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출중한 멀티플레이어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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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5 12:19
[시승기]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출중한 멀티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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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나는 재료를 골고루 섞는다고 꼭 맛있는 음식이 되는건 아니다. 각 재료의 맛을 모두 느끼게 할지, 첫맛과 끝맛에 다른 여운을 줄지, 여러 고민이 담긴다. 그래서 어렵다. 어떤 노력을 했던 그 결과물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볼보는 그동안 꾸준하게 세그먼트의 결합을 시도했다. 크로스컨트리가 그 결과물이다. 볼보는 크로스컨트리를 통해 왜건과 SUV의 특징을 동시에 담기도 했고 해치백과 SUV, 심지어 세단과 SUV의 결합까지 시도했다. 그렇게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은 점차 늘었고 이젠 볼보의 한축을 담당하기까지 이르렀다.

 

볼보차코리아도 적극적으로 크로스컨트리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미 세단과 SUV 시장은 포화상태고 크로스컨트리는 틈새를 공략하는 좋은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볼보차코리아도 크로스컨트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왜건 V60의 지상고를 높여 험로주행까지 용이하게 만든 차다. V60에 비해 차체 높이는 65mm 높고 XC60에 비해선 170mm 낮다. 직접 보면, 잠깐 고민하게 된다. 높아진 지상고가 무척 절묘해서다. 볼보는 주행감각 면에서는 왜건에 더 가깝도록 설계했고, 실용성이나 험로주파 능력은 SUV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옆모습에선 볼보 특유의 늘씬한 왜건이 보인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 보면, 우람한 SUV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또 험로 주행에서 차체 밑부분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텍터나 측면의 스키드 플레이트 등은 마치 볼보 XC 라인업을 연상케 한다. 디자인적으로 두 장르가 꽤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거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은 일단 장점으로 부각된다. 

 

실내는 트림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호두나무의 무늬가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디젤 모델의 상위 트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스크립션 리니어 월넛 데코’는 편안한 느낌을 전달한다. 마치 오두막 속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손끝으로 전달되는 감촉도 자연적이다.

다소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센터페시아 구성은 아쉬운 부분이다. 최신 경향과 동떨어진 기분도 든다. 최근엔 터치 스크린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외부 버튼을 줄이는 디자인이 유행이다. 전화번호 버튼을 고집했던 메르세데스-벤츠도 간결한 실내 디자인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볼보 또한 신형 XC90을 통해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아마 볼보의 다른 차량도 풀체인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실내 디자인을 부여받을 것 같다.

 

V60 크로스컨트리에는 한글을 지원하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센서스 커넥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내비게이션도 변경됐다. 

# 넓고, 실용적이고, 안전한 실내 공간

공간의 대한 부족함은 찾기 힘들다. 디자인 요소가 강조됐던 V60 조차 실내 공간의 아쉬움은 없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V60에 비해 더 넓어졌고, 활용성도 뛰어나다. 특히 디자인때문에 조금 손해를 봤던 뒷좌석 머리 공간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지상고가 조금 높아졌기 때문에 왜건에 비해선 화물을 조금 높게 들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역시 SUV에 비해선 수월하게 짐을 넣을 수 있다. 짐을 넣는 과정은 왜건이 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반영한듯 하다. 기본적인 트렁크 공간은 692리터에 달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넓은 공간이다.

 

뒷좌석은 40:20:40으로 접힌다. 활용성이 극대화됐다. 이때의 적재공간은 무려 1664리터에 달한다. 또 뒷좌석을 접고 화물을 가득 채웠을때, 주행 중 짐이 운전석으로 넘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그물망이 앞좌석과 적재공간 사이를 막아준다. 볼보는 이런 작은 배려에 능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완전히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단순히 짐을 싣는 용도 외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침낭만 있다면, 충분히 발 뻗고 숙면을 취할 것 같다. 차안에 누워 썬루프를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다.

# 드라이브-E 엔진이 확대되지 못한 배경

V60 크로스컨트리의 파워트레인은 아직 드라이브-E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통합되지 않았다. 여전히 5기통 엔진이 탑재되고 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국내엔 총 세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다.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D4와 2.4리터 직렬 5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D4 AWD, 2.5리터 직렬 5기통 싱글 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T5 AWD 등으로 구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직렬 4기통 엔진, 8단 자동변속기 등 볼보의 최신 파워트레인이 사륜구동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 부분이다. 최신 파워트레인이 사륜구동 시스템과 조합된 모델은 신형 XC90 뿐이다. 이와 관련해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차츰 신형 파워트레인가 사륜구동이 조합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V40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형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D4와 여전히 5기통 엔진을 쓰는 D5 AWD는 배기량이 약 0.4리터 차이나지만 최고출력은 모두 190마력으로 동일하다. 최대토크 또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배기량이 낮고, 전륜구동인 D4가 오히려 1.1초 가량 빠르다. 이는 8단 자동변속기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중미산을 달리다

미처 중미산을 달릴 줄은 몰랐다. 조금 더 재밌는 차였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와인딩에 그리 적합하진 않았다. 기본적인 주행감각은 왜건과 비슷하도록 설계했다곤 하지만, 역시 무게 중심은 높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웠다. SUV를 타는 느낌과는 많이 달랐지만, 안정적인 느낌을 추구하는 왜건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디자인이나 실용성, 활용성 등에서는 왜건과 SUV의 장점이 잘 녹아들었는데, 막상 구불구불한 산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보니 크로스컨트리는 왜건도, SUV도 아닌 애매한 차였다.

5기통 디젤 엔진은 190마력의 힘을 내는데, 끊임없이 이어진 오르막 코너에서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6단 자동변속기 또한 영민하지 못했다. 부족함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스로 기어 단수를 낮추는 일도 없었고, 동력을 끊김없이 바퀴에 전달하지도 못했다. 와인딩을 쏜살같이 달리고 싶은데, 마치 약수터에 산보 나온 어르신처럼 느긋하기만 했다.

스티어링휠은 유독 가벼웠고, 약간의 유격도 있었다. 무게 중심도 높고, 회전반경도 넓었다. 왜건의 승차감이나 몸놀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달릴땐 차선을 슬그머니 벗어나기 일쑤였다. V60의 민첩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하지만 평지로 내려오니 한결 주행이 수월해졌다. 쭉 뻗은 도로에서는 어떤 불안감도 없었고, 엔진도 더 이상 숨을 거세게 몰아쉬지 않았다. 그리고 산길에서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과 고요함이 다가왔다. 5기통 특유의 거친 소리가 가끔 들릴 뿐, 터빈이 돌기 시작하면 오히려 소리는 수그러들었다. 엔진의 회전질감도 부드럽기만 했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작동하는 터보 차저가 이질감을 주지 않았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사했다.

 

# 여운을 남기는 차

V60 크로스컨트리의 맛은 애매한 퓨전요리 같았지만, 생각해보면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한발짝 물러서게 하는 향신료도 없었고 처음보는 재료도 없었다. 모든 것이 친숙했다. 독특하고 새롭다는 인지와 강박에서 벗어났을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전달됐다. 직접적인 맛보다는, V60 크로스컨트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향의 존재감은 확실했고, 풍부하기도 했다.

* 장점

1. 공간 활용성은 덩치만 큰 SUV보다 낫다.

2. 두 장르의 장점만을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3. 세가지 트림의 가격 차이가 적고, 전부 풀옵션에 가깝다.

* 단점

1. 최신 파워트레인이 전트림에 적용되지 못한 것.

2. 6단 자동변속기는 아무런 개성이 없다.

3. 내비게이션은 제2의 아우디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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