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주도 최고의 오픈카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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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2 18:21
[시승기] 제주도 최고의 오픈카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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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함께 떠난 제주도 여행. 복작복작한 일상을 떠나 한적한 제주도의 여유를 느끼기 위해 오픈카를 렌트하기로 했다. 요즘처럼 한층 무르익은 제주도 가을 하늘 아래서라면 오픈카가 더욱 빛을 발할 것 같았다. 비싼 가격이 부담되지만, 자고로 남자는 내 여자를 위해 씀씀이를 아끼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막상 오픈카 렌트를 하려니 조금 망설여진다. 오픈카는 제주도에서 그다지 쓸모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나서 소리를 지르지만 바람 센 제주에서 30분만 타면 춥고, 시끄러워 그만 뚜껑을 닫게 된다. 또, 주행 중에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작동할때마다 갓길에 차를 세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 오픈카는 안된다. 뭔가 대안이 필요했다.

다행히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예약했다. 단언컨대 DS3 카브리오는 제주도에서 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오픈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 DS3 카브리오와 기분 좋은 첫만남

 

제주 공항에 도착해 렌터카 업체에 전화하니 공항 주차장 A5 구역에 준비한 차를 간단한 확인 후 가져가면 된다고 했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렌터카 회사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다. 제주도의 렌터카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것 같다. 

 

주차구역에는 눈에 확 띄는 DS3 카브리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흰색 보디에 루프와 사이드 미러를 연보라색으로 꾸민 깔끔한 투톤 모델이었다. 여자친구는 보자마자 예쁘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시트로엥의 독특한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5박 6일의 일정. 예상대로 여자친구는 커다란 캐리어에 패션쇼를 준비해 왔다. 작은 카브리오 트렁크에는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 상황. 당황해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 귀엽다. 물론 뒷좌석이 넓어 짐은 충분히 넣을 수 있고, 폴딩하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2도어 컨버터블이니 짐을 싣는 과정이 쉽지 않다. 트렁크가 열리는 폭은 극히 좁고, 앞좌석을 앞으로 당겨도 큰 짐을 넣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천장을 열어 위로 넣으면 된다. 사실 그게 더 멋지다. 센스 있다는 칭찬도 듣고, 팔뚝 잔근육을 보여주며 매력 어필까지 할 수 있었다.

◆ 롤-백 캔버스톱 오픈카의 매력

 

DS3 카브리오가 제주도에서 가장 완벽한 오픈카인 이유는 바로 '롤-백 캔버스톱' 시스템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지붕의 캔버스톱이 뒤쪽 트렁크 라인에 접히는 방식이다. 비록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는 느낌은 아니더라도, 활용성이 훨씬 높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도 톱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별나게 고요한 제주의 밤길. 차를 달리며 소프트톱을 열자 하얗게 반짝이는 별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예상 못한 장관 때문인지 여자친구는 한동안 하늘만 바라봤다. 여자친구는 이번 제주 여행에서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요즘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모두 DS3 카브리오의 '롤-백 캔버스톱' 덕분이다. 

 

변덕스런 그녀의 취향에도 그만이다. 잠시 시원한 바람을 즐기겠다고 오픈카 톱을 열어달라던 그녀. 갑자기 햇빛이 따갑다거나, 머리스타일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다시 닫아달라고 하면 사실 난감했다. 달리고 있는 동안엔 괴로워도 참거나, 어디선가 차를 세워야만 했다. 그러나 DS3 카브리오는 달리면서 바로 뚜껑을 닫을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언제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 DS3 카브리오 덕분에 바뀐 여행 콘셉트

 

여자친구는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오설록 티하우스, 우도, 테디베어 박물관 등 전형적인 관광 코스를 적어왔다. 훌륭한 곳이지만, 제주도를 열 번 이상 다녀온 내게는 피하고 싶은 장소였다. 무엇보다 이번 휴가는 사람 많은 곳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었다. 

 

다행히 DS3 카브리오가 여행 콘셉트를 바꾸는데도 큰 도움도 됐다. 일단,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로 이어지는 험로 코스를 첫 번째 목적지로 선정했다. 역시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였고, 여친은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DS3 카브리오의 뚜껑을 열고 멋진 제주도 해안 도로와 한라산 단풍길의 맛을 보여줬다. 그제야 여친은 관광 코스를 적은 종이를 조용히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시는 꺼내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저 천천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제주도를 즐겼다. 대형 바람개비가 있는 오름에서 차를 세우고 '여기가 그 유명한 바람의 언덕이야'라고 멋대로 농담을 지어내도 상관 없었고, 절경이 펼쳐진 해안 도로에선 차를 세우고 한동안 바람소리와 바닷소리를 듣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지나가다 보이는 허름한 음식점에 들어가곤 했는데, 아무거나 시켜 먹어도 다 맛있었다. 특히, 관광지를 피하니 자연스레 나누는 대화가 많아졌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어 예전보다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배를 타고 바다 낚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서귀포 인근의 낚시집을 섭외했는데, 가수 DJ DOC 이하늘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나름 유명한 곳인가 보다.

