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1) 자연흡기 엔진이 그립지 않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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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5 12:05
[롱텀시승기] BMW M4 (1) 자연흡기 엔진이 그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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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그래프가 BMW M4를 산 이유

자동차 기자라고 원하는 차를 모두 시승할 수 있는건 아니다. BMW M4는 어떤 차인가, 지난 30년간의 자연흡기 M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 시대를 연 스포츠카다. M3라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이름을 넘어서는 새 이름을 내놓은 것 또한 처음 있는 사건이다. 역사적인 차인만큼 시승을 해봐야 겠지만 시승차는 좀체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쳤다. 차라리 차를 구입해서 시승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펴보니 할인도 적지 않았고 마침 7월 계약자들에겐 1400만원짜리 BMW 스포츠 머플러도 무상 장착 해준다고 했다. 더구나 M4는 공급 물량이 적어 신차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한달은 기다려야 했고, 중고차 가격도 꽤 높았다. 그런데 마침 국내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차 딱 한대가 있다고 하니 주저할 것도 없었다. 

 

M4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은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킷을 잘 달리는 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터그래프는 향후 모터스포츠에 참여 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이전부터 여러 차들을 살펴왔다. 이탈리아의 슈퍼 스포츠카도 좋지만 서킷에서 자주 달리기엔 여러모로 부담이었다. 닛산 GT-R도 후보에 올랐지만, 멀쩡한 중고차를 구하긴 쉽지 않았다. M4는 여러 조건을 꽤 만족시켰다. 또 본격 스포츠카임에도 비교적 넓은 트렁크 공간과 4인승 실내는 무리없이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 변한 것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은 V8 자연흡기 엔진의 향수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몇주 시승하고 나니 "BMW라면 당연히 직렬6기통이지"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적어도 이전 세대(E92) M3가 그립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BMW M에서 자연흡기 엔진이 사라진다고 가슴 아파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사람 참 간사하다. 

 

새로운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 차저 엔진은 제원 성능 면에서 기존 엔진을 월등히 앞선다. 배기량은 낮아졌지만 최고출력은 11마력 늘었고, 최대토크는 무려 15.3kg.m이나 높아졌다. 그러면서 차체 무게는 낮아지고 회전 질감도 향상됐다. 최대토크 증가를 통해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얻게 됐다. 엔진회전수가 높아지고, 터보 차저가 쌩쌩 돌기 시작하면 오른발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차는 들썩인다.

 

M4의 터보 엔진은 비교적 회전수를 높게 쓸 수 있다. M4의 최고출력은 7600rpm에서 발휘된다. 최신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메르세데스-AMG GT만 해도 6200rpm에서 최고출력이 발휘된다. 두 브랜드의 지향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BMW는 터보 차저를 사용하지만, 자연흡기의 응답성을 구현하려 애썼고 고회전의 날카로움을 전달하는데 큰 목적을 뒀다. 

기존 유압식 스티어링에서 전자식 스티어링이 변경된 점은 엔진의 변화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AMG가 강력한 엔진 성능을 내세웠다면, M은 날카로운 핸들링을 더 앞세웠다. 이는 곧 BMW 전체를 관통한다. 기존 BMW의 유압식 스티어링은 많은 찬사를 받았다. 굳이 좋은 것을 바꾸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되지만 BMW 신형 M3와 M4에 전자식 스티어링을 적용했다.

 

속도에 따라, 또 운전자 임의로 스티어링의 무게감과 감도를 설정할 수 있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로 조절이 가능한데 , 그 차이가 무척 컸다. 더 많은 사용자의 입맛을 맞출 순 있겠지만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시속 100km만 달려도 웬만한 여성은 돌리기 힘들 정도로 스티어링이 무거워졌다. 안정감은 있지만, 팔이 조금씩 아려왔다. 컴포트는 일반 3시리즈와 비슷할 정도로 부드럽고, 스포츠는 이전 M3와 비슷했다. 차를 타는 대부분의 시간은 스포츠 모드를 이용했다.

