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현대차 투싼 2.0, "갖고 싶은 현대차가 늘고 있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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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0 09:17
[영상 시승기] 현대차 투싼 2.0, "갖고 싶은 현대차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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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2013년, 제네시스 출시 이후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는 이전 세대 모델과 '하늘과 땅' 차이다. 쏘나타, 투싼, 아반떼 등 신차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고속안정성과 스티어링 감각이 크게 개선됐다. 그저 잠깐만 달려봐도 온몸으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고장력 강판의 사용량을 늘리고,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의 데이터 처리 단위를 개선해서 이룬 일이 아닐 것이다. 차의 힘과 무게 배분, 서스펜션의 구조와 반응, 그리고 차체의 강성과 스티어링의 반응 등이 적절하게 조율돼야 가능하다.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란 거창한 디자인 철학이 현대차 변화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 엔진 성능은 원래부터 출중했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차는 대부분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게가 무거워졌다. 분명 전세계적인 경향과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는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 강철을 대신할 가벼운 신소재 혹은 복합 소재가 사용되는 추세다. 투싼은 이전 모델인 투싼ix에 비해 약 60kg 가량 무거워졌다. 일반 강판보다 10% 이상 가벼운 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크게 높였음에도 무게가 늘어난 것은 의아하다. 현대차는 차체가 커지고, 편의 및 안전 장비가 대거 탑재되면서 무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무거워진 반면 가솔린 모델은 대부분 엔진 출력도 낮아졌다. 하지만 엔진 토크 배분을 실용 영역대로 집중시켜 오히려 도심 주행에선 한층 경쾌해졌다. 

디젤 엔진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면서도 출력은 소폭 향상됐다. 투싼에 탑재된 2.0리터 디젤 엔진의 출력은 186마력으로 투싼ix에 비해 2마력 높아졌다. 2마력이 체감 할 만큼 큰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BMW도 유로5에서 유로6로 넘어오면서 최고출력이 불과 6마력 정도만 높아졌다.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기존 투싼ix도 주행이 답답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형 투싼은 고속으로 치닫기까지 막힘이 없었다. 투싼과 경쟁 차종이라 할만한 수입 SUV가 떠올랐는데, 투싼이 부족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변속기가 답답한 느낌은 들지만, 기본적인 엔진 성능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도심에서는 1.7리터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고속으로 달려보면 차이는 확연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가속이 원활했다. 예전 현대차의 주행모드 설정 시스템은 단순히 엔진의 회전수만 높여주고 말았는데, 이젠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을 달리해주는 ‘플렉스 스티어’까지 결합됐다. 또 엔진회전수의 변동도 전보다 확연했다. 하지만 186마력의 디젤차라면 스포츠 모드에서의 가속 성능 정도가 기본이 돼야 한다. 독일차는 대개 기본으로 그 정도 성능과 감각을 갖는다.

# 핸들링이 강점이 되다

R-MDPS가 아닌 C-MDPS가 탑재됐지만, 현대차는 그동안 이 시스템을 꽤 숙성시켰다. 데이터 처리 단위를 16bit에서 32bit로 개선했고, 각종 부품도 강화했다. 또 모터 제어속 향상 등을 위한 전자제어장치가 새롭게 개발됐다.

 

‘맹탕’으로 느껴지던 스티어링이 중심을 잡았다. 처음 플렉스 스티어가 장착될 때만 해도 단순히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만 무거울 뿐, 유격 느낌은 그대로였다. 조향 각도를 유지한 상태에서도 계속 보타를 해야했다. 그래서 이질감이 컸다. 

 

신형 투싼의 핸들링은 기대 이상이었다. 티구안이 떠올랐다. 탄탄해졌다. 단순히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제어 장치 개선이 전부가 아니다. 차체 강성도 크게 확대됐고, 서스펜션의 구조도 새롭게 변경됐다. 덕분에 코너에서 한쪽으로 쏠리는게 적어졌다. 속도를 높여도 꽤 잘 받쳐줬다. 19인치 휠과 금호타이어 크루젠 프리미엄의 조합도 좋았다. 극단적인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타이어는 아니지만 투싼의 성능을 감당하긴 충분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핸들링은 국산 SUV 중에서 단연 돋보인다. 싼타페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유격이 있고, 느긋했다. 하지만 투싼은 꽉찬 느낌이었다. 유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쏘나타 터보는 지나칠 정도로 무거운 느낌도 들었는데, 투싼은 딱 적당하게 느껴졌다. 

# 신형 투싼은 마냥 좋을까?

가속, 핸들링은 확연히 나아졌지만 제동 성능은 답보상태다. 다른 주행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페달을 밟는 것과 차가 속도를 줄이는 것의 비대칭으로 인한 이질감은 크게 사라졌는데, 기본적으로 차가 서는 성능이 부족했다. 반복된 브레이크 사용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시점도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굽이진 내리막을 몇번 달리면 눈에 띄게 성능이 저하됐다. 

 

예전만큼의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올랐다. 시승한 모델은 2.0 2WD 프리미엄으로 기본 가격이 286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167만원짜리 플래티넘 에디션과 103만원짜리 파노라마 썬루프, 93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패키지까지 적용됐다. 총 가격은 3230만원이다. 동급의 수입차에 비해선 여전히 경쟁력이 높지만, 선택의 폭이 넓은 가격대다. 특히 수입 소형차가 손에 잡히는 가격이다.

또 현대차가 신형 투싼을 자랑하며 설명했던 대부분의 편의 및 안전장비는 상위 트림를 선택한 후 별도로 패키지를 선택해야 했다. 

 

3천만원이 넘는 차지만 원가절감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플라스틱은 제대로 가공이 되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었다. 가죽의 질감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고, 실내 곳곳을 꾸민 바느질도 엉성했다. 최고급 트림임에도 운전석만 오토 윈도우가 적용된 부분도 아쉽다.

 

뒷좌석 공간은 투싼의 가장 큰 장점가 중 하나다. 뒷좌석 등받이는 37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다. 넓고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휑하다. 인도에서 천만원 안팎으로 팔리는 현대차의 소형 SUV ‘크레타’에도 뒷좌석 센터콘솔에 12V 단자가 마련됐다. 투싼도 뒷좌석 승객을 위한 소소한 편의 장비가 더 추가되면 좋겠다.

 

# 현대차, 방향을 잡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갖고 싶은 현대차가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기술 수준을 높인 현대차지만, 최근 내놓은 풀체인지 모델들은 그야말로 그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그 변화의 방향성이 올바른 쪽으로 향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신형 투싼은 현대차의 최근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모델이며, 현대차를 다시 보게 만드는 차다.

* 장점

1. 가속과 핸들링 등 전반적인 주행 성능 향상.

2.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

3.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가장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

* 단점

1. 조립 완성도가 더 완벽해지면 좋겠다. 

2. 3천만원이 넘는 최고급 트림임에도 원가절감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 실내에선 괜찮지만 실외에선 공회전이나 저속 엔진 소리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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