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현대차 캘리포니아주행시험장(2) - 쏠림시험로, “현대차는 한쪽으로 쏠린다?”
  • 미국 LA=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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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3 16:19
[현장에 가다] 현대차 캘리포니아주행시험장(2) - 쏠림시험로, “현대차는 한쪽으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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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프루빙그라운드는 공항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카메라로는 한번에 촬영하기 어렵다. 광각렌즈를 끼우고도 고도 500미터, 거리 2.5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촬영해야 한다고 한다. / 사진=현대기아차

핸들을 앞으로 향하면 전진하는게 당연하건만, 모든 차가 그렇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직진'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같은 차를 타고도 한쪽으로 쏠린다고 느끼는 운전자가 있는가하면 그저 노면이 기울었으니 이 정도 쏠리는건 당연하다는 운전자도 있다. 그러나 분명 자동차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운전자 스스로도 모르게 자꾸만 보타(핸들 방향을 조금씩 틀어 방향을 보정함)를 해야 하는 차는 장거리 운전이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 꿋꿋이 직진해주는 차라면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지고 고속안정성이 우수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동안 현대차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크게 지적 받던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이나 실내외 디자인과 품질에 대해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도 정작 자동차의 본질인 가속페달, 브레이킹, 핸들의 조작감에서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현대기아차 프루빙 그라운드를 구글어스에서 확대해본 사진. 우측 아래에 많은 자동차들이 서있지만 모두 티끌처럼 보인다. / 사진=구글

이들은 수치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기도 어렵고, 전통 깊은 자동차 회사의 노하우로 남아있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자동차 회사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홀히 하기 쉽다. 하지만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하는 도구는 사실 페달과 핸들이 전부인만큼 이들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차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규모가 엄청나다. 에어버스 A380도 너끈히 착륙할 수 있는 직선로를 갖추고 있다.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서 테스트 되는 만큼 차의 내구 테스트에도 제격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에서의 내구 품질을 겨냥했다. 

# 쏠림 시험로…"이젠 더 이상 쏠리지 않도록"

국산 자동차들이 직진성이 부족해 한쪽 방향으로 쏠리곤 했다는건 현대차 직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최신의 차들은 그걸 막기 위해 부던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상황에서나 흔들림 없는 차량의 직진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반 도로에서의 운전 상황은 물론 예외적인 도로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국내 도로는 배수 성능보다는 시공편의성을 우선고려해 일반적으로 0.5도-1도 정도의 경사 각도를 갖지만 미국의 도로는 대부분 우리보다 좌우 구배가 심한 편이다. 직선 도로를 기준으로 2도 정도이고, 도로의 배수를 위해 총 차선 중 중간 차선을 기준으로 좌우 경사를 둔다. 예를 들어, 3차선의 도로라면 중간 차선인 2차선의 중심이 가장 높고 1차선은 왼쪽으로, 3차선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도로의 구배가 중요한 이유는 도로의 경사에 의해 차량의 서스펜션 설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종에 따라서는 한쪽 서스펜션을 반대쪽보다 약간 길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 기자가 탄 제네시스 EQ900가 현대기아차 캘리포니아 프루빙그라운드의 쏠림시험로 구간을 지나고 있다. 1~2도로 기울어진 도로가 1.2km 계속된다. 기울어도 직진을 해야 정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EQ900는 직진안정성 극대화를 위해 각기 다른 경사로 이루어진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다 정교한 수준의 평가를 수없이 반복했는데, 이 같은 평가가 진행된 곳이 바로 이곳의 쏠림시험로다.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는 폭이 5m인 두 개의 차선에 각각 1도, 2도의 다른 구배(측면경사)를 적용한 쏠림시험로를 운영하고 있다. 쏠림시험로에서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은 상태로 주행한 다음 차선과 차선 사이에 표시된 노란 안내선을 얼마나 벗어났는지로 쏠림 정도를 확인한다.

이곳에서 테스트하는 현대차의 기준은 2도 기울어진 도로에서 100미터 주행시 측면으로 1미터 이상만 쏠려도 실격이다. 이때는 서스펜션 세팅을 바꿔야 한다. EQ900의 경우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쏠림시험로의 총길이는 1.2km에 달하는 만큼 해마다 더욱 직진 성능이 우수한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현대차 측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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