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30…독일차에 도전하는 슈퍼루키
  • 포르투갈 리스본=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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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9 07:36
[시승기] 인피니티 Q30…독일차에 도전하는 슈퍼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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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가 판을 뒤집을 만한 신차를 내놨다. 브랜드 최초로 시도한 프리미엄 콤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인 Q30이 바로 그것. 이 차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우수한 동력 성능과 높은 효율, 최첨단 안전·편의 사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동급 경쟁 모델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슈퍼루키다.

최근 인피니티의 장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에 훨씬 상품성 좋은 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부터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 이후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는데, 인피니티 특유의 화려함·고성능에 벤츠의 고급감·밸런스가 더해진 시너지는 상상 이상의 효과로 나타났다.

 

Q50의 성공으로 확신을 갖게된 인피니티는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했고, 이는 Q30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금까지 없던 콤팩트 세그먼트에 도전한 것은 물론, 벤츠의 기술을 인피니티화시켜 더욱 과감히 사용했다. 특히, 벤츠와의 협업으로 줄어든 비용을 아낌없이 다른 곳에 투자했는데, 덕분에 차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급감과 완성도는 오히려 벤츠를 비롯해 동급 독일 프리미엄 모델을 압도할 정도다.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을 달리며 따끈따끈한 신차 인피니티 Q30을 시승했다. 이 차는 아직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출시되지 않은 모델로, 이달 하순 유럽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 당장 튀어나갈 듯한 다이내믹한 외관 

Q30은 폭스바겐 골프급 소형 해치백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만나 본다면 생각보다 큰 존재감에 놀랄 수도 있다. Q30은 벤츠와의 기술 공유를 통해 A클래스와 GLA에 사용된 MFA 플랫폼을 사용해 만들어졌는데, 차체 크기(길이 4425mm, 너비 1805mm, 높이 1495mm)는 해치백 모델인 A클래스보다는 크로스오버 모델인 GLA에 가깝다. 경쟁 모델인 BMW 1시리즈나 아우디 A3 스포트백 등과 비교해도 키가 50~70mm나 클 정도로 높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크로스오버라기보다는 굉장히 세련된 해치백처럼 느껴진다. 차체 비율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이 도발적인 데다가, 인피니티 특유의 물이 흐르는 듯한 디자인이 전면부 엠블럼부터 후면부 테일램프까지 일관되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차체 곳곳에 빈틈없이 들어있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들도 좀처럼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아마 지금까지 나온 해치백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모델인 듯하다.

우선, Q50에도 적용된 물결 모양의 더블아치 그릴은 디자인이 조금 난해한 느낌도 들지만, 보닛부터 측면, 후면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며 전체적인 통일성을 준다. 헤드램프는 차체 크기에 비해 조금 작아 보이기도 하는데, 길쭉한 LED 주간주행등으로 외각 라인을 살리고 양 끝을 뾰족하게 포인트를 줘 다부진 인상을 준다. 

 

지붕 라인은 낮게 기울어진 A필러를 따라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Z’자 모양으로 꺾인 C필러로 떨어지는데, 적당히 쿠페스러운 각도를 만들며 완만하게 트렁크 리드로 향한다. 측면 하단부의 가니쉬도 투톤으로 이중 처리해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후면부는 허리가 높고 창문이 작아 조금 답답하기도 한데, 화려한 구성의 테일램프와 크롬으로 처리한 네모난 머플러팁 등의 디자인을 통해 깔끔하게 잘 마무리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엠블럼의 변화다. 그릴에 위치한 인피니티 엠블럼은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 만들어진 것. 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급제동 장치 등을 위한 레이더 시스템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아이디어다.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해 벤츠 S클래스 등 전면부 그릴에 플레이트를 장착한 모델들에 비해 훨씬 깔끔한 인상을 준다.

# 동급 최고의 고급스러운 실내

Q30에게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실내다. 단언컨대 콤팩트 세그먼트의 어떤 모델보다도 고급스럽고 안락하다. 스티어링휠을 비롯해 도어 트림과 센터페시아, 암레스트 등 손이 닿는 부분은 모조리 질감 좋은 가죽을 사용했다. 지붕도 질 좋은 스웨이드로 마감했다.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질뿐 아니라, 시트에 앉는 느낌과 손이 닿을 때의 감촉은 매우 만족스럽다.

