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M 4종 골라먹기…중독되는 고성능의 맛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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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6 17:43
[시승기] BMW M 4종 골라먹기…중독되는 고성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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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리는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기자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 준다. 길게 늘어선 수많은 BMW 모델 중에서 어떤 차를 시승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타고 싶은 차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건 아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법. BMW코리아는 도착하는 순으로 차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운이 좋았는지 본의 아니게 행사장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시승차 리스트가 적혀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는 누구의 손때도 타지 않은채 순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무슨 차를 타야 하나…

기자란 직업을 생각하면 무조건 가장 최근에 나온 신형 7시리즈를 타야만 했다. 어디서 자동차 전문 기자라 명함이라도 내밀고 싶다면 i8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손은 저절로 심장이 뛰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암. 그렇고말고. 뭐니뭐니해도 BMW는 역시 M이 진리다.

지난 3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2015 BMW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M4 컨버터블과 M6 쿠페, X5 M, X6 M을 간단하게 시승해봤다. 참고로 행사 진행상 한 모델당 약 20~30분을 타봤을 뿐이니, 이 글은 시승기라기보다 감상기에 가깝다고 하겠다.  

# M을 타기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들

M은 고성능 모델인 만큼 실내외 디자인에 특징이 있다. 외관에는 M 전용 디자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M 레터링, 에어브리더, 듀얼트윈머플러 등이 적용됐으며, 실내에는 투톤 색상을 기본으로 곳곳에 카본 소재를 사용했으며, 고급스러운 세미 버킷 시트에 스티치로 포인트를 주는 등 일반 모델과의 차별성을 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인 요소에 불과하다. M을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몇가지 알아둬야할 것이 있다.

우선, 전자식 기어를 사용하는 일반 모델과 달리 전자식과 기계식이 혼용됐다. 가운데 N(중립)을 기준으로 위로 올리면 R(후진), 오른쪽으로 밀면 D(드라이브)로 바뀐다. D에서는 위아래 +, -를 이용한 수동 조작이 가능하다. 또, P(주차) 모드가 따로 없다. 주차할 때는 D모드에서 파킹브레이크를 작동시킨 후 시동을 꺼야 한다. 간혹 N모드에서 시동을 끄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면 경고음이 난다.

 

기어노브 주변을 보면 일반 모델에는 없는 특이한 버튼 3+1개가 있다. 운전자가 3×3×3×3, 총 81가지 주행 모드 중에서 원하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3개는 엔진 스로틀 반응과 서스펜션 강도, 스티어링휠 감도를 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각 버튼당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등 3가지 모드를 제공하는데, 단계에 맞게 차의 성격이 점점 강력해진다. 스로틀 반응을 더욱 민감하게, 서스펜션의 감쇠력은 더욱 단단하게, 스티어링휠 움직임은 더욱 묵직하게 변하는 것이다. 물론, ESC 오프처럼 전자제어장치 작동도 제한된다.

 

이는 스티어링휠에 있는 M1, M2 버튼으로 각 기능을 원하는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M1은 스로틀-스포트, 서스펜션-컴포트, 핸들링-스포트 플러스로, M2는 스로틀-스포트 플러스, 서스펜션-스포트, 핸들링-스포트 플러스 등으로 맞추는 것이다. 버튼만 누르면 세팅 상태로 빠르게 바뀌는데, 차의 성격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워낙 강력한 엔진이 장착돼 각 모드에 따른 성격 변화 폭이 매우 크다. 

 

나머지 1개는 변속 타이밍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이 역시 3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1단계는 1단에서 7·8단까지 저단에서 고단으로 빠르게 변속시켜주는 것이다. 높은 rpm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연료 효율이 좋다. 3단계는 rpm을 최대한 쓰면서 변속 타이밍을 늦추는 것이다. 연비는 나쁘지만 더 강력한 힘을 쓸 수 있다.

# X6 M, 미지의 영역을 달리는 듯한 강력함

가장 먼저 X6 M를 타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SUV M은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트라이터보를 장착한 M50d는 시승해 봤지만, 정식으로 M배지를 단 SUV는 처음이었다. BMW에서 내놓은 SUV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로, M50d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얌전했다. 강력함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과격하지 않고 꽤 온순했다. 잘 길들여진 호랑이에 올라탄 느낌이다. M4·M6(7단 DCT)와 달리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것을 보면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경쾌하게 속도를 올리는데, 어찌나 부드러운지 운전자가 차의 속도를 알아채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의 여력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마치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을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 차의 힘을 모두 끌어내보고 싶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다만, 차의 성격이 M에 기대하는 과격함과는 차이가 있었다. 스로틀과 서스펜션, 스티어링을 모두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이 세팅을 기본으로, 조금 더 사나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장비 개입도 매우 빠르고 적극적이다. 아무래도 SUV다 보니 험로나 장거리 주행 등을 염두한 세팅인 듯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575마력·74.5kg·m을 내는 강력한 4.4 트윈터보 엔진으로 이렇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부드럽고 경쾌하게 움직임으로 일상 주행에서는 매우 편하게 달리면서도, 언제든지 강력하게 튀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웬만한 스포츠카는 우습게 점으로 만들 능력이 있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시종일관 여유롭고 어떤 순간에도 컨트롤이 쉽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M 소비층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 M4 컨버터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안 열린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M4 컨버터블에 올라탔다. 벌써부터 주변 기자들의 원성(?)이 들린다. 회사차로 M4를 타고 다니면서 굳이 왜 여기까지 와서 M4 컨버터블을 타냐는 것이다. 그래도 정말 궁금했다. 뚜껑을 열었을 때와 열지 않았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말이다.

