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디젤…가솔린 뛰어넘는 '드라이빙 엣지'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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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7 13:00
[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디젤…가솔린 뛰어넘는 '드라이빙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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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러 서킷까지 와서 출시 행사를 하는 거야?"

6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쌍용차 티볼리 디젤 출시회겸 시승회. 몇몇 기자들의 소곤거림이 들렸다. SUV, 그것도 가장 작은 크기의 저성능 엔트리 모델을 굳이 서킷에 데려올 필요가 있냐는 작은 투덜거림이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SUV가 서킷을 만족스럽게 달리기란 포르쉐 카이엔으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티볼리 디젤이 달려봤자 얼마나 잘 달린다고 이런 모험을 할까 싶었다. 차라리 연비 콘테스트를 하는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쌍용차는 이날 진행된 행사에서 시종일관 ‘드라이빙’을 강조했다. 마케팅 슬로건도 '디자인 엣지에 드라이빙 엣지를 더하다'였으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미니 쿠퍼와 폭스바겐 골프 등 나름 재밌게 잘 달린다는 수입 소형차와 비교하며 열을 올렸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묘한 반발심이 생겼다. "무슨 슈퍼카라도 내놓은거 아냐?"

그러나 한편으로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얼마전 가솔린 모델을 시승하며 느꼈던 독특함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다. 쌍용차는 새롭게 개발한 1.6 엔진과 변속기의 성격을 초반에 잘 달리도록 세팅했다. 전체적인 동력 성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통통 튀며 재밌게 달린다. 다만, 고속으로 힘을 이어나가는 능력이 부족했는데, 혹시 토크 좋은 디젤 엔진이 이 아쉬움을 만회하지 않았을까. 

▲ 쌍용차가 티볼리 디젤 출시 행사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했다

◆ SUV로 서킷을?…티볼리 디젤타고 인제스피디움 달려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티볼리로 서킷을 타는 것은 '얼마나 잘 달리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버텨내느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티볼리와 서킷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티볼리 디