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을 살리기 위해 특단의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현대기아차는 18일, 사천현대기차 담도굉 판매담당 부사장을 중국전략담당으로, 현대위아 공작·기계·차량부품사업 담당 이병호 부사장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로, 기아차 기획실장 김견 부사장을 동풍열달기아 총경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 좌측부터 담도굉 부사장, 이병호 부사장, 김견 부사장

반면, 지금까지 중국에서 중책을 담당했던 임원의 역할은 고문 및 자문으로 축소됐다. 기존 중국전략담당을 맡았던 최성기 사장은 고문으로, 동풍열달기아 총경리를 맡았던 소남영 부사장은 자문으로, 북경현대기차 김태윤 총경리는 북경현대 4·5공장 건설 자문, 북경현대기차 노재만 전 총경리는 중국전략 고문으로 인사조치됐다.

현대기아차 측은 "이번 인사는 중국 사업 전반의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는 한편,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 중국 시장에서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하던 현대기아차가 줄어든 중국 내 점유율 회복을 위해 일부 구형 모델의 가격을 최대 935만원이나 할인한다

그러나 단순한 임원진 교체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중국 경기가 워낙 안 좋은 데다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현지 브랜드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현대기아차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1185만대로, 전년(1010만대)보다 1.7% 증가했다. 최근의 안 좋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듯 7%가량 성장했던 전년에 비해 주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2008년 12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 상황은 더 나쁘다. 1~6월 판매량은 81만1576대로 전년(86만1623대) 대비 6%나 감소했다. 이는 업계 평균 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수치로, 시장 점유율도 9.2%에서 8.5%로 떨어졌다.

▲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텐진항 폭발로 현대기아차 4000대가 불에 탔다. 중국 경기 성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51만328대로 8% 하락했다. 모델별로는 아반떼MD(13만2796대)와 미스트라(7만3800대)가 각각 16%, 17% 늘었지만, 투싼(5만1429대, 28%↓)과 아반떼HD(3만8169대, 50%↓), 쏘나타(2만9278대, 11%↓), 싼타페(1만550대, 72%↓)가 크게 줄었다.

기아차는 30만1248대로 2.4% 감소했다. 스포티지R(3만8010대, 19%↓)와 K5(2만52대, 29%↓), 포르테(1만7828대, 52%↓) 등 주력 모델의 판매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K4 3만4314대와 KX3 1만9175대 등 새롭게 투입된 신차가 덕분에 하락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 기아차 KX3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고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세단이 줄고 SUV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SUV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아무리 침체기라지만, SUV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SUV는 투싼이 28% 줄었으며, 스포티지와 싼타페도 각각 19%, 72% 하락했다. 새로 투입된 KX3가 선전하고 있지만, 전체 실적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반기 베스트셀링 SUV TOP7에 현지 브랜드가 무려 6종의 모델의 이름을 올렸다"면서 "중국 시장이 현지 브랜드의 SUV 모델 위주로 성장하고 있어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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