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A1 30 TDI, 신명나는 소형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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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4 20:41
[시승기] 아우디 A1 30 TDI, 신명나는 소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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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게도 BMW M4, 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신나게 탄 직후, 아우디 A1에 올랐다. 아무리 차를 타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게 직업이라지만 A1이 상대적으로 좀 초라해 보였다. 아우디의 디자인 능력은 감탄할만큼 훌륭했고, A1는 몹시나 귀여웠지만, 1억원이 넘는 차들과 비교 아닌 비교를 당할 처지. 당연히 A1의 단점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점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특히 제2자유로를 달리때는 이 차가 위대해보이기까지 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우디는 소형차 만들기에 있어서 폭스바겐을 능가하는 브랜드였다. 또 단순히 많이 팔리는 차 만들기에 집중한게 아니라,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잘 달리는 소형차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이 아우디를 인수하고, 대표적 소형차 '아우디 50'을 가져다 '폴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그 자리를 꿰찬 것이지 아우디가 계속 소형차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해치백의 대명사 골프는 아우디 뱃지를 달고 있었을지 모른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앞다퉈 소형차를 내놓고 있지만, 분명 아우디의 것은 다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잘 담겨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기 또한 탄탄하다. 여기에 프리미엄이라는 특색을 심어놓는 것도 가장 앞서있다.

# 아우디는 A1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특히 A1의 강점은 경쟁 브랜드가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세그먼트라는데 있다. BMW는 미니, 메르세데스-벤츠는 스마트라는 소형차를 갖고 있지만 그 브랜드에 결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마크를 붙이지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까 전전긍긍하는 느낌이다. 반면 아우디는 과감하게 자신들의 엠블럼을 새겨 넣었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더 크다. 그래선지 A1의 완성도는 여느 아우디와 다를게 없었다.

 

그러면서 A1은 귀엽다. 작은 차가 주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분명 다소 험상궂은 아우디의 패밀리룩을 하고 있음에도 앙증맞다. 아우디 최초의 투톤 외장 색상도 발랄하다. 아우디는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데 일가견이 있다. 특히 디자인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다.

 

명확하게 나뉘어진 각 부분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과장돼 보이지 않고, 헤드램프는 섬세하고 화려하다. 테일램프도 마찬가지다. 시승한 ‘S라인’에는 스포츠 서스펜션과 18인치 휠, 브리지스톤 타이어 등이 적용됐다. 보닛의 단면은 자연스럽게 차체 옆면의 굵은 선과 연결됐다. 아우디는 선 하나하나 낭비하지 않는다. 덕분에 시원스럽고, 남성적인 면모도 강조됐다. 크기가 작을 뿐이지 자세히 따져보면 귀엽기보단 오히려 섹시하다.

 

프리미엄 소형차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실내에서 고급스러움을 어떻게 전달하냐는거다. 이 부분에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모두 비슷비슷하다. 셋다 그리 잘난 것은 없다. 오히려 폭스바겐이 더 고급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A1도 간결한 디자인은 우수하지만, 실내 소재나 마감은 내세울게 별로 없다. 한단계 위인 A3와도 격차가 크다.

 

# 같은 뼈대, 다른 성격

A1과 폴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플랫폼, 엔진 등 여러 핵심 부품을 공유한다. 하지만 주행 성격이나 감각은 딴판이다. 동일한 1.6리터 TDI 엔진을 사용하지만, A1에서는 성능을 조금 높였다. 차체가 작고 가벼운 만큼 소폭 향상된 성능도 쉽게 체감할 수 있고 그 차이도 꽤 크게 다가온다.

 

폴로보다 한층 더 경쾌하고 빠르다. 스포츠카 부럽지 않게 도심을 쏜살같이 달릴 수 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디젤 엔진의 두터운 토크를 잘 붙든다. 변속은 빠르고 신속하다.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스스로 변속 시점을 달리하기도 한다. 또 그 반응이나 판단력이 결코 운전자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

 

# 독일차의 무서운 점

A1이 가장 눈부신 순간은 빠르게 달릴 때다. A1은 시속 100km로 달릴때 마치 시속 150km로 달리는 것처럼 체감 속도가 높다. 불안감이 아니라 낮은 차체와 개방감 덕에 더 짜릿하고 즐겁다는 말이다. 전혀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스티어링휠은 유격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서스펜션과 함께 노면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올바로 전달하고, 운전자의 조작을 그대로 바퀴에 전달한다. 겉보기엔 작은 차체 탓에 바람에 휘청거릴 것만 같았는데, 고속으로 달릴 수록 안정적이고 별다른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독일차의 무서운 점은 이런 것에 있다.

 

A1은 스포츠카만큼 빠르진 않아도 속도를 높이는 것, 운전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고성능 엔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차체 강성이 뛰어나고, 전자 제어 디퍼렌셜 등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전자 장비도 충실하다. 시야도 좋다. 덕분에 운전이 쉽다. 누구나 이차의 한계 성능까지 십분 발휘하며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엔트리카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A1를 통해 아우디를 처음 접한 소비자라면, 앞으로도 계속 아우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겠다. 그만큼 아우디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고, A1 자체의 상품성도 뛰어나다.

* 장점

1.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2. 누구나 쉽게 이차의 한계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3. 눈물나게 안정적인 고속주행.

* 단점

1. 내비게이션은 여전하고 각종 메뉴의 한글화가 어색하다.

2. 스마트폰을 연결하려면 전용 단자를 구매해야 한다.

3. A1 사러 갔다가 결국 A3 스포트백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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