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만의 특권 '드라이빙 아카데미 37'…"미니 좋아하세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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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1 13:57
미니만의 특권 '드라이빙 아카데미 37'…"미니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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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저 예쁘기만 한 차가 아니다. 오히려 처음 탄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스포츠카 뺨치는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자칫 깜찍한 겉모습에 속아 가속 페달을 우습게 밟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이런 미니가 폭스바겐 비틀이나 시트로엥 DS3, 피아트 친퀘첸토 등과 함께 패션카로 불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겠다. 디자인이 특출나게 매력적일 뿐, 미니의 시작과 끝은 어디까지나 고카트(Go-Kart) 필링에서 뿜어져 나오는 과격한 레이싱 DNA일테니 말이다. 예쁘다는 칭찬에 겉으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지 몰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숨길 수 없는 질주 본능에 부글부글 피가 끓어 올랐을게 뻔하다.

그래서인지 미니는 요즘 '나도 재밌게 잘 달린다'는 것을 티내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하다.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 안착해 여유가 생긴 데다가, 작년에는 770억원을 투입해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만들어 맘껏 쓸 수 있는 번듯한 서킷도 확보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릴 '나이스 타이밍'인 것이다. 

▲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을 위해 마련된 미니 JCW. 클래스당 정원은 6명이다

18일, 미니 오너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에 참가해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다양한 주행 기술을 배워봤다. 

◆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고성능 미니 모여라"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은 미니의 고성능 모델인 쿠퍼S와 JCW 운전자를 위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으로, '37'은 1964년 WRC 몬테카를로랠리에서 우승한 미니의 레이싱 넘버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니 측은 "보다 선진화된 드라이빙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미니만의 성능을 만끽하는 드라이빙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은 국내 최고의 드라이빙 전문가들이 구성한 4개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기초 단계인 '오픈 트랙’부터 심화 과정인 '익스퍼트', 최종 단계인 마스터, 동계 프로그램인 '스노우 트랙' 등 각 클래스별로 특화된 드라이빙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은 4개 클래스로 구성됐다

'오픈 트랙' 클래스는 이달 25일부터 월 1회로 진행되며, 총 8시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긴급 제동과 트랙 라인 주행 등 고급 기술을 익힐 수 있다(클래스당 6명 정원). '오픈 트랙'에서 최종 테스트인 짐카나를 통과하면 '익스퍼트' 및 ‘스노우 트랙'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익스퍼트' 클래스는 내년 4월부터 월 1회 열릴 예정이다. 고속 슬라럼을 비롯해 코너링 시 제동·가속, 핸들링 등 트랙 주행 기술과 관련된 교육이 8시간 동안 진행된다.

▲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

최종 단계인 '마스터' 클래스는 2017년 진행될 예정으로 ‘익스퍼트’ 클래스의 최종 테스트를 통과한 회원에 한해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 챌린지 형식의 트랙 주행 및 랩타임 측정 등 실전 트랙 주행 위주의 드라이빙 교육이 진행된다.

'스노우 트랙' 클래스는 동계시즌인 1~2월 주 1회 개설되며, 눈길에서의 차량 컨트롤과 관련된 모든 기술을 알려주는 2시간 교육 과정으로 구성됐다.

▲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 '오픈 트랙' 클래스 일정표

'오픈 트랙' 클래스 참가 비용은 37만1200원이다.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차량 감가상각비를 비롯해 타이어 교체 비용과 유류비, 중식, 하동호 디자이너가 만든 미니 트랙재킷 제공 등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미니 관계자는 "정식 가격은 80만원가량이지만, 국내 선진 드라이빙 문화 정책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미니가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실전을 방불케 하는 '진짜' 드라이빙 아카데미…"운전 좀 하시나요?"

무려 8시간에 걸친 '오픈 트랙' 클래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이지만, 막상 교육을 받아보면 한눈팔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다이내믹하게 진행됐다. 특히, 실전을 방불케하는 다양한 코스로 구성돼 일상 주행뿐 아니라 당장 서킷에 나가서도 재밌게 달릴 수 있도록 운전 실력을 업그레이드시켜준다.

1. 이론 교육…이 정도는 알고 운전하세요

▲ 드라이버 출신 손성욱 박사와 엑스타 레이싱 정의철 선수가 이론 교육을 실시했다 

가장 먼저 클래스룸에서 이론 교육이 실시된다. 담당 인스트럭터로는 드라이버 출신 손성욱 박사와 국내 최고의 드라이버인 정의철(엑스타 레이싱) 선수가 배정됐다. 

이론 교육 시간에는 올바른 시트포지션과 스티어링휠 돌리는 방법부터 시작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DSC(다이내믹 스테빌리티 컨트롤)의 기능,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움직임에 따른 타이어의 한계, 슬로우인 패스트아웃과 아웃-인-아웃 등 서킷을 잘 타는 요령 등을 알려준다. 

2. 멀티플 코스…몸풀며 참가자 수준 파악

▲ 몸풀기 슬라럼 코스

다음으로는 멀티플 코스로 자리를 옮겨 워밍업을 시작한다. 차량에 익숙해지면서 운전 감각을 살리는 과정이지만, 인스트럭터가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천히 슬라럼을 하면서 몸을 풀고 풀브레이킹 및 타겟 브레이킹을 통해 제동력을 익힌다. 다음으로는 급하게 차로를 바꾸는 레인 체인지를 하는데, 시속 40km부터 70km/h까지 속도를 점점 높이면서 진행된다. 속도를 유지하면서 라바콘을 건드리지 않고 매끄럽게 통과하는 것이 관건이다.

