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3 시승기…전기차 타고 LA 시내 누비다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3.11.21 16:27
BMW i3 시승기…전기차 타고 LA 시내 누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BMW i3의 정면

야자수 가득한 LA 도로를 너무나 매끈하게 달린다. 운전 감각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고 실내는 최첨단을 달려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 소재부터 탄소 섬유와 플라스틱이 가득차 있어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다.

이런 차는 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 싶어 가격을 묻기 불안해질 정도.적어도 5천만원은 넘겠지 생각하고 물었는데, 차량가격이 4만1500불(4400만원)이라고 한다. 기아가 만든 경차 레이 전기차와 쉐보레 스파크 전기차가 모두 4500만원인데, 이보다 싸다. 더구나 한국에선 전기차 구입 지원금이 1500만원~최대 2300만원이나 되니까 제주도에선 2100만원에 BMW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로 감동적인 가격이다.

▲ 행사장 한켠에서는 전기를 꽂아 충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 "가솔린차 개조한 물건들과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팟' 하며 치고 나간다. 코너에서도 가벼움이 즉각 느껴진다. U턴을 하다가 당황할 정도로 회전 반경이 좁다. 자동차라기 보다 제자리에서 돌 수 있는 범퍼카 같은걸 탄 느낌에 가깝다. 

이유는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존 가솔린차는 쓸데없는 물건들이 굉장히 많다. 엔진을 떠받칠 수 있는 튼튼한 철제구조가 있어야 하고, 배기관을 만들어야 하고, 높은 열에 녹지 않는 재료를 곳곳에 써야 한다. 불가마에 넣어도 문제 없을 정도의 구조로 만들려니 당연히 무겁다. 엔진룸도 커서 설계의 한계가 쉽게 다가온다.

한국에는 기아 레이,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 SM3 등이 전기차로 개조돼 있지만 이들도 외관은 물론 내용물도 가솔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높은 토크를 자랑하긴 하지만 이들 전기차들은 가솔린 차에 비해 적어도 200kg 이상 무겁기 때문에 가솔린 차와 동등한 정도의 가속력에 만족할 정도다.

▲ BMW로고 주변에 BMW i브랜드를 뜻하는 파란 테두리가 쳐져 있다.

그러나 이 차는 가솔린과 전혀 다른 느낌의 가속감과 코너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전기차들과 설계 시작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무겁다고 알려져 있지만 i3의 무게는 1200kg 이내로 오히려 가솔린차보다 가볍다.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을 대거 이용하고 있어서다. 탄소섬유가 비싸다는 인식과 달리 BMW의 탄소섬유(CFRP)는 레이싱카에 사용되는 ‘드라이카본’은 아니어서 보기엔 그다지 수려하지 않지만 비교적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다. 사고시 수리를 위해 충격을 받기 쉬운 부분은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해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적용했다.

휠베이스는 경차 수준이지만 뒷좌석 문을 코치도어 형태로 만드는 등 온갖 신기를 부려 뒷좌석 승객도 타고 내리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무릎 공간은 다소 좁지만 머리 공간은 넉넉하다.

운전방법도 조금 다르다. 기존 전기차들은 가솔린차에 가깝게 주행하도록 만든 반면 i3는 조금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듯 하다. 크리핑(브레이크를 떼면 저절로 조금씩 전진하는 현상)을 아예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는 서서히 멈춰선다. 조금씩 전진하려면 가속페달을 조금씩 밟으면 된다. 가솔린차에선 이때마다 울컥거리거나 연료를 더 소비할 걱정이 되겠지만 이 차는 원하는 만큼 아주 세밀하게 전진할 수 있다. 왜 진작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나 궁금해질 정도다. 

▲ 계기반 내용이 조금 심심해보인다.

◆ 한국에서 성공할까

이 차는 유럽식 콤보(combo2)방식의 급속충전 단자가 장착됐지만 전시된 차량은 미국식 콤보 방식을, 일본 수출차는 '차데모' 방식으로 제작한다. 한국에 수출될 모델이 어떤것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도 마침 한국 제품을 사용한다.

가격이 문제인데, 미국 판매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4400만원이라면 다른 전기차에 비해 지나치다고 생각될만큼 싸다. 가격정책만 잘 세운다면 한국과 세계 전기차 수요의 대부분을 잠식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BMW i3 시승 행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다른 전기차들은 그저 전기로 달리는 차지만, i3는 ‘새로운 자동차’의 형식을 개척한 차여서다. 이 차의 혁신성은 모두가 열광 할 만 하다. 공급이 달릴게 분명하니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