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기아 K5 하이브리드…"과거의 나를 잊어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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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5 11:51
[영상 시승기] 기아 K5 하이브리드…"과거의 나를 잊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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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카는 터무니 없이 미숙했다. 초기 모델들을 타보면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오히려 연료를 많이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출시 당시 공인 연비는 21km/l를 훌쩍 넘겼는데 실 연비는 12km/l를 간신히 넘길 정도여서 말그대로 '실험실에만 최적화 된 자동차'였던 셈이다. 

이번 K5 하이브리드의 표시연비는 복합 17km/l를 간신히 넘는다. 그런데 어지간히 주행해도 이 수치를 쉽게 넘는다는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출시 당시 '뻥연비'는 사라지고 이제 좀 신뢰할 만한 연비가 된 셈이다.

겉모양에선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지만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기술적 부분은 속속들이 달라진게 분명하게 느껴진다.

 

# 경차 엔진 넘는 전기모터...고급스럽고 우아해졌다

이제 일상이 돼서 쉽게 잊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반쯤은 전기차인 셈이다. 52마력이라는 출력도 적지 않지만 토크도 20.9kg-m나, 그것도 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차를 발진 시키는 느낌은 꽤 경쾌하다. 일반 가솔린 모델과는 누구나 체감 할 만큼 가속감이 다르다.

디젤 엔진과 비교해 어느쪽이 친환경적인지 아직 명확히 결론 내리긴 어렵지만 전기의 힘만으로 차를 발진시킬 수 있다는건 분명 대단한 메리트다. 적어도 막히는 도로 주행이 많은 경우 하이브리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기분 좋다. 하이브리드를 몰다가 일반 화석연료 차를 몰면 신호대기 중에 기름을 태우면서 서있는게 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모터는 작동을 시작할때는 물론, 변속할 때마다도 이질감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를 동작할때면 발전기가 끼어들었다가 브레이크패드가 작동하다 하는 통에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는 커녕 불안하게 느껴졌다. 이전 차 얘기를 자꾸 꺼내는 이유는, 이번 차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번 K5 하이브리드는 그저 보통의 자동차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연없이 내놓는 여유로운 토크와 좀 더 나은 밸런스 덕분에 조금은 더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차였다. 가속페달의 작동은 물론 제동장치에 발전기가 개입하는 시점도 꽤 절묘하게 조정해 어지간한 운전자는 눈치챌 수 없다.

불필요하게 엔진이 과도한 소리와 진동을 내는 일도 크게 억제됐다. 전기모드로 주행하는 상황에선 비록 모터의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엔진과는 결코 비교할 정도가 아닌, 적막에 가까운 주행이다. 고속으로 가속하는 동안 엔진이 최대 출력까지 쓰는 경우도 눈에 띄게 적었다. 이런 동작들이 매끄럽고, 배터리의 충방전도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동작해서 이해하기 쉽고 연비 운전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 연비 17.5km/l, 더 이상 거짓 아니다

어지간해선 연비를 떨어뜨릴 수가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를 해보지만, 자꾸만 배터리가 충전 돼 버려서 이내 스스로 전기차 모드로 진입해 연비를 회복해버린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길에서도 시동이 꺼져버리니 연비가 그리 나빠지지 않는다.

고속도로나 시내길에서 최대 가속과 제동을 거듭하며 연비를 내리려 했지만 규정속도를 넘지 않고선 평균연비를 12km/l 이하로 내릴 수가 없었다. 반대로 조금만 노력해 연비운전을 하니 20km/l도 훌쩍 넘었다. 이 정도 연비라면 만족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배터리를 더 이용하는 전기차(EV)모드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꽉찬 상태라도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밟으면 금세 엔진이 시동돼 버린다. 배터리를 다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고 집에 도착하게 된다.

이 차가 반쯤 전기차라는 느낌, 미래의 차에 가깝다는 느낌을 부각해주면 좋을텐데 현대기아차는 그런 점을 굳이 희석 시키고 있었다. 이 차는 어디까지나 보통의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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