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 진정한 ‘포켓 로켓’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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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5 16:57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 진정한 ‘포켓 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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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20km까지 표시된 계기반에 꼴깍 침을 삼켰다. 키를 꽂아 돌리니 범상치 않은 배기음이 울려퍼졌다. 이윽고 주행보조 장치를 해제했다. ESP를 스포트핸들링모드로 변경한 후, 양쪽 패들시프트를 당겼다. 계기반에선 레이스 스타트를 시작할 것인지 물었다. 물론.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당겨 대답했다.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고, 오른발론 가속페달을 밟았다. 엔진회전수는 4000rpm에서 고정됐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왼발을 브레이크 페달에서 떼는 순간, A45 AMG 4MATIC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나갔다. 앞바퀴 타이어가 교체 시기를 훌쩍 넘겼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상체는 시트에 푹 잠겼다. 알칸타라로 마감된 스티어링휠을 더 세게 잡았다.

 

패들시프트를 당길 때마다 마치 로켓이 발사되는듯 굉음이 발생했고,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회전계는 몹시 바쁘게 움직였다. 스쳐지나는 사물과 풍경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가속은 빨랐다. 시속 320km. 충분히 그곳까지 닿을 것 같았다. 

# 끝을 알 수 없는 힘

A45 AMG 4MATIC의 엔진은 양산차에 탑재되는 2.0리터 4기통 엔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AMG의 45주년을 기념해 AMG 최초로 만든 4기통 엔진이다. 기존 AMG 엔진에 비해 배기량은 낮고, 기통수도 적지만 한 작업자가 한 엔진을 책임진다는 AMG의 철학은 변함없다.

 

최고출력이 무려 360마력에 달하는 터보 엔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힘든 기색 한번 내지 않는다. 너무나 쉽게 최고속도까지 도달하고, 속도를 더 높이려고 안달이다. 속도제한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과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과연 360마력을 다 쓰는 상황이 오는지 의문이다. 과도한 출력 경쟁이 낳은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최근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최고출력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가속성능의 차이는 거의 없다.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아무리 AMG라 해도 메르세데스-벤츠는 과장하지 않는다.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선을 명확하게 긋는다. 하지만 A45 AMG 4MATIC는 감정이 앞서 있다. 소형차에게선 상상하기 힘든 출력도 그렇지만, 마치 튜닝카를 연상시키는 바디킷도 이례적이다.

배기음도 다소 과장됐다. 소리가 크고 격렬하긴 하지만 감동은 없다. 이질적이고 지루하다. 역동, 격함, 짜릿함 등을 표출하기 보단 단순히 큰 소리를 내고 있단 기분이 든다. 8기통 혹은 12기통 엔진이 탑재된 여느 AMG에 비해 엔진소리도 답답하다. 고회전으로 치닫아도 흥분이 고조되지 않는다. 큰 감흥을 주지 못해 무미건조하다.

 

# 치밀한 설계 “학구파는 재미없어”

가속 성능 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은 치밀하다. 서스펜션은 최근 독일차 중에서도 유독 단단하다. 또 매우 탄력이 좋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신뢰감을 높여준다. 급제동 시에도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또 브레이크 냉각을 위한 에어 벤트 등이 적용돼 시종일관 그 성능을 유지하게 돕는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은 안정적인 주행과 연료효율에 있어 적정한 타협을 이뤘다. 평소엔 뒷바퀴에 힘을 보내지 않는다. 최대 앞뒤 50:50으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헛바퀴 한번 돌지 않고 쏜살같이 튀어나가고, 빠른 속도에서도 매끈하게 코너를 돌 수 있다. 고속안정성도 탁월하다.

또 연료효율에서도 이점을 보인다. 극도로 성능을 높인 터보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중형차 수준의 연비를 가졌다. 에코 모드에서 시속 80km로 달리면 엔진회전수는 1350rpm, 시속 100km에서는 1600rpm에 머문다. 충분히 효율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좋은 엔진과 섀시를 가졌지만, 극심한 언더스티어 때문에 코너에서 운전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또 소형차치곤 회전반경이 너무 크다. 결국 민첩함에 있어서 재미나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A45 AMG 4MATIC에 비해 출력이 한참 낮은 폭스바겐 골프 GTI가 오히려 산길에서 훨씬 재밌다. 스티어링 반응이나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A45 AMG 4MATIC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BMW가 고성능 소형 해치백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음에 메르세데스-벤츠는 감사해야 한다.

# 가장 저렴하고 실용적인 AMG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외관은 극적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모델인만큼 기존 메르세데스-AMG와도 많이 다르다. 아무리 AMG라도 해도 A45 AMG 4MATIC처럼 화려한 모델은 드물다. 특히 거대한 리어스포일러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혀 메르세데스-벤츠스럽지 않지만 고성능 이미지는 잘 부각됐다. 또 검정색 무광 휠과 빨간 캘리퍼, AMG 특유의 사각 머플러 등이 눈길을 끈다. 상급 모델은 각종 바디킷이 카본파이버로 제작됐고, 특유의 무늬가 분위기를 주도하는데 A45 AMG 4MATIC은 자신이 엔트리 모델임을 숨기지 않는다.

 

실내에서도 엔트리 모델의 흔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엔지니어링에 많은 투자를 한만큼 실내 꾸밈엔 소홀했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부분, 스티어링휠이나 대시보드, 도어 트림, 가죽 시트 등은 각별히 신경썼다. 특히 일체형 시트는 디자인이나 기능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단 시트포지션이 그리 낮지 않은 점은 스포티함을 다소 반감시킨다.

 

실내 공간이 비좁진 않지만, 앞좌석 시트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뒷좌석에선 다소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나마 거대한 글라스루프가 이를 해소해주고, CLA클래스에 비해 머리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거주성은 높다. 해치백의 실용성도 CLA클래스에 비해 나은 점이다.

* 장점

1. 넘치는 힘.

2. 화끈한 디자인.

3. CLA45 AMG보다 장점은 많고 가격은 저렴하다.

* 단점

1. 부각시킨 여러 재미요소가 지루하다.

2. 작은 차임에도 민첩함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

3. 고급소재가 사용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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