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궁금했던 4가지
  • 미국 LA=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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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8 17:50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궁금했던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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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제네시스 EQ900 렌더링

지난 11월 4일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서 크고작은 활동들을 벌이고 있다. 또 18일(현지시간) 프레스데이를 통해 개막될 LA모터쇼에서 아반떼의 공개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국내서 볼 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 EQ900(이큐 나인헌드레드, 프로젝트명 HI)’의 출시다. 현대차는 이 차를 내달 중 국내서 세계최초 공식 출시하고 내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공개 후 세계 시장에 점차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다. 

EQ900는 제네시스 브랜드 첫 모델이라는 점은 물론 최상위 모델로서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 제네시스 EQ900 렌더링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품질 점검이 한창인 EQ900는 차량 주행 테스트에 특화된 미국 캘리포니아州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가혹한 검증을 거치며 품질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출시에 이어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 ‘G90(지 나인티)’란 이름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렉서스 LS 등 동급의 플래그십 모델들과 본격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은 럭셔리 세단의 최대 판매 시장이자 가장 경쟁이 치열한 격전지인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왜 고급차 시장 노리나?…세계 시장, 고급차 늘어나기 때문

전세계 고급차 시장은 소비 양극화, 구매 패턴 변화 등의 원인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세계 고급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10.5%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의 증가율(연평균 6.0%)을 크게 상회했다. 

도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의 판매를 보면 이런 시장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2014년 도요타 판매는 전년보다 2.4% 증가했는데, 렉서스 판매는 9.0%나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도 고급 브랜드(아우디·포르쉐·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의 판매 증가율이 대중 브랜드(폭스바겐·스코다·세아트)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고급-대중 브랜드간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 고급차의 기술력과 이미지가 대중차로 전이되고, 대중차의 판매 증가가 고급차에 대한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판매대수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고급차 시장이 브랜드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고급차 기반 완성차 그룹인 BMW와 다임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에 육박해 자동차업계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고급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일본 업체들이 미국을 겨냥해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런칭한 이래,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재규어 랜드로버를,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 합병한 것 모두 고급차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 수요의 확대와 더불어 최근 고객 요구가 점차 개인화, 다양화되는 것은 고급차 시장의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IT기술의 발전과 개인적인 만족과 경험을 중시하는 구매 성향이 높아지면서 고객의 요구는 더욱 세분화되고 있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제품은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도 구매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 지고 있다.

대중 브랜드만으로는 이처럼 복잡해진 고객의 요구와 높아진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면서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때문에 고급차 시장을 노리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가 내놓은 답이 바로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런칭이다.

# 왜 ‘제네시스’인가? … 1, 2세대 모델의 성공 신화가 브랜드에서도 구현될 것

현대차는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종명을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에쿠스가 아니라, 제네시스를 선택한 점도 그렇다. 

현대차에 따르면 실제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프로젝트명 BH) 개발 착수 시점부터 2008년 출범을 목표로 준비가 진행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고급차 시장 위축과 완벽함을 기하기 위한 내부 필요 등으로 인해 론칭이 연기되고 1세대 제네시스는 차종명이 됐다. 

그렇게 2008년 출시된 1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최초 별도전담 개발팀을 구성, 독자 개발 후륜구동 방식 최초 적용 등 숱한 이야기 거리를 남기며 최고 품질의 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9년 1월에는 일본 업체를 모두 제치고 아시아 대형차 최초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10년 당시 미국 유명 경제잡지 포춘은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고, 경제 위기로 부유층들마저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고급차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 (사진제공=Stefan Baldauf)

2013년엔 2세대 제네시스(프로젝트명 DH)를 선보였다.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새로운 차량개발 철학인 ‘기본기 혁신’이 처음 적용된 신차로, 초고장력 강판 확대 적용을 통한 최상의 주행성능 및 안전성 확보로 이전 모델 대비 보다 진일보한 상품성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2세대 제네시스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시험 결과에서 승용차 세계 최초로 29개 세부평가 전 항목 만점을 획득, 최우수 등급을 달성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제네시스는 판매에 있어서도 미국 동급시장(미드 럭셔리 세단)에서 올해 10월까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달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도 고급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2세대 제네시스를 통해서는 유수의 고급 브랜드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의 새 이름으로 제네시스를 택했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제네시스 차명을 활용함으로써 초기 시장 진입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선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 왜 ‘제네시스 EQ900’인가? …

▲ 모터그래프가 만든 제네시스 EQ900 실내 렌더링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인 EQ900는 현대차가 그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모두 집약시켜 디자인에서부터 주행성능, 안전성, 정숙성에 이르는 전 부문에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했다. 

