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만 웃었다…SUV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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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2 17:02
현대기아차만 웃었다…SUV 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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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SUV가 인기라지만, 모든 SUV가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팔리는 모델은 더 잘 팔리고, 안 팔리는 모델은 더 안 팔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차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신차를 쏟아내며 SUV 시장의 호황을 마음껏 누렸다. 반면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은 라인업 부족과 노후 모델 유지 등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산 SUV 판매량은 29만8400대로, 전년(23만2121대) 동기 대비 28.6% 늘었다(RV·밴 포함, 상용차 제외). 세단이 9.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성장세로, 최근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50만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작년 39만1459대).

늘어난 SUV는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몫이었다. 7월까지 현대기아차의 SUV 판매량은 20만6034대로 업계 평균을 뛰어 넘는 30.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도 작년 66.0%에서 69.0%로 3%나 늘었다. 쌍용차 티볼리급 초소형 SUV 모델은 없지만,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모델이 포진해 있는 데다가 최근 출시한 신차가 높은 인기를 모으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은 기아차다. 1~7월 누적 판매량은 11만7537대로, 무려 60.1%나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31.5%에서 39.4%로 증가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세단:SUV 비율이 66:34였는데, 올해는 54:44로 좁혀졌다.

효자는 단연 신형 쏘렌토와 신형 카니발이다. 쏘렌토는 올해 상반기 현대차 싼타페를 압도하는 등 높인 인기를 모았다. 7월까지 판매량도 4만5198대로, 전년보다 380%나 늘었다. 카니발 역시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248% 증가한 3만9821대를 기록했다. 

스포티지R의 경우 9월 신차 출시를 앞둔 탓에 2만488대로 29.3% 줄었지만, 신차가 나오면 곧 예년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SUV인 모하비도 7540대로 월 1000대를 넘기며 16.9%나 성장했다. 단종되는 베라크루즈와 달리 유로6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8만8497대로 5% 늘었다. 다소 저조한 성적인데, 새로 출시된 신형 투싼이 수출로 인한 물량 부족으로 예상보다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볼륨 모델인 싼타페가 1~5월 쏘렌토에 밀려 잠시 주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라크루즈와 맥스크루즈 등 대형급 SUV 판매량도 18~22.6% 줄었다.

그러나 싼타페가 2016년형 모델로 바뀌면서 월 9000대 이상 팔리고 있으며, 신형 투싼도 전년 대비 32.6% 늘어난 데다가 물량도 곧 확보될 예정이어서 실적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베라크루즈가 단종되면 SUV 라인업이 3개로 줄어들기 때문에 신속하게 신차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한국GM과 쌍용차, 르노삼성의 SUV도 판매량은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새롭게 투입한 초소형 SUV로 인한 것으로, 볼륨이 큰 C·D세그먼트 SUV는 줄어든 상황이다. 아무리 초소형 SUV가 인기라지만 수익성도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아직 월 7000대 수준의 작은 시장에 불과하다. 월 3~4만대 수준의 중·대형 SUV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실적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 한 전문가는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이 고전하는 이유는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고, 나온지 오래된 노후 모델을 판매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새롭게 바뀌는 현대기아차의 SUV와 비교해 디자인, 성능, 사양 등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쌍용차는 올해초 출시된 티볼리 덕분에 0.8% 늘어난 17.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티볼리를 제외하고는 전 모델의 판매량이 모두 감소했다. 1~7월 판매량은 전년(3만7755대) 대비 40.1% 늘어난 5만2901대로, 이 중 티볼리는 2만2535대로 무려 42.6%를 차지했다. 티볼리를 제외하면 3만366대로, 20%가량 줄어든 셈이다. 주력 모델인 코란도C와 코란도 스포츠가 10.1~16.7% 감소했으며, 렉스턴과 코란도 투리스모도 33.3~42.5% 하락했다. 특히, 코란도C는 지난달 유로6에 맞춰 배기량을 2.0에서 2.2로 키운 이후 전년보다 45.9%나 줄었다.

한국GM은 2만2865대로 4.5% 늘었지만, 성장률이 업계 평균을 한참 밑도는 바람에 시장 점유율은 10.1%에서 7.7%로 줄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록 낮은 수치지만, 캡티바와 올란도, 트랙스 등 SUV 전 모델이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것인데, 최근 유로6를 앞두고 할인 폭을 늘린게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달 트랙스 디젤이 추가되면 하반기 실적은 조금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얼마나 신속하게, 공백 없이 캡티바와 올란도의 유로6 모델을 공급할 수 있느냐, 9~11월에 판매할 유로5 모델 물량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QM3와 QM5로 구성된 르노삼성의 SUV 라인업은 10.8% 증가한 1만6600대가 판매됐다. 점유율은 6.9%에서 5.6%로 줄었다. QM3의 경우 스페인에서 공급받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월 2000~3000대 수준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다만, QM5의 경우 4051대로 30.4%나 줄었는데, 워낙 오래된 디자인과 사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신차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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