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라이슬러 300C...제네시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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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2 17:59
[시승기] 크라이슬러 300C...제네시스와 경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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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는 기준을 설정하기 애매하다. 300C만 해도 크기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비슷한데, 실내 공간은 E클래스보다 좁다. 또 안전 및 편의장비는 S클래스 수준인데, 가격은 E클래스보다 저렴하다. 실내에 사용된 가죽 소재는 현대차 제네시스 수준인데, 플라스틱 마감은 아반떼와 비슷하다. 

 

300C은 전형적인 미국차다. 크라이슬러를 넘어 미국차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미국인들의 취향이 가득 담겼다.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진 차는 포드 토러스다. 추구하는 바가 거의 동일하다. 우리나라에서 두 차의 목표는 제네시스다. 크기, 배기량 등이 비슷하고, 무엇보다 가격을 제네시스에 맞췄다.

그래서 300C가 제네시스와 비교해 어떤 점을 내세울 수 있는지 주로 살폈다. 참고로 모터그래프는 제네시스를 2년 가까이 업무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

FCA는 수많은 브랜드가 장르를 매우 명확하게 나누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성이 높은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정작 내면을 살펴보면 자기 역할에 충실한 브랜드는 페라리, 마세라티, 지프 정도 뿐이다. 그래서 FCA 내부적으로도 브랜드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FCA 안에서 제목소릴 내지 못하고 있다. 피아트와 함께 대장 역할을 해야하는데, 둘다 신통치 않다. 특히 미국 시장을 주무대로 하는 크라이슬러는 세단 라인업이 부족하다.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SUV는 전적으로 지프가 맡고, 신흥 시장을 위한 소형차 개발은 피아트가 주로 담당한다. 그래서 세단 라인업이라도 탄탄해야 하는데, 200과 300이 유일하다. 크라이슬러의 유구한 역사나 명성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300 또한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이지만, 역사는 매우 짧다. 1960-70년대 판매되던 300과는 이름만 공유할 뿐이지 공통점은 거의 없다. 이를 한 역사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300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차다. 여전히 구형 E클래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한 뼈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여러 구성품도 메르세데스-벤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 외관과 실내는 극과 극

짧은 역사의 300이 단번에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디자인의 영향이 크다. 1세대 300은 고풍스런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또 차체가 워낙 거대했고, 벨트 라인도 유독 높아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여전히 1세대 300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2세대 모델은 남성적인 특징이 강조됐다. 또 훨씬 세련돼졌다. 시승한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세부적인 디자인을 개선해 완성도를 더 높였다. 분명 1세대 모델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여전히 개성이 뛰어나다. 각 부분이 잘 다듬어졌기 때문에 강렬함이나 웅장함은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더 강조됐다. 판매가격은 S클래스의 절반 정돈데,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수억원에 달하는 대형차 같다.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실망하게 된다. ‘역시 미국차’란 생각이 든다. 몇몇 부분은 우악스럽기도 하다. 눈으로 보기엔 잘 꾸며놓은 것 같지만 실제 손으로 만졌을땐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시트나 실내 곳곳에 사용된 가죽소재는 훌륭하지만, 우드그레인이나 플라스틱 마감, 각 부분의 사용감은 허름하고 잡스럽다. 수입 대형차지만 300C가 현대차 제네시스와 비슷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실내 디자인이나, 소재, 마감 등에서 제네시스에 비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기반은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그래픽은 촌스럽고, 한글화가 진행됐는데 한국인이 이해하기 힘들다. 내비게이션이 표시되는 센터 디스플레이도 역시 그래픽 디자인이 부실하고, 각종 메뉴 표시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작은 느낌도 든다. 

 

차체 크기에 비해 의외로 뒷좌석 공간은 넓지 않다. 드높은 센터 터널과 콘솔박스 때문에 더 좁게 느껴진다. 그래도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뒷좌석 승객을 위한 두개의 USB 포트는 인상적이다. 

#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세련된 감각이 필요하다”

시승한 300C AWD와 제네시스 3.3 HTRAC은 엔진의 성능, 8단 자동변속기,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주행 성격 등 비슷한 면이 많다. 

300C AWD에는 크라이슬러의 주력 엔진 중 하나인 3.6리터 V6 펜타스타 엔진이 탑재됐다. 높은 배기량을 앞세워 우직하게 차를 끄는 엔진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전세계적인 추세와는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엔진이다.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모나지 않고 꾸준한 힘을 발휘한다.

