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다] BMW WELT(월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최고로”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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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0 13:26
[현장에 가다] BMW WELT(월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최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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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대체로 오래된 것을 집요하게 모으고 쉽게 버리지 않는 정리벽이 있다. 유별난 국민성이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지하실에 창고를 마련하고, 태어났을때부터의 잡동사니를 수집하고는 한다. 사소한 것으로도 벼라별 박물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마을 곳곳에 우표나 동전 박물관 같은건 수도 없이 많고 기차 박물관이나 장난감 박물관 같은 것들도 있다. 

자동차 박물관만해도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박물관이 모여있는 슈투트가르트, 혹은 아우디 박물관이 있는 잉골슈타트도 매력적이다.

특히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같이 자생적인 자동차 박물관만큼 값진 것은 없다. 공장을 찾는 수많은 팬들이 있기에, 이들을 위해 제조사가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 박물관을 만들었던 셈이다. 현대차에서도 자동차 박물관을 만든다면 서울 한복판 삼성역이 아니라 울산에 지어져야 옳은게 아닐까.

같은 이유에서 BMW도 2007년, 4개의 실린더 모양 빌딩인 뮌헨 본사와 공장 곁에 출고센터인 BMW벨트(BMW WELT=World)를 짓고 박물관(Museum)도 확장 했다. 엄밀히 말하면 둘은 별개의 건축물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박물관만 본다거나 BMW벨트만 보고 돌아가는 이는 없을것 같다. 

 

# BMW 벨트, “가장 중요한 순간을 최고로”

BMW 벨트(BMW Welt)는 1만4000평방미터에 달하는 대형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내부에 기둥이 전혀 없는 독특한 건물로 만들어졌다. 더블콘(Double Cone)이라는 나선형 계단처럼 생긴 두개의 부위가 건물을 떠받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건물이 서있는것 자체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빙둘러있는 전시공간 어느곳에서건 건물 가운데 섬처럼 만들어진 출고 센터를 지켜볼 수 있게 돼 있다. 소비자에게 차를 인도하는 곳임은 틀림없지만 일반 출고센터와는 전혀 다르다.

반짝이는 새 BMW들이 마치 모터쇼장의 콘셉트카처럼 턴테이블 위에서 돌고 있고 그 위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내리쬔다. 차를 구입한 주인들이 오면 그 자리에서 BMW 직원들이 새 차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점검을 한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구매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시동을 걸고 실내의 비탈 도로를 통해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물론 이 과정들은 BMW WELT를 관람하는 모든 이가 난간 너머로 지켜볼 수 있다. 관람객들에겐 BMW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하는건 물론, 동시에 구매자에겐 ’내가 이 멋진 차의 주인이 됐다’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거양득의 구조다. 

 

물론 외부 노출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한 개인적인 출고 공간도 있다. 어느쪽이건 BMW벨트 측의 입장은 똑같다. BMW의 가이드는 “자동차를 구입하고 10년동안 몰면서 새 차를 인도받는 때만큼 중요한 순간은 없다”면서 이 순간을 가장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입장료가 없는 만큼 내부는 다소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의 세부적인 가죽, 우드 소재나 컬러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전시 공간이 있고 BMW의 최신 기술들이 어째서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를 여러 체험 장치를 통해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BMW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진다. 대형 행사 공간도 있어서 음악콘서트 등도 열리는데, 독일의 유명 디자인상 ’iF’의 시상식도 이곳에서 치뤄진다. 현대차 관계자들도 iF 상을 직접 받는 경우라면 이곳에 와서 상을 수상해야 한다. 

 

# 프리미엄은 무엇이 다른가

두개의 투명 주차탑을 세워 출고전 차량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도 멋지지만 BMW는 출고 준비중인 자동차를 드러내지 않고 지하 창고에 보관한다. 작은 유리창을 통해 미리 살펴 볼 수만 있다. 전시장 가이드는 “우리 는 프리미엄 브랜드고 고객에게 차를 전달하기 전에 햇빛에 노출돼선 안되기 때문에 주차 시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산화를 막고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출고 주차장 내부는 산소를 빼고 질소만으로 가득 채워놨다”면서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로봇을 이용해서만 출고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어찌보면 지나친 호들갑이거나 경쟁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하는데는 이같은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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