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미라이, 당장 구입 할 수 있는 ‘수소차’
  • 일본 도쿄=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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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4 09:14
[시승기] 도요타 미라이, 당장 구입 할 수 있는 ‘수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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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당혹스러울 정도로 괴상한 자동차였다. 그릴도 희한하고 트렁크도 난데없다. 옆모양의 물 흐르는 듯한 선이 뒤쪽에서 싹둑 잘린것 같은 차.

 

쉽게 인정하기 어렵지만 어쨌건 전체적으론 분명 세단 형태다. 파워트레인도 특이하다. 휘발유나 디젤을 태우는 대신 이 차는 수소를 가득 실어 650km를 달리는 전기차다. 전기모터에 감속기어 하나만 있을 뿐 변속기는 아예 없다.

가격은 7000만원대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5000만원대 정도로 구입이 가능한 자동차.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연료전지 세단 미라이를 시승했다. 

 

# 아낌없이 뿜어내는 전기차, 튀어나간다

바닥에 탱크와 연료전지스택을 장착하고 있어서 시트는 그 위에 얹혔다. 결과적으로 전고는 1535mm로 세단 치고는 이례적으로 높다. 때문에 보닛과 펜더 사이에 선이 들어가고, 필러를 블랙으로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차체가 높아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커다란 공기구멍은 연료전지 스택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어서 수소연료전지차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래저래 외관은 좀 괴상하다. 

반면 프리우스로 갈고 닦은 세련된 노하우가 이 차에서 무르익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일반 전기차와 대부분 부품이 같지만 배터리가 위치한 곳엔 수소연료전지스텍이라는 장치가 들어가는게 차이점이다.

 

40마력 남짓한 프리우스와 달리 155마력 전기모터를 동원한 점에서 주행 감각에 큰 차이가 생긴다. 간당간당하게 배터리를 관리하며 낮은 출력 고효율을 유지하는 전기차와도 다르다. 전기를 아낌없이 이용하는게 이 차의 핵심. 파워모드를 켜고 나면 차가 밀고 나가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느낌으로 가속된다. 

조금 더 호쾌해도 될 것 같은데 스포티한 느낌을 주지 않는건 조금 아쉽다. 너무 정숙한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시트나 인테리어 품질이 워낙 우수하고 방음도 철저해 프리우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 3분이면 OK!…수소연료전지는 정해진 미래다

미라이는 수소를 이용해 발전하면서 달리는 자동차다.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가 연료 전지로 대체 된거라 생각하면 좋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운전 감각은 전기 자동차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전기차에서 느꼈던 우수한 초기 가속감과 정숙성은 그대로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충전시간과 항속거리다. 

이 차에 압축 수소를 가득 주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과 3분. 전기차의 80% 충전시간(30분)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가솔린차의 기름을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짧다. 한번 충전에 주행하는 거리도 650km. 이 역시 가솔린에 비해 낫다.

 

현재 전기차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나 일본의 경우 전기차의 충전시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시승에서 살펴본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1개소에 1개의 충전장비가 마련돼 있었는데, 2대나 3대가 오게되면 마냥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충전소를 마냥 늘리는 것도 곤란하다. 충전기 1기를 6시간 운영하면 4인가족 1개월분의 전기가 빨려 나가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이 낮은 효과적인 솔루션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야간에 가정에서 충전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든 것이지, 대낮에 충전하는 경우가 늘어나는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약 전기차의 보급이 가솔린차의 극히 일부만 차지한다고 해도 충전기는 물론 전력망 자체가 마비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전기차는 가솔린차를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용도에 부합하는 자동차다.

반면 연료전지차는 가솔린차와 사용 방법이 유사해 거부감이 적고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어 현실적이다. 동시에 주행 단계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결국 탄소 위주로 만들어진 산업혁명 이후 사회를 수소 위주 사회로 바뀌는 시점이고, 그게 바로 미라이(미래)의 탄생 배경이다.

 

# 밝은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수소는 지구상에 가장 많은 물질이지만 막상 모으는건 쉽지 않다. 물속에 무한정 존재하지만 수소만 분리하기 위해선 전기분해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기 또한 무한정 존재하고 때로는 남아돌지만 아직 현대적인 축전지 기술로는 이를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다. 반면 수소는 비교적 저장하기 쉬운데다 촉매만 거치면 물로 돌아가면서 전기를 내놓는데, 수소연료전지란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결국 수소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는게 좋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여러면에서 미래의 자동차지만 또 여러면에서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 수없이 많다.

우선 인프라를 만드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CNG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공급하는 충전소 하나를 짓는데 드는 돈은 50억 정도, 일본은 정부가 대부분을 보조한다고 하지만 한곳을 지을 돈이면 작은 주유소를 10개는 지을 수 있다. 충전소는 아직 턱없이 부족해서 당분간은 수소차를 원활하게 타는건 기대하기 어렵다.

▲ 미라이가 수소스테이션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스테이션의 설비비가 우리돈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미라이는 적어도 차량 가격면에서는 장애물을 넘었다. 보조금을 통해 우리돈 50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지비나 편의성을 생각하면 경제 원리로는 도저히 구입할 수 없는 차다. 말하자면 당분간 우리의 혈세로 운영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투덜댈 일만은 아니다. 밝은 미래는 저절로 오는게 아니고, 우리도 조금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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