 

이전 세대 M3는 배기음보단 날카로운 엔진소리가 운전자를 더 자극했다. 하지만 M4는 작은 엔진을 들키지 않기 위해선지 배기음을 한껏 키웠다. 가변배기 시스템은 스포츠 모드에서 더 걸걸한 소릴 낸다. 빨리 달릴때도 마찬가지다. 짜릿한 고회전 엔진소리보단 배기음이 먼저 들린다. 존재감을 남들에게 더 어필하긴 쉬워졌지만, 막상 쾌락은 조금 떨어진 기분이다. 머플러를 바꾸고 나면 또 어떤 느낌이 될지 궁금해진다. 

# 변하지 않은 것

새로운 이름이 부여됐을 뿐, 여전히 밸런스는 뛰어나고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예리하다. 날이 잔뜩 섰다. 특히 민감한 스티어링과 엔진 반응은 코너에서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꽁무니를 조금씩 흔들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M4는 기존 M3의 신경질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스티어링휠이 다소 이질감이 들긴 하지만 조종성 만큼은 변한게 없다. 핸들링은 M의 생명과도 같다. 유격 따윈 없다. 민감한 스티어링과 단단한 서스펜션, 노면을 꽉 움켜쥐는 타이어는 마치 손으로 땅을 짚고 움직이는 느낌을 들게 할 정도로 정교하게 방향을 틀게 했다. 

코너에서 조금만 속도 욕심을 부려도 꽁무니가 슬며시 돌았다. 언제고 원하면 파워 드리프트로 들어갈 수 있는 세팅이다. 오버스티어는 여전한데, 거동은 침착한 편이다. 순식간에 꽁무니가 휙 돌아 제어 불능상태에 놓이진 않고, 점잖게 뒤가 도는게 느껴진다. 곧 전자장비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 잡는데, 재미와 공포를 오갔다.

 

한계 속도로 치닫는 과정도 짜릿함의 연속이었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약간의 터보 랙이 느껴지지만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만 지나면 가속이 지체되는 모습은 경험할 수 없었다. 회전계의 바늘이 빨간 부근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순간마다 강하게 뒷목을 끌어당겼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주저함이 없었다. 과도하게 몰아붙여도 충실하게, 물샐틈 없이 힘을 전달했다.

# 특별한 것

BMW는 이전 세대 M3부터 루프를 카본파이버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했다. 강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며, 차체 무게를 줄이고 무게 중심까지 낮출 수 있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CFRP 활용에 가장 앞섰다. 대량 생산 체제 공장까지 보유한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다. 카본파이버 루프는 기능적으로도 우수하지만, 그 일정한 무늬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든다. 실내서도 곳곳에 카본파이버를 쉽게 볼 수 있고, 심지어 엔진룸안에도 강성을 위해서나 아름다움을 위해서 카본파이버가 사용됐다.

 

M4에는 BMW의 경량 기술과 공기역학 기술이 집약됐다. 엔진과 서스펜션 부품의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또 보닛과 차체 외부 패널에도 알루미늄이 사용됐다.

복합하게 생긴 범퍼 디자인은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또 앞바퀴의 브레이크 냉각에도 일조한다. 뒷바퀴의 휠하우스에도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한 통로가 마련된다. 아웃사이드 미러도 공기흐름을 위해 독특한 디자인이 채택됐다. 이전 세대의 것보다 한층 날렵해졌다.

 

단순히 잘 달리는 스포츠카의 성격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BMW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기술도 녹아들었다. 커넥티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이머전시콜과 긴급출동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 앞으로 해야할 것

계속해서 차를 타게 될 상황에 놓이니, 기존 시승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지루한 길들이기의 시간도 있었고, 조금 더 여유롭게 알아가자는 마음이 컸다. 연애 초기와 같이 설렘이 가득한 상황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첫편은 M4의 중요한 맥락만 짚었다. 앞으로 더 자세한 것을 설명할 계획이다.

 

또 모터그래프는 제네시스를 장기 시승하면서 접근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M4를 시승할 계획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의 용도를 떠나 자동차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소개할 예정이다. 드라이빙 스쿨이나 각종 트랙데이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또 BMW와 M, 그리고 M4에 대한 아주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고, 장점이나 문제점 등도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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