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디젤, 티볼리·QM3보다 우월한 것들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08.27 14:00
[시승기] 쉐보레 트랙스 디젤, 티볼리·QM3보다 우월한 것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짧은 시간 쉐보레 트랙스 디젤을 시승했다. 고작 23km를 달린게 전부지만, 영종도 삼목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차를 싣고, 신도를 거쳐 시도, 모도까지 달렸다. 회차지인 배미꾸미 조각공원은 시승코스만큼 난해한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차를 탄 것보다 배를 탄 것이 더 기억에 남는 시승행사였지만, 분명한 건 트랙스 디젤은 힘이 꽤 좋은 편이고, 쉐보레 특유의 믿음직스러운 기본기가 돋보였다. 

# 독일 심장을 이식받다

트랙스 디젤에는 GM 산하의 독일 오펠(Opel)이 개발을 주도한 1.6리터 4기통 CDTi(Common rail Diesel Turbo Injection)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시승을 해보기 전부터 충분히 신뢰감을 주고, 기대감을 높였다. 이 엔진은 트랙스 디젤을 시작으로 크루즈, 올란도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회전질감이 매끄러웠다. 그리고 차체 크기나 포지션을 감안했을땐 무척 정숙한 편이었다. 순간적으로 회전수를 높이지 않는 이상 건조한 디젤 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시속 100km로 달릴때 엔진회전수는 2000rpm에 머무는데, 진동이나 소음은 실내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엔진은 당연히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며, 많은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며 무게를 줄였다. 유럽에서는 연료효율성을 위한 스톱&스타트가 기본으로 탑재되는데 국내 모델에는 빠졌다. 한국GM는 향후 신차에는 여러 기술을 넣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연료효율성에 특화된 110마력짜리 버전이 아닌 최고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의 힘을 내는 고성능 버전이 탑재됐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쉐보레 브랜드 특징과 잘 맞물린다.

 

도로 제한 속도에 맞춘 시승을 진행했지만, 출중한 토크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고속도로 최고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꽤 힘이 남았다. 가속페달엔 발만 살짝 얹고 있었다. 다소 반응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당장이라도 치고 나가는건 어렵지 않아보였다.

# 신속함이 부족해

GM은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인색하다. 토크가 풍부하고 회전질감이 좋은 이 엔진에 폭스바겐처럼 힘을 적극적으로 짜내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시승 내내 맴돌았다.

 

그래도 트랙스 디젤에 달린 변속기는 나름 최신 버전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기 내부 효율을 기존의 것보다 20% 개선됐다고 한국GM은 설명했다. 기어비를 최적화했고, 주행 및 변속 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가속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엔진 성능이 출중하니 변속의 신속함이 더욱 아쉽다. 또 기어노브에 마련된 기어시프트 버튼도 운전의 즐거움을 다소 저하시킨다. 차라리 굵은 기어노브를 움켜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편이 훨씬 나을 듯 싶은데, 쉐보레는 극구 이 방식을 고집한다. 

 

변속 시점이 매끄럽지도 않다. 힘을 내 가속을 하면 변속 때마다 반박자 늦는다. 엔진회전이 허공에 머무는 시점이 생기고,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다소 거슬렸다.

# 누구보다 기본기에 충실하다

짧은 와인딩 구간에서는 쉐보레의 강점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느낌이 담백하다. 경쾌하게 연속된 코너를 빠져나간다. 노면의 정보도 스티어링휠에 잘 전달된다.

차체 앞부분이 무겁다기 보단 뒷부분이 가볍다. 속도를 높이면 엉덩이가 조금 씰룩거리기도 했다.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며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하는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소형 SUV 중에서는 가장 스포티하다고 불릴만 했다.

 

차체 66% 이상이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으로 제작된 만큼 강성에서 동급 모델보다 우위에 있고, 엔진 성능도 뛰어나다. 엔진회전수만 잘 유지하면 와인딩에서도 호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 작지만 실용적이다

트랙스 디젤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쉐보레는 활용도 높은 실내 공간에 대해 크게 강조하기도 했다. 캠핑이나 각종 레저 활동엔 부피가 큰 짐이 따라다닌다. 트랙스의 뒷좌석 공간은 크게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트렁크 공간은 많은 짐을 넣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또 뒷좌석은 6:4 분할 폴딩이 가능하고,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바닥이 평평해진다. 한국GM은 이때의 적재공간은 1370리터라고 설명했다. 또 넓은 트렁크 공간 외에도 실용적인 수납공간이 많은 것은 큰 장점이다. 

 

터치스크린은 스마트폰과 연동했을때 빛을 발한다. 별도의 내비게이션 대신 스마트폰 링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는데 약간의 비용이 들긴 하지만,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최근 쉐보레가 도입하고 있는 애플 카플레이가 지원되는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동급에선 구경하기 힘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섬세한 음질로 아쉬움을 달래준다. 또 220V 단자가 적용된 점도 특징이다.

# 색깔은 확실하다

트랙스 디젤 출시로 소형 SUV 시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한 세그먼트의 SUV가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한 적이 있었나 싶다.

소비자들은 더없이 행복하다. 여러 SUV가 다 고만고만한게 아니라, 각기 특징이 뚜렷하다. 국내서 소형 SUV의 유행을 이끈 르노삼성차 QM3는 뛰어난 효율성을 내세웠고, 쌍용차의 도약을 책임지고 있는 티볼리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앞세운 다목적성에 초점을 맞췄다.

 

트랙스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에 둔 ‘펀 투 드라이빙’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가격이 수백만원은 더 비싼 수입 소형 SUV에 비해서도 결코 기본기는 뒤처지지 않고, 더 재밌게 도로를 달릴 수 있다.

한국GM는 트랙스 가솔린과 디젤의 비율을 6:4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디젤 엔진의 효율성과 강력한 토크, 소형차의 경제성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트랙스 디젤의 판매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 장점

1. 독일에서 제작된 검증된 디젤 엔진.

2.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운동성능.

3. 동급 최고 수준의 트렁크 공간과 여러 수납공간.

* 단점

1. 변속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2. 경쟁 모델에 비해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3. 트렁크 공간은 넓지만 탑승 공간은 여유롭지 못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