관보다 더 많은 것이 변했다. 레이아웃은 기존의 것을 조금 수정한 정도지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전부 다르다. 모양만 다른게 아니라, 소재도 전부 새롭게 바뀌었다. 결국, 작은 버튼 하나까지 새로 디자인했다.

 

플라스틱이 사용된 곳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어쩔 수 없이 사용된 플라스틱도 수준 높은 마감을 통해 마치 값비싼 소재처럼 느껴진다. 

반짝이는 크롬 버튼과 장식은 외관 디자인의 크롬 장식을 연상케 한다. 가공이나 사용감은 S클래스를 뛰어넘는다. 다만 실내를 감싸고 있는 가죽의 질은 S클래스가 조금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또 3천km 남짓 탄 시승차의 가죽 시트가 심하게 울어 있기도 했다. 물론, 가죽은 소재나 가공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기도 하다.

# 뒷좌석 공간은 플래그십 세단의 핵심 

시승한 750Li xDrive 프레스티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형 7시리즈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다. 또 롱휠베이스 모델답게 뒷좌석을 위한 여러 가지 편의 장비가 놓이기도 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넓은 뒷좌석을 어떻게 채웠느냐다. 누가 더 넓고 좁냐에 대한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롱휠베이스 모델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된다. 

 

뒷좌석 공간에서도 신형 7시리즈와 S클래스의 차이는 명확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신형 7시리즈의 뒷좌석 공간은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화려한 조명과 대형 디스플레이가 달렸고, 심지어 삼성이 제작한 태블릿까지 놓였다. 이 태블릿을 통해 차의 여러 기능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태블릿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뒷좌석 등받이를 최대 42.5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고, 조수석을 90mm까지 앞으로 밀 수 있다. 또 조수석을 완전히 접을 수 있고, 시트 뒷부분에 마련된 전동 접이식 발받침을 통해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다.

편안한 자세와 관련해서는 S클래스가 더 낫다. S클래스는 발받침은 물론이고, 무릎받침까지 올라와 다리를 완벽히 지지해준다. 또 7시리즈의 뒷좌석 등받이는 비교적 평평해 코너에서 승객의 몸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S클래스는 사이드 서포트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S클래스도 마찬가지지만, 7시리즈도 조수석을 완전히 접으면 운전자가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기 힘들다. 7시리즈는 사이드 미러의 3분의 1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 BMW의 확고한 정체성

굉장히 큰 차임에도 막상 달릴 땐 그 크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롱휠베이스 모델이지만 경쾌하고 사뿐하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감각은 역시 BMW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S클래스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며,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BMW의 확고한 정체성이 7시리즈에도 예외없이 담겼다.

 

여전히 BMW는 신형 7시리즈에 M을 추가하지 않았다. 다만 M 스포츠 패키지를 제공할 뿐이지, 파워트레인이나 섀시 향상을 위한 M 퍼포먼스 패키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는 고성능 대형 세단을 더 세분화하고 있는 시점이라 BMW의 결정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BMW 스스로는 이미 4.4리터 V8 트윈파워 터보가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엔진 성능이 아닌, 차체의 밸런스나 섀시의 정교함과 완성도가 주행 만족도를 더 끌어올린다는 얘기다. M3가 그랬다. 언제나 엔진 성능은 메르세데스-AMG C63이 크게 앞섰지만, 운전의 재미를 갈구하는 소비자들은 M3를 택했다. 

BMW는 그래서 더욱 핸들링에 목을 멘다. 신형 7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운전을 하고 있으면, 승부욕이 생긴다. 스포츠카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플래그십 세단에서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매우 즉각적이고, 명확하다. 저속에선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선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의 각도를 트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xDrive와 조합돼 더 민첩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게 한다.

 

BMW 특유의 스티어링 기술력 노하우나 첨단 기술도 뛰어난 핸들링을 갖게 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게 차체 골격이다. 신형 7시리즈의 뼈대는 현시점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형 7시리즈의 카본 코어 차체는 카본파이버, 알루미늄, 초고장력 강판 등으로 구성됐다. 천장 프레임을 비롯해, A필러, B필러, C필러, 바닥 등에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과 초고장력 강판이 사용됐고, 범퍼, 보닛, 도어, 트렁크 덮개 등에는 알루미늄이 적용됐다. 가벼워야 할 곳, 단단해야 할 곳 등에 가장 적절한 소재를 사용했다. 트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신형 7시리즈는 동급에서 여전히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한다.

 

견고한 차체는 승차감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또 에어 서스펜션은 시시각각 성격을 바꾸면서 뛰어난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 어댑티브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 등은 주행 상황을 판단해 코너에서는 하중 이동에 따라 좌우 서스펜션의 강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한다. 

 

메르세데스-AMG S63은 스포츠 모드에서도 서스펜션 세팅은 승차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기음이나 엔진 사운드를 제외하면, 스포티함으로는 신형 7시리즈에 비해 크게 내세울 것도 없다.

 

ZF가 공급하는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도 주행 질감을 높이는데 크게 일조한다. ZF는 변속기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 중 하나고, BMW는 이 변속기를 가장 잘 조율하는 회사다. BMW의 8단 자동변속기를 보면 굳이 듀얼클러치가 필요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주행 환경이나 모드 변경에 따라 변속기의 성격은 큰 폭으로 변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이나 정숙성, 효율성 등 다단화 변속기의 기본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속 상황에서는 매우 빠른 반응과 폭발력, 직결감 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새로워진 것들

신형 7시리즈에는 굉장히 많은 기술이 담겼다. 우선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한 다양한 편의 및 안전 기술이 눈에 띈다. 전방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은 차량 주변과 차선 및 도로 표지판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정지와 재출발이 가능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에 따라 스스로 스티어링을 조절하는 차선유지 어시스턴트 등이 작동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일시적으로 자율주행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S클래스에도 이미 적용된 기술이다. 다만 다른 점은 신형 7시리즈는 각 기능을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S클래스는 통합적인 사용만 가능하다.

 

양산차 최초로 적용된 제스처 컨트롤도 실내 카메라를 통한 기술이다. 특정 손동작으로 엔터테인먼트나 전화 통화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제스처 컨트롤과 관련해 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도입을 준비 중인데, 실효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이미 꽤 오래전 스마트폰에 적용이 됐지만 사장되고 말았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드디어 터치가 지원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세부적인 그래픽도 한단계 발전을 거뒀다. 내비게이션도 국내 지도 데이터 공급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방대한 정보를 갖게 됐다. 

 

디스플레이 키는 7시리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됐다. 아마 다른건 몰라도 S클래스가 가장 부러워할 부분이다. 열쇠가 조금 크고, 무거워지긴 했지만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 상태, 주행 가능 거리,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원격 시동도 가능하다. 차량 외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며, 센터 콘솔 수납공간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무선 자동 주차도 가능하지만, 아직 국내엔 인증 문제로 도입되지 않았다. 

# 플래그십 세단의 혁신을 제시한다

플래그십 세단은 모든 세그먼트를 통들어서 가장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S클래스가 전통적인 대형차의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면, 신형 7시리즈는 대형차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부터 주행감각, 적용된 기술, 실내의 감성 등 모든 면에서 플래그십 세단이 이토록 젊었던 적은 없었다. 당연히 반발은 있다. 대형차의 소비자들 또한 지극히 보수적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까지 BMW는 선구자의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견뎌냈다. 그런 그들의 배짱과 여유가 신형 7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처음엔 막연히 S클래스를 피해간다고 생각됐지만, S클래스에 대한 열등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선했고, BMW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신형 7시리즈를 경험한다면, 세계 최고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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