특히 전방위적 안전 추구(Full Range Safety), 최상급의 편안함(First Class Comfort), 정제된 동력성능(Refined Driving)을 제품 콘셉트로 삼았다. 이를 통해 최고의 상품성을 확보해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 등이 속해 있는 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게 현대차 측의 계획이다.

외관도 품격에 걸맞게 디자인 됐다. EQ900는 럭셔리 세단 고유 비례에 더해 웅장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요즘 유행하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은 낮추면서도 동력성능을 극대화한 ‘람다 3.3 터보 GDi 엔진’을 적용해 ‘오너 드리븐카’로서의 운전 재미도 더했다. 3.3리터 터보엔진은 3.8리터급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 

이와 함께 전자제어 서스펜션에 샤시 통합제어 기능을 추가한 ‘HVCS(Hyundai Variable Control Suspension)’, 자율주행 시스템의 초기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Highway Driving Assistance)’, 신체 조건별로 최적의 운전 자세를 자동 설정해주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등 첨단 기술력을 모두 녹여냈다.

▲ 제네시스 EQ900 제원비교표

품질을 위해서도 위해 국내 남양연구소의 수밀, 고온, 부식내구 등 온갖 기능특성 시험과 각종 주행로 시험을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고속주행이 가능한 영암 F1 서킷, 전국의 고속도로 및 시내도로, 강원도 대관령, 지리산 노고단길 등 국내 모든 도로 환경에서 가혹한 주행시험을 거쳤다.

아울러 해외에서도 지옥의 서킷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비롯해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과 데쓰밸리, 알래스카 등에서 혹독한 담금질을 거치며 전세계 어떤 주행환경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품질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실내 곳곳에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좌석 시트의 스티치 라인 하나에까지 공을 들이는 한편, 스티어링 휠의 손이 자주 닿는 가죽 부위에는 촉감이 뛰어나고 온도 변화가 적은 가죽을 적용하는 등 고객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도록 감성품질을 극대화했다.

최근 고급차 구매 고객이 단순히 비싼 차를 과시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주고 사용할수록 만족감을 주는 실용적 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 역시 신규 시장 진입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 하필 왜 ‘미국’에 집중하나?…최대시장 미국서 성공해야 글로벌 시장 성공을 담보

제네시스 EQ900는 내달 국내 출시에 이어 내년 1월 디트로이트에서 G90란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차가 미국을 해외 시장 공략의 첫 기점으로 삼은 것이다. 아울러 현 2세대 제네시스의 연식 변경 모델도 내년 중 G80(지 에이티)란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유는 미국이 고급차 시장에 대해 여전히 장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비록 자동차 전체 판매량에선 지난 2009년부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고급차에 있어서는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고급차 판매에 있어서 부동의 1위 국가로, 지난해 총 200만대의 고급차가 판매돼 중국(180만대)을 제치고 최대 시장의 자리를 유지했다.

 

IHS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43만대에 불과했던 미국 고급차 시장은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2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20년경에는 2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고급차 시장 또한 2010년 기준 579만대에서 10년이 지난 2020년에는 약 1.8배가 증가한 1,067만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글로벌 고급차 시장 도전도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지난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선보인 후 이듬해 바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했으며, 2010년에는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인 2세대 에쿠스를 출시했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

이어서 지난해 미국 시장에 출시한 2세대 신형 제네시스는 동급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 차량 구매시 안전도를 중시 여기는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충족시키며 럭셔리 세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내 성과를 바탕으로 중동,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고급차 판매량을 늘리며 고급차 시장의 본격 진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 올 수 있었다.

BMW, 벤츠 등의 독자 고급 브랜드를 포함해 폭스바겐-아우디, 도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등 대중차 기반의 고급 브랜드까지 모두 섞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들을 제치고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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