 

저속에서의 움직임은 제네시스에 비해 낫다. 두 차 모두 육중하긴 마찬가진데, 유독 제네시스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300C AWD는 제네시스에 비해 낮은 속도에서 훨씬 경쾌하다. 비슷한 무게와 비슷한 성능의 엔진임에도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단 제네시스가 변속 시점이 더 빠르고, 300C AWD에 비해 고속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가 철저하다.

고속으로 치닫는 과정이나 고속에서의 움직임은 제네시스가 한 수 위다. 엔진 성능은 300C AWD가 조금 더 강력하지만 제네시스가 훨씬 역동적이고 안정적이다.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하며 변속할 땐, 300C AWD는 주춤하는 경향이 있다. ZF에게 라이센스를 받아 크라이슬러가 제작하는 변속기는 BMW처럼 신속하지 않다. 부드러움 승차감에는 일조하지만, 엔진의 힘을 적극적으로 뽑아내진 않는다. 

 

300C AWD로 고속도로를 달릴 땐, 구형 에쿠스가 떠올랐다. 위아래, 앞뒤로 울렁거림이 조금 있다. 요즘 대부분의 대형차는 이런 식의 서스펜션 세팅을 하지 않는다. 물론 제네시스도 이렇지 않다.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고속에서는 마치 차가 ‘그루브’를 타는 것 같다.

계기반 중앙의 모니터를 통해 사륜구동 시스템에 따른 구동력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세밀하게 그 상황을 보여주진 않는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대부분 뒷바퀴에만 힘을 보낸다. 속도를 높여도, 스티어링을 막 돌려도 앞바퀴에 힘이 전달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거나, 전자 제어 주행 안정 시스템(ECS)을 해제하면 사륜구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개념으로 탑재된 사륜구동 시스템이지만, 코너에서 300C AWD는 궤도를 자꾸만 벗어났다. 차체가 무겁고, 차 크기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타이어가 한계를 금방 드러냈다. 네바퀴가 다 돈다고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제네시스는 300C AWD에 비해 타이어의 크기나 그립력도 우수하고, 단단한 서스펜션이 차의 쏠림을 최대한 막아준다.

 

크기나 엔진 성능, 사륜구동 시스템 등 여러 구성은 비슷하지만 결국 성격의 차이가 크다. 크라이슬러는 300C AWD를 스포츠 세단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 

# 80여개의 편의 및 안전장비 중 쓸만한 것은?

300C AWD는 독일 브랜드의 대형세단만큼 탄탄한 주행성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에 못지 않은 편의 및 안전장비를 갖고 있는 것은 특징이다. 무려 80개 이상의 장비가 탑재됐다고 크라이슬러는 자랑하지만 특징적인 장비는 손에 꼽는다.

 

300C AWD에서 가장 눈 여겨 볼 편의 및 안전장비는 차선 이탈 경고 플러스로 전방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조종한다. 일종의 스티어링 어시스트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함께 사용하면 고속도로에서는 손과 발을 한동안 자유롭게 놔둘 수 있다. 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가 멈춰서는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제네시스의 경우 300C AWD보다 한단계 진화된 정지 및 재출발이 가능한 스마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고, 스티어링 어시스트 시스템도 물론 적용됐다.

 

제네시스에 비해 가장 차별화된 300C AWD만의 편의 장비는 냉온 기능이 적용된 컵홀더와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파워 조절식 페달 등이다. 파워 조절식 페달은 애매한 300C AWD의 시트 포지션을 맞출때 무척 도움이 된다. 사실 300C AWD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 가격은 장점이자 단점

300C AWD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대형 수입차지만 판매가격은 4480만원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포함된 300C AWD의 가격은 5580만원이다. 독일 브랜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이고, 국산 대형차를 구입하려 할때 고민할 수 있는 가격이다. 

다만, 이젠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수입차라고 국산차에 비해 마냥 좋지도 않을 뿐더러, 특히 제네시스급의 대형차라면 자동차 시장 구조 상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보다 우월한 것도 많다.

300C AWD는 곳곳에서 원가절감이 여실히 목격된다. 수입차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한국 소비자들이 그런 허술함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완성도와 함께 가격을 높이는 것이 대형 세단에게 더 어울리는 방향일 수도 있다.

* 장점

1.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덩치. 500미터 롤스로이스.

2.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

3. 우직한 엔진. 유행과는 동떨어졌지만 여전히 괜찮다.

* 단점

1. 실내 플라스틱과 우드그레인의 마감은 국산 준중형차 수준.

2. 덩치에 비해 결코 실내가 넓지 않다. 

3. 전반적인 주행 성능이 기대 이하다.

크라이슬러 3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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