▲ 인피니티 Q50 프리미엄 모델의 실내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도 외관처럼 물결이 흐르는 듯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센터페시아는 조수석 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비대칭 라인을 살렸는데, 이는 도어트림과 공기 토출구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에도 그대로 사용됐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각종 버튼들은 사용 목적에 따라 가로로 일관되게 배치됐으며, 그 아래에는 전자식 기어노브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커맨드 다이얼이 적용되는 등 한눈에 봐도 깔끔하게 잘 정돈된 느낌이다. 실내는 3가지 트림 중에서 원하는 스타일로 선택할 수 있다.

▲ 인피니티 Q30 프리미엄 모델의 실내

인피니티 측에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겠지만, 스티어링휠을 비롯해 계기반과 윈도우 버튼, 시트 포지션 조절 버튼 등에 벤츠 부품을 사용한 것은 좋은 판단이라 생각된다(물론, 스마트키까지 같은 모양인 것은 아쉽다). 원가를 절감한 만큼 다른 곳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내 곳곳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 어디에서도 저렴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Q30 덕분에 동급 프리미엄 모델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다.

▲ 인피니티 Q30 스포트 모델의 실내

게다가 스포트 모델의 경우 최고급 스포츠카나 AMG 모델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알칸테라가 사용됐다. 단순히 생색내기 수준이 아니라 일반 모델의 가죽 부분을 죄다 알칸테라로 바꿨다. 특히, 시트의 경우 알칸테라를 사용한 헤드레스트 일체형 세미버킷 시트가 장착됐는데,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까지 모두 이 시트를 장착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일반 해치백에 비해 차체가 크고, 높고, 넓은 만큼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도 모두 넉넉한데, 소재와 사양 등도 꼼꼼히 신경써 안락함이 느껴진다. 좌우 공간도 꽤 여유로운 편이다. 다만,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뒷좌석 기울기를 가파르게 세운 점은 아쉽다. 트렁크 용량은 368리터로, 일반 해치백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 세계 시장을 노린 다양한 파워트레인

세계 시장을 겨냥한 모델인 만큼, 인피니티는 Q30에 다양한 엔진을 탑재했다. 가솔린 엔진은 121마력 및 154마력을 내는 1.6리터급 엔진과 208마력의 2.0 터보 엔진이며, 디젤 엔진은 107마력의 1.5리터급 엔진과 170마력의 2.2리터급 엔진으로 구성됐다. 변속기는 모델에 따라 6단 수동변속기 및 7단 듀얼클러치를 고를 수 있으며, 항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출시가 유력한 조합은 아무래도 2.2 디젤+7단 DCT, 2.0 가솔린 터보+7단 DCT 모델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인피니티가 고배기량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한국 시장에 수동변속기를 내놓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벤츠에서 가져온 2.2 디젤은 이미 Q50을 통해 검증이 끝난 엔진으로, 7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Q50보다 7단 DCT를 사용한 Q30의 주행 성능이 더 우수할 수도 있겠다. 특히, Q30의 동력 성능은 170마력, 36.0kg.m로,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벤츠 GLA(136마력, 30.0kg·m)뿐 아니라 경쟁 모델인 벤츠 A클래스(136마력, 30.0kg·m)와 BMW 1시리즈(150마력, 32.6kg·m), 아우디 A3 스포트백(150마력, 34.7kg·m)보다 강력하다. 게다가 유럽 기준 21.3km/l의 연비를 확보해 효율도 좋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 역시 벤츠 제품으로, 국내 판매되는 C200에도 사용된다. 다만, 디젤 모델처럼 Q30(208마력, 36.0kg.m)의 동력 성능이 C200(184마력, 30.6kg.m)보다 높게 세팅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7.2초다. 연비는 약 17.2km/l다(유럽 기준).

