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코다 슈퍼브 콤비 4X4, '코리안 드림' 이룰 수 있을까?
  • 독일=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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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5 16:22
[시승기] 스코다 슈퍼브 콤비 4X4, '코리안 드림'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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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만남

유럽 출장 한두번 간 것도 아니고, 갈때마다 렌터카를 이용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속았다. 당최 예약한 차를 받을 수가 없다. 매번 소형차만 이용하다가 큰맘먹고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바리안트를 예약했다. 신형 파사트가 무척 궁금했고, 동행자들이 많아서 왜건을 선택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건 신형이 아닌 구형을 받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렌터카 직원은 차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C클래스 에스테이트의 키를 건넸다. 그리고선 마치 선심 쓰듯이 하루에 2만원만 더 내면 된다고 했다. 이럴땐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을 느꼈는지, 서랍에서 몇개의 키를 더 꺼냈다. 눈치를 보며 더듬더듬하다 한개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친숙한 디자인이었지만, 열쇠 중앙엔 마치 닭머리처럼 보이는 날개 돋친 화살 엠블럼이 박혀있었다.

 

파사트와 스코다 슈퍼브를 동급으로 보는건 납득할만 했다. 비록 구형이었지만 스코다를 타는 것이 처음이라 호기심도 동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에스테이트를 예약하고 슈퍼브 콤비를 받았다는 동료 기자도 있었으니 이득 본 기분마저 들었다. 더욱이 스코다는 국내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들어선 아주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 스코다?

디자인은 파사트와 전혀 다르지만 실내는 영락없는 폭스바겐이다. 엠블럼만 다를 뿐이지 거의 대부분을 공유한다. 처음 스코다에 올랐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단 품질이나 마감은 폭스바겐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렌트한 슈퍼브 콤비는 DSG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적용된 최상위 트림이지만, 플라스틱이나 인조가죽 등의 질감은 썩 좋지 못했다. 같은 뼈대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면서 가격을 더 낮춰야 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품질은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코다의 운명이라 할 수 있다.

 

알고보면 스코다는 폭스바겐그룹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스코다는 무려 1895년 체코에서 설립됐고, 1905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슈퍼브란 이름도 1930년대부터 사용됐다.

체코 공산주의 시절, 스코다는 그야말로 저렴한 차였다. 또 동유럽에만 갇혀있던 존재였다. 품질은 조악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과 수준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것이,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함께 무너졌다. 이때 폭스바겐그룹이 손을 내밀었고, 오랜 제휴 관계를 유지하다 2000년 스코다는 완전히 폭스바겐그룹으로 편입됐다.

 

폭스바겐그룹에게 인수된 후 스코다는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폭스바겐그룹의 기술력이 담겼고 가격은 폭스바겐보다 저렴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넘겼다. 

# 이유 있는 성장

폭스바겐이 ‘국민차’라고 불리는 것은 그야말로 옛말이다. 폭스바겐은 결코 저렴한 브랜드가 아니다. 유럽에서도 이미 준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빈 자리를 스코다로 대체하는게 폭스바겐그룹의 계획이다.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모듈러 플랫폼 MQB, TSI와 TDI 엔진, DSG 변속기 등은 스코다에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했다. 자금이나 연구력이 부족한 스코다에게 폭스바겐그룹의 기술은 단번에 스코다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기 충분했다. 스코다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외관 디자인 뿐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스코다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 기대를 넘어서는 것들 

슈퍼브 콤비로 약 1000km를 달렸다. 뮌헨을 출발해 아우디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 모터쇼가 열린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뉘르부르크링을 거쳐 다시 뮌헨으로 돌아왔다. 

 

일주일간 느낀 슈퍼브 콤비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공간이었다. 트렁크엔 대형 캐리어 네개를 무리없이 넣을 수 있었고, 특히 뒷좌석 공간의 여유가 상당했다. 그래서 장시간의 여정이 결코 힘들지 않았다. 또 뒷좌석엔 별도의 공조장치 컨트롤도 적용됐고, B필러엔 개별 송풍구도 놓였다. 넓은 공간을 채우는 편의 장비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셈이다. 슈퍼브 콤비 4X4가 스코다 중에선 가장 비싼 모델이기도 하지만, 스코다에 대한 기대감을 생각한다면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앞좌석도 쾌적했다.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다. 편의 장비도 섭섭하지 않았다. 별도의 USB 단자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블루투스 연결이 쉽지 않아서, 별도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콘솔박스에 넣고 다녔다. 

# 시속 200km로 아우토반을 달리다

달리는 감각, 소리, 조작 등은 영락없는 폭스바겐이다. 6단 DSG 변속기가 무엇보다 친숙했다. 현대차도 이제서야 조금씩 사용하고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스코다는 전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축복이 또 어딨나. 만족도에 있어서 DSG 변속기가 자치하는 비중은 꽤 높다. 신속한 변속, 뛰어난 직결감 등 폭스바겐이나 아우디에서나 느낄 수 있던 감각이 그대로 담겼다. DSG 변속기는 엔진이 주는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기 보다, 엔진을 재촉해 힘을 뽑아내는 기분이다.

 

2.0 TDI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의 힘을 낸다. 상위 트림인 만큼 단순히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도심에서는 사람과 짐을 가득 싣고도 경쾌했다. 빠르진 않았지만, 가속페달과 계기반, 속도의 일체감이 있었다. 파워트레인에 대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단, 폭스바겐보다 진동이나 소음은 더 크게 느껴졌다.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시스템 등도 폭스바겐 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세단보단 댐핑 스트로크가 더 여유있고, 승차감이 부드러웠다.

시간과 거리가 무척 필요하지만, 아우토반에선 결국 슈퍼브 콤비의 최고속도인 시속 21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선 비도 많이 내렸고, 스티어링휠도 생각보다 가볍고 유격도 있었다. 스티어링휠을 통한 조작감이 불안했을 뿐이지 차체는 빗길에서도 묵묵했다. 

 

슈퍼브 콤비 4X4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 앞바퀴에 96%의 구동력을 전달한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노면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50:50으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또 앞바퀴가 미끄러질땐 뒷바퀴에 최대 90%의 힘을 전달하며, 한쪽 뒷바퀴에만 최대 85%의 힘을 몰아줄 수도 있다.

# 스코다가 한국에서 팔리겠어?

생각보다 잘 팔릴 것 같다. 폭스바겐만큼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더욱이 올해초 공개된 신형 슈퍼브만 해도 디자인이나 고급스러움, 성능 등이 대폭 향상됐다. 또 스코다에는 세단이나 해치백 외에도 왜건, MPV, SUV 등 국내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할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 이미 포화된 세그먼트에선 승산이 커 보이진 않지만, 새로운 세그먼트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를 조금이라도 더 좁힐 수 있다면 스코다의 성공은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 장점

1. DSG 변속기의 능력.

2. 드넓은 실내 및 트렁크 공간.

3. 기대를 뛰어넘는 편의 장비.

* 단점

1. 폭스바겐보다 더 저렴해보이는 디자인과 소재.

2. 엔진 소리가 거칠고 진동도 줄곧 느껴진다.

3. 가벼운 스티어링휠이 고속에서 불안감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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