▲ 코스를 돌면 인스트럭터가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코스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인스트럭터가 조언을 해준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것. 인스트럭터가 아무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올린다면 당신은 능력자.

3. 다이내믹 코스…위기 대응 능력을 길러라

다이내믹 코스는 미끄러운 노면에 물을 뿌려 빙판과 유사한 도로 상황을 연출한 곳이다. 접지력이 약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물기둥 피하며 통과하는 것.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언더스티어 미션이 추가된다. 다이내믹 코스 진입 시 강제로 언더스티어를 발생시켜 차를 미끄러트리는데, 재빨리 카운터로 차의 중심을 잡고 물기둥을 빠져나가야 한다.

▲ 다이내믹 코스. 언더스티어와 물기둥을 극복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미끄러운 도로에서 제동력 차이를 배운다. 시속 30km부터 10km/h씩 속도를 높이며, 속도에 따른 제동력 변화를 익힌다. 마지막은 70km/h에서 급제동하면서 레인 체인지를 한 다음 멈추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 빠르게 전방 장애물을 피하면서 신속하게 멈추는 과정이다.

4. 서큘러 코스…욕심내지 않는 사람이 가장 빠르다

▲ 서큘러코스는 욕심을 내지 않는게 중요하다

서큘러 코스는 중심이 같은 3개의 원으로 구성된 곳이다. 각 원은 접지력이 모두 달라 순간적으로 차의 미끄러짐과 스티어링의 반응이 달라지는데, 이 상황에 적응하면서 정해진 코스를 빠르게 달리는 것이다. 이 코스에서는 서로 반대편에 위치한 두 대의 차량이 꼬리잡기를 한다. 상대를 잡기 위해 욕심을 부려 속도를 높이면 바로 오버스티어가 발생해 더 느려진다.

▲ 욕심을 내면 잡힌다

5. 핸들링 코스…서킷 공략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

드라이빙센터 서킷 중 구불구불한 코너로 이뤄진 테크닉컬 구간을 달리며 핸들링 능력을 배우는 코스다. 인스트럭터가 탄 선두차를 따라 레코드 라인을 그리며 달리며 이론 교육 시간에 배웠던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 움직임에 따른 타이어의 한계, 슬로우인 패스트아웃과 아웃-인-아웃 등을 몸에 익힌다.

▲ 핸들링 코스에서 인스트럭터가 동승해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또, 인스트럭터 동승해 코스를 함께 돌면서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과 잘못된 습관, 올바른 서킷 주행 방법 등에 대한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6. 가속 및 제동 코스…차의 성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라

다음으로는 드라이빙센터 전체 서킷을 돌면서 가속 및 브레이킹 등을 배운다. 핸들링 코스에 긴 직선 구간과 몇개의 코너가 추가된 수준이지만, 반복된 훈련을 통해 차의 성능을 알고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 인스트럭터 뒤를 쫓아가다 보면 서킷 주행이 저절로 몸에 익었다 

핸들링 코스에서도 그랬지만, 인스트럭터들은 매우 빠르게 달린다. 이날 클래스 참가자 수준이 꽤 높았던 탓도 있겠지만,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이 단순히 형식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실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7. 짐카나 테스트…합격은 결코 만만찮다

▲ 깐깐하다. 32초 안에 못 들어오면 불합격이다

모든 코스가 끝나면 시험을 본다. 바로 짐카나(코스를 설정하고, 그것을 빠져나가는 시간을 다투는 경기)다. 코스는 슬라럼과 급코너, 대형 원, 레인 체인지, 급제동 등으로 구성됐다. 제한 시간은 32초. 이 시간에 들어오지 못해 시험에서 떨어지면 '오픈 트랙' 통과를 인증받지 못한다.

▲ 대형 원을 얼마나 빨리 도느냐가 합격을 좌우한다. 속도가 빠르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해 크게 돌 뿐이다

32초 안에 들어오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31초04가 나왔지만 급제동 시 콘을 살짝 건드려 -3초 패널티를 받았다. 마지막 기회에서도 31초49로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8. 모터스포츠 코스…C 드라이빙 라이센스 발급

시험이 끝나면 모터스포츠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서 발급하는 'C 드라이빙 라이센스'가 제공돼 국내의 다양한 드라이빙 트랙을 이용할 때 활용할 수 있다. 

◆ 미니, 차가 아닌 문화를 만들다…"미니 좋아하세요?"

미니는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다. 흔한 페이스북 이벤트부터 신차 출시회, 모터쇼, 동호회 등 사소한 행동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미니를 즐기는 문화를 만든다면 판매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차에서 시작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미니'라는 한 단어로 귀결시키려는 노력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 

▲ 우여곡절 끝에 미디 드라이빙 아카데미 37 '오픈 트랙' 클래스를 통과했다

'미니 드라이빙 아카데미 37'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위험한 놀이 기구(?)를 던져주고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더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열심히 고민하고 방법을 알려준다. 미니를 사는 사람들, 차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도 멋있어야 하지만, 달리고 싶을 때는 원하는 만큼 달려줘야 만족한다.

무엇보다 이런 행사를 통해 미니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 사소한 일이지만, 뙤약볕 아래 있는 차에 미리 에어컨을 틀어놔 시원하게 탈 수 있게 한다든지, 교육 중간에 화장실이 급하면 어디선가 X5가 나타나 데려다준다든지… 세심한 배려를 통해 기꺼이 돈을 내고서라도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하고, 참가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고 나서는 말없이 묻는다. "미니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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