#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주행 성능

Q30은 크로스오버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주행감은 오히려 해치백에 더 가깝다. SUV를 줄였다기 보다, 해치백을 키웠다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지상고가 높아 힙 포인트(531mm)도 일반 해치백에 비해 올라가 있지만, 워낙 움직임이 재빠르고 차체 거동이 안정적이어서 주행하고 있는 동안 별다른 차이를 알아채기는 힘들다.

 

그래도 기본적인 주행 감성은 다이내믹함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시승한 2.2 디젤과 2.0 터보 모델 모두 마찬가지였다.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을 비롯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의 밟는 느낌, 속도가 붙는 정도와 변속 타이밍, 서스펜션의 반응 등이 시종일관 편안했다. 차체를 키우면서 가족 단위의 소비층을 고려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 묵직한 힘을 냈다. 주행 성능이 좋도록 엔진 세팅을 맞춘 덕분이다. 7단 DCT도 과격한 직결감보다는 부드러움에 신경을 썼지만, 적절한 변속 타이밍에 맞춰 재빠르게 움직이며 속도를 올렸다. 특히, 디젤 모델의 경우 1400rpm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해 초반 가속력이 좋았고, 중고속에서의 재가속 능력도 뛰어났다.

▲ 인피니티 Q30 프리미엄 모델의 실내

다만, 아쉬운 점은 에코-노멀-스포트로 구성된 주행 모드에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2.0 터보 모델이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얌전했다는 것이다. 이왕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세미버킷 시트까지 장착한 스포트 트림까지 추가했다면, 가장 성능 좋은 2.0 터보 모델만큼은 더 스포티하게 만드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서스펜션은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 후륜은 멀티링크가 장착됐다. 강성 좋은 차체와 함께 차의 움직임을 잘 잡아주는데, 단단하다기보다는 탄력적이다. 이는 리바운드 스프링을 추가한 효과가 큰데, 1차 충격은 부드럽게 받아들이면서 2차 충격을 최대한 억제해준다. 덕분에 상하 움직임은 무척 안정적이다.

▲ 인피니티 Q30 프리미엄 모델의 실내

반면, 가파른 코너에나 급한 차선 변경 시에는 좌우 움직임에 꽤 느껴진다. 항시사륜 시스템과 넓은 트레드(235mm)의 타이어가 접지력을 잘 유지했지만, 아무래도 일반 해치백보다 차체가 높아 완벽하게 잡기란 어려웠을 듯하다. 특히, 스포트 모델과 달리 일반 모델에 적용된 가죽 시트는 측면 지지대가 낮아 상체 움직임을 잘 잡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움직임이 더 크게 전달됐다. 참고로 Q30에 장착된 항시사륜 시스템은 전륜 기반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에 최대 50%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공회전을 비롯해 저속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의 소음·진동을 잘 잡아냈다. 공기역학에 신경쓴 매끈한 디자인에 흠·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풍절음 및 노면 소음, 엔진음 등을 최대한 억제한 덕분이다. 휠과 타이어도 소음에 신경써 만들었다. 여기에 기분 나쁜 엔진음을 상쇄시켜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과 기분 좋은 엔진음을 부각시키는 엔진 사운드 인핸스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소리로 인해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겠다.

# 슈퍼루키,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크로스오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시대라지만, 사실 지금까지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은 한 손으로도 꼽기 어려울 만큼 드물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기존 모델을 조금 변형시키거나, 저가의 엔트리급 모델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엠블럼만 프리미엄일뿐 막상 타보면 실망스럽기 일쑤였다.

 

그러나 Q30은 달랐다. 판을 뒤집기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 세단의 편안함에 해치백의 다이내믹함, SUV의 넉넉함을 적절히 버무린 데다가, 중형 프리미엄 세단을 타는 듯한 고급감도 느껴진다. 여기에 사각지대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전방 긴급 제동,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파크 어시스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인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사양을 모조리 집어넣었다.

물론, 출시 가격이 문제겠지만, 최근 인피니티코리아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비춰보면 꽤 경쟁력 있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Q30보다 한 등급 높은 Q50의 가격이 4380만원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A클래스나 GLA 등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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