 

10월부터 2월까지는 벵에돔 철이라 했는데, 아직은 잘 잡히지는 않았다. 잔챙이만 걷어 올리며 실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묵직해진 무게에 깜짝 놀랐다. 낚싯대가 휘는 수준이 아니라 자칫 부러질 정도의 월척이었다.

낚시 초보는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처럼 사장님 지시에 따라 낚싯대를 올리고 내리고며 줄을 감고 풀기를 반복했고, 낚시 초보의 여자친구는 옆에서 꺅꺅 소리를 질렀다. 악전고투 끝에 결국 커다란 물고기를 들어 올릴 수 있었는데, 크기가 무려 40~50cm나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생선은 히라시(방어의 일종)로, 이곳 사람들은 너무 흔해서 잘 안 먹는다고 했다. 

◆ DS3 카브리오를 능숙하게 운전하려면?

 

DS3 카브리오는 여러모로 유용한 오픈카지만, 일반 자동차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로, 배기량(1560cc)에 비해 동력 성능이 그리 강하진 않은 데다가, 자동화 수동변속기인 EGS 변속기가 탑재됐다. 연비 향상에 최적화된 엔진·변속기 세팅이다.

EGS 변속기는 클러치가 없는 자동 변속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동을 켤 때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시동키를 돌려야 한다. 멈출 때는 P가 없어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주차해야 한다.

 

변속기 내부적으로 '클러치 동작-기어 조작-클러치 해제'의 수동 변속기의 변속과정을 그대로 거치기 때문에 변속 속도가 느리고, 충격도 있는 편이다. 

자동 변속 모드에서는 보통 1800~2000rpm에서 변속이 이뤄지는데, 이 타이밍에 맞춰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면 충격이 적어진다. 아예 변속기를 수동 모드에 놓고,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 타이밍을 자유롭게 조정하면 더 낫다. 

 

DS3 카브리오는 동력 성능은 다소 아쉬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주도가까지 와서 굳이 빠르게 달릴 필요가 있나 싶다. 게다가 제주도 대부분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50, 60, 70km여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또, 평소에는 시속 70km에서도 6단으로 연비 주행을 하지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4단으로 시프트다운해 회전수를 높이며 나름 강력한 주행 성능을 내기도 했다. 중고속으로 이어질 때의 가속감과 주행 질감도 의외로 괜찮았다. 

◆ 가장 연비 좋은 오픈카 DS3 카브리오

5박6일 동안 제주도 곳곳을 740km가량 달린 후 가득 주유를 해보니 주유비는 약 5만원. 연비가 20km/l 정도 나온 셈이다. 국내 출시된 모든 오픈카 중 가장 연비가 좋은 것 같다. 

 

제주도는 오르내리는 경사가 꽤 크고 빈번하기 때문에 연비운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완만한 내리막에서 힘을 받아 멀리까지 쭉 뻗은 길을 갈 요량이면 기어를 중립에 넣는게 유리하다. 반면 가파른 내리막에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게 연비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 연료가 완전히 차단되는 퓨얼컷(Fuel Cut)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지에서도 멀리까지 내다보자. 저 멀리 차가 멈춰섰거나, 정지 신호가 보인다면 중립보다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 유리하다. 

중립을 넣는 타력주행과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퓨얼컷 주행을 전략적으로 잘 섞어 쓰는게 중요하다. 모름지기 브레이크만 밟지 않도록 노력하면 오르막에서 쓴 힘을 꽤 만회할 수 있다. 

◆ 제주도에서 만큼은 가장 완벽한 오픈카, 몇 가지 단점 개선은 필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컵홀더가 없는 등 수납 공간이 다소 부족했고, 주차하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릴 때마다 암레스트가 걸려 불편했다. USB 단자가 없는 점이나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DS3 카브리오는 제주도에서 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오픈카인 듯하다. 우선, 시속 120km 이내에서는 마음대로 뚜껑을 여닫을 수 있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해치백을 기반으로 만든 '롤-백 캔버스톱' 모델이다 보니 정통 오픈카보다 렌트비가 저렴하고 적재 공간도 넓다. 게다가 연비까지 좋아 연료비 부담 없이 제주도 곳곳을 맘껏 다닐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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