 

기본적인 성격은 M4와 별 차이가 없다. 거칠고, 과격하며, 돌발적이면서 도전적이다. 이 차를 길들이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언제 어떻게 튈지 몰라 주행 중에는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날 탄 다른 M과 비교해 동력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모델임에도 막상 타면 가장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아니라 사이드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만봐도 차이가 느껴진다. 

문제는 컨버터블. 결론부터 말하자면, 뚜껑이 열리고 안 열리고는 100과 0의 차이다.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안 열린다는 것으로, 이는 비교 불가능한 가치다. 개인적으로 쿠페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물론 컨버터블 모델이다 보니,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M4 특유의 유려한 지붕 라인과 차체 강성, 세부적인 주행 능력 등이 다소 떨어진다. 함께 시승한 동료 기자도 M4는 역시 쿠페라며 컨버터블을 평가절하했다.

 

그런데 막상 타보면 컨버터블의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배기파이프와 운전자를 가로막고 있던 뚜껑이 걷히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M 순정에서 M 퍼포먼스로 튜닝한 배기시스템은 귀 바로 옆에서 사정없이 울부짖고 뻥뻥 터진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나도 모르게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강력한 압박에 온 정신이 정면에 집중된다. 시원한 가을 하늘을 달리는 오픈에어링은 덤이다. 

#X5 M, SUV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력함…X6 M과 차별화 아쉬워

X5 M은 운이 없었다. M4 컨버터블을 시승한 이후에 탔기 때문이다. M4 특유의 과격한 주행 성능에 컨버터블의 사운드까지 경험하고 난 다음이라 X5 M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X6 M과의 차이를 발견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웠다. 파워트레인이 같은 데다가, 차체 크기와 무게도 거의 비슷하다. 쿠페형 모델인 X6 M보다 SUV의 성향이 더 강조됐을까 기대도 했지만, 차이를 알아채기란 불가능했다. 차라리 X5 M은 현재의 세팅을 유지하고, X6 M은 쿠페형 SUV답게 더 스포티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러나 X5 M은 모든 SUV를 통틀어 세손가락 안에 드는 강력한 동력 성능을 갖춘 모델이다. X6 M과 마찬가지로 SUV의 보편적인 주행 성능을 위해 최대한 부드럽게 억제했을 뿐, 내부에는 언제든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M에 기대하는 과격함이 부족했을 뿐, 다른 SUV에 비하면 그야말로 독보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 M6 쿠페, 고성능 GT의 교과서

M6는 쿠페(2도어)와 그란쿠페(4도어) 등 두 종류가 준비돼 있었는데, 망설임 없이 쿠페를 선택했다. M4처럼 쿠페와 컨버터블의 차이가 아니니, 제대로 달리려면 당연히 문 4짝 보다 문 2짝짜리가 좋다. 

 

M6 쿠페는 전형적인 고성능 GT 모델이다. M4처럼 과격하고 통제하기 힘든게 아니라 전자 장비 개입이나 차체 거동, 스로틀 반응, 배기음 등이 꽤 세련되게 가다듬어졌다. 주행 모드 3가지를 모두 스포트 플러스로 바꾸고 rpm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변속해도 시종일관 진중한 느낌이다. M4를 탄 다음이다 보니, 과잉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장착된 것만 봐도 M4와는 성격이 매우 다른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직선도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니 이야기는 달라졌다. M6에는 560마력, 69.4kg·m를 내는 4.4 트윈터보 엔진과 7단 DCT가 조합됐는데, 무한한 힘을 가진 듯 끝없이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한 번 잡아끈 머리채를 좀처럼 놔주지 않지만, 쥐고 흔들지도 않는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살포시 놔주는데, 그 느낌이 매우 좋다. 일상생활에서는 스트레스받을 일 없이 M4보다 훨씬 편하게 탈 수 있겠다.

 

시승이라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M 4개 모델을 타보니 같은 M 배지가 달려있어도 차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체 크기와 무게, 엔진 성능, 변속기 등이 다른 만큼, 각각의 M에는 그에 걸맞는 캐릭터가 있었다. M의 가치인 '고성능'을 차의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몸에 꼭 맞게 적용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고성능 브랜드 경쟁에서 M이 한 발짝 앞서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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