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디젤차 배출가스 도로 테스트 해보니…뜻밖의 결과
  • 독일=스케치북, 정리=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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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8 14:02
[스케치북] 디젤차 배출가스 도로 테스트 해보니…뜻밖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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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스케치북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리에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완님의 칼럼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현지에서 직접 겪는 교통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점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과 현지 언론의 흐름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 디젤 배출가스 도로 테스트 해보니, 뜻밖의 결과

폭스바겐 그룹의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사건이 세상에 공개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습니다. 여전히 이 문제로 폭스바겐 그룹은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디젤차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2017년부터는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을 실제 도로를 달리며 하게 될 예정인데요. 흔히 RDE(Real Driving Emission) 방식이라고 하죠. 이렇게 됨으로 실험실에서 측정해 나온 결과는 더는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습니다. 급기야 푸조-시트로엥 그룹 같은 곳에선 당장 내년부터 RDE테스트를 통해 나온 배출가스 값을 고객들에게 스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이하 AMS)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실험 결과를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공개했습니다. 8개의 디젤모델과 1개의 가솔린 모델을 모아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 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한 것이죠. 그리고 반전이라고까진 할 수 없겠지만 뜻밖의 결과들이 몇 개 드러났습니다. 

▲ 테스트 대상 모델

# 8개 디젤과 1개의 가솔린, 영국 전문 업체가 측정

우선 AMS는 실험 결과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국 업체가 아닌, 영국 기업 에미션스 애널리틱스(Emissions Analytics)에 테스트를 의뢰했습니다. 이 분야 최고 회사로 평가받고 있는 에미션스 애널리틱스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국 국제청정운송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보고서에도 등장하는 곳인데요. 현재까지 1천대 이상의 자동차 배출가스를 RDE 방식으로 측정해 풍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지난 10월에는 벤츠, 혼다, 마쯔다, 미쓰비시 등에서 나온 디젤 모델 배출가스 값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얘기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한 적도 있습니다. 

AMS는 제조사에 차량을 요청했을 당시 배출가스 측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조사들이 미리 조치를 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테스트된 차량은 모두 제조사에서 제공한 순정상태였고, 여기에 첨단 이동용 배출가스측정장치를 달고 주행거리 100km 이상을 달렸습니다. 시내, 국도, 고속도로 등에서 각 구간별 배출가스 양을 산출했고, 또 운전형태에 따라 배출가스 측정량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로 9대의 차량 모두 동일한 방식과 조건에서 운전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일단 어떤 차량들이 테스트 됐는지 이것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테스트 대상 모델

디젤 8대, 가솔린 1개의 모델이 참여했습니다. 이 중 아우디 Q3는 조작프로그램이 들어간 구형 EA-189타입의 엔진이 장착된 유로5 모델이고 폭스바겐 골프는 신형 EA-288 타입의 엔진이 들어간 유로6 기준의 모델입니다. 참고로 유로5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킬로미터당 180mg이며, 유로6은 킬로미터당 80mg, 가솔린의 경우는 킬로미터당 60mg로, 여기서 말하는 기준은 실제 도로가 아닌 실험실 테스트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주행코스별 질소산화물(NOx) 측정값을 확인해 볼까요?

▲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캡쳐
 
 
 
 
 

# 골프 좋은 성적, 이미지 반전에 성공할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결과라고 한다면 디젤 논란 주범(?)인 폭스바겐 그룹의 신형 디젤 엔진(EA-288타입)은 가솔린 모델인 포드 몬데오를 제외하고 디젤 중 가장 좋은 질소산화물 저감능력을 보여 준 것인데요. 현재 유로6 기준으로 보면 1.9배 초과이지만 2017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유로6 기준으로 본다면 실험에 참가한 8개의 디젤차들 중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게 됩니다. 물론 2020년 이후에는 그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더 줄여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폭스바겐으로서는 이미지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 폭스바겐 골프

# 가솔린 엔진도 안심할 수 없다

두 번째 눈에 띄는 점은 가솔린 차량 포드 몬데오의 결과입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배출가스 측정방법 도입으로 디젤뿐만 아니라 가솔린 모델들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이 결과를 보면 그 말이 엄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시내에서 기준치 (가솔린 유로6은 킬로미터당 60mg까지)보다 5배 가까운 초과 배출이 이뤄졌는데, 통상 가솔린 차량은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가 디젤차 보다 적게 나온다 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디젤보다 더 많은 양의 유해가스를 배출할 수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 어쩌면 가솔린 엔진에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같은 게 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네요.

▲ 포드 몬데오

# 선택적촉매(SCR)가 무조건 대안은 아니다

그리고 테스트 된 모델 중 현재까지 가장 잘 질소산화물 배출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SCR이 무조건 LNT 방식이나 EGR 방식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골프는 더 저렴하고, 질소산화물 배출에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희박질소촉매(LNT) 장치를 달고 있지만 더 적은 배출량을 보였습니다. 또 후처리장치가 별도로 없이 배기가스재순환 장치만 적용한 마쯔다 CX-3가 BMW X5 (SCR+LNT)보다 더 적게 배출을 했습니다. 결국, 어떤 처리장치인가 보다는 어떤 후처리장치를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SCR이 더 낫다는 것은 다양한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기관에서 측정했을 때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보였던 현대 iX35도 이번 테스트에 참여가 됐더라면 좀 더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하게 된다면 어떤 차도 현재 유로6(킬로미터당 질소배출량 80mg)를 맞출 수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VW로 촉발된 디젤게이트가 디젤의 민낯을 보게 했지만, 이 위기가 업체들의 배출가스 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아무리 그래도 피아트 500X는 어떻게 유로6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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