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기아차 스포티지…내유외강(內柔外剛)의 SUV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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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4 03:23
[영상 시승기] 기아차 스포티지…내유외강(內柔外剛)의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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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는 가볍고 경쾌하고 단단한 차여야 할거라 생각했다. 젊은 층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았으니 당연히 즐겁게 달리는 스포티함이 있어야 할것 같았고 겉모양도 우락부락하니 남성적으로 달릴것 같았다. 하지만 실상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시승차는 전륜구동, 바퀴에는 꽤 커다란 19인치 휠이 장착됐다. 하지만 핸들을 잡고 첫번째 가속을 하자마자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낄만큼 물렁한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소비자 설문을 통해 가다듬어진 주행감일텐데, 다들 이런걸 원했던건가. 어쩌면 나만 유별난 사람인가 생각하게 됐다. 

# 난해한 외관, 과연 익숙해질까

기아차 사람들은 이 차를 가리키며 연신 ’사진빨’을 잘 받지 않는 차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본 결과 사진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직선의 단순화’를 설파하던 피터슈라이어 부사장은 대체 뭘하고 있는걸까. 

특히 전면은 선이 한두개가 아니라 수십개로 꺾이고 또 꺾인다. 그릴도 우락부락한 괴물 입 같이 보인다. 좋다는건 다 갖다 붙인, 어쩌면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진이나 마케팅팀이 디자인한 자동차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애둘러 말할까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하자. 못생긴건 못생긴거다.

 

다만 좀 괴팍하게 생겼다고 매력이 없는건 아니다. 깔끔하고 예쁜 선으로 가다듬어진 여성적인 얼굴이 있는 반면, 우락부락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상남자 얼굴도 마음에 들 수 있다.

사람들은 길들여지기 마련이라 난해한 외관이 언젠간 익숙해지는 날도 올거고, 그러면 기아차의 디자인이 오히려 시대를 앞서갔다고 칭송 받을지도 모른다. 

# 외관는 좀 어울리지 않는 주행감각

무게 증가에도 불구하고 출력은 불과 2마력 높아졌다고 하니 가속감에 우려가 됐다. 그런데 정작 주행해보니 가속감은 결코 부족하지 않고 꽤 산뜻하다. 

엔진음은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고,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풍절음이 들리지 않는 정숙성도 인상적이다. 지나치리만치 조용한 실내라서 그런지 오히려 노면 소음은 꽤 들리는 편이다. 

SUV임에도 패들시프트를 갖춘점은 꽤 마음에 든다. 하지만 6단 자동 변속기는 이제 좀 구식의 느낌이 들어서 변속할때마다 한템포씩 뒤쳐지는 느낌이 든다. 현대차 투싼 시승회때는 1.7리터 디젤과 DCT변속기의 조합을 내놨는데, 스포티지는 초기에 2.0리터와 6단 변속기를 결합한 모델만 나왔다는 점이 아쉽다. 

 

전반적인 밸런스는 매우 좋은 편이다. 특히 뒷좌석에서 느껴지는 공간감과 여유로움, 34도까지 조정되는 등받이는 이 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뒷좌석 시트는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딱딱해서 노면의 잔진동까지 느껴졌는데, 이 점이 오히려 좋았다.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앞쪽만 거의 70kg 가량 무거워졌다. 반면 전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 타이어를 삭제하는 등 뒤쪽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졌다. 가뜩이나 높이가 높아진데다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얹었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꽤 높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주행해보면 코너링 한계까지 꽤 버텨주지만 물렁한 서스펜션 때문에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느낌이어서 불안하다. 다시 말해 직진성은 좋고, 코너링은 안좋다. 언젠간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 누굴 위한 자동차인가

이 차는 강력하고, 딱딱하고, 스포츠카 같은 느낌의 차가 전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이 차는 앞으로 속속 등장할 스포티지 라인업 중 그저 하나의 세팅일 뿐이어서다. 지금은 2.0리터 엔진에 6단 자동을 얹었지만 곧 DCT를 장착한 1.7리터 모델도 나오고, 심지어 가솔린 터보 모델까지 줄이어 나올 예정이다. 이 차들의 세팅은 이와는 전혀 달리 매우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스포티한 차를 원한다면 기다렸다 그런 차를 사면 된다. 

이 차는 부드럽고, 조용하고, 시속 100km에선 차가 마치 멈춰선 것 같이 안락한 느낌을 자랑하는 차다. 앞뒤 좌석 모두 실내 거주 공간이 충분하고 편안한데다 트렁크는 짐을 잔뜩 집어넣어도 좋을 넉넉함이 매력이다. 형제차 격인 투싼과 비교해도 값은 비교적 저렴하고, 실내는 좀 더 고급스럽다. 주로 도심을 달릴 가족용 SUV에 뭘 더 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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