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명확한 매력의 소유자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10.05 20:30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명확한 매력의 소유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클래스는 타겟이 확실하다. 또 용도가 명확하다. 그래서 생김새를 바꾸기 힘들다. 약간 껑충해 보이는 몸매가 핵심이다. B클래스에게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날씬한 몸매를 가진다면,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스로 자동차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역사를 쌓은 것은 물론이고, 가장 다양한 차를 만들고 있다. 승용차 외에도 다양한 상용차와 트럭을 만들고 있다. 또 그 영향력 역시 승용차만큼 막강하다. BMW가 멋있는 차, 빠른 차, 비싼 차 만들기에만 열중할때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실용적이고, 가족적인 차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B클래스는 이런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치관이 잘 담겼다. 비록 생김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가장 동떨어졌지만 말이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선견지명

B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작은 MPV다. B클래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됐을때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왜 이런 못 생긴차를 만들어야 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 고급스럽고, 중후한 이미지를 쌓아오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세단과 너무 달랐다. 또 해치백도 아니고, 덩치 큰 미니밴의 모습도 아니었다. 유독 세단의 영향력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선 무척 생소했다.

 

물론, 유럽에서도 생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세대 A클래스로 시장 반응을 살폈다면, 아우디는 먼저 이 세그먼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우디는 1999년 A2를 선보였다. 하지만 A2는 아우디의 디자인 정체성을 뒤흔들만큼 우악스러운 모습이었다. A2는 결국 한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단종됐다. 너무 시대를 앞섰고, 당시엔 아우디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거세지도 않았다. 

아우디의 실패를 잠자코 지켜보던 메르세데스-벤츠는 A2가 단종되자마자 B클래스를 선보였다. 아우디가 A2의 알루미늄 차체 구조를 강조하는데 급급했다면, 메르세데스-벤츠는 B클래스의 실용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 어중간했던 A클래스의 포지션을 확실히 하면서 B클래스에 대한 명분이 명확해졌다. 

 

판매대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B클래스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BMW는 이제서야 소형 MPV를 선보이고 있으며, 아우디는 A2의 부활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굳건히 자리는 지켜온 B클래스의 벽은 높아만 보인다.

# 의외의 주행성능

생김새 때문에 과소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B클래스는 의외로 운동성능이 좋다. 기대보다 훨씬 잘 나가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마이 B’로 불리던 1세대 모델에 비해 차체 높이는 약 50mm 가량 낮아졌고,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되면서 엔진 출력을 끊김없이 뽑아냈다. 무게 중심도 낮아졌고, 파워트레인이나 섀시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보기와 다른 박력도 느껴졌다.

 

C클래스에 비해 엔진 소음이나 진동은 더러 있는 편이었으나 경쾌함은 뒤처지지 않았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30.6kg.m의 강력한 토크로 B클래스를 무척 가볍게 다뤘다. 호쾌한 엔진이다. 고속에서도 꽤 만족스럽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눈부시게 변속이 빠르진 않지만, 신중하다. 고속으로 달릴때나 스포츠 주행을 할땐 듀얼클러치 특유의 직결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반응이 빨라진다고 하는데,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코너의 움직임은 흥미로웠다. 워낙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도 있지만 분명 날쌘 해치백의 느낌이 강했다. 코너를 돌면서 비교적 큰 차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A클래스를 다루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조작이 쉽고, 전자장비의 개입이 빠르고 부드러웠다. 1580kg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했다.

 

#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린 그림

메르세데스-벤츠가 B클래스로 그린 그림은 가족이다. 가족을 위한 차 혹은 엄마를 위한 차로 생각하면 많은 것이 이해된다. 

높은 차체 때문에 천장은 높다. 또 지상고는 낮다. 그래서 타고 내리기 수월하면서도 실내 공간은 쾌적하다. 전륜구동이기 때문에 실내 공간은 유독 넓다. C클래스에 비해서도 실내 환경이 더 좋다. 특히 뒷좌석엔 메르세데스-벤츠의 여러 가지 배려가 담겼다.

 

뒷좌석 시트엔 아이들을 위한 보조 시트가 기본 적용됐다. 머리의 좌우를 보호하는 머리 보호용 쿠션이 포함됐다. 또 안전벨트까지 체구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맞춰진다. 또 뒷좌석 팔걸이나 접이식 테이블까지 마련됐다. 공간 자체도 넓고, 등받이 각도도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로 밝은 실내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무척 가족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막상 후방카메라는 적용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앞으로 후방카메라 장착이 의무화된다. 미국에서는 후진 사고로 매년 약 2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약 1만5천여명이 부상을 당한다. 특히 사망자의 절반이 5세 이하의 어린이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가족을 위한 B클래스라면 다른 편의장비보다 후방카메라 장착이 더 중요해보인다.

 

그래도 B클래스는 기본적으로 여러 안전 장비를 갖추고 있다.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면서 야간 주행 시야 확보가 원활해졌고, 충돌이 감지되면 스스로 속도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어댑티브 브레이크,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도 적용됐다.

# B클래스의 명확한 매력

B클래스는 소비층이 명확하다. 그래서 그 부류에 들어가지 않으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난 결혼도 하지 않았고, 많은 짐을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가끔 도심을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하긴 하지만, 그럴땐 오히려 지상고가 높거나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SUV에 더 눈길이 간다.

 

하지만 주 활동무대가 도심이고, 거부감 없는 주행감각과 부드러운 승차감, 쉬운 조작, 쾌적한 공간, 공간활용성을 바탕으로 한 실용성을 생각하면 B클래스만한 것도 드물다. B클래스는 소비층이 명확한 만큼 자신의 성격도 뚜렷하다. A클래스나 GLA클래스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분명하다.

* 장점

1. 짜임새 있는 실내 구성.

2. 부드러운 승차감과 쾌적한 실내 공간.

3. 생김새에 비해 탄탄한 주행성능.

* 단점

1. 내비게이션 및 후방카메라의 부재. 기본 장비 설정이 의아함.

2. 조수석은 수동으로 조절해야 한다.

3.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부족한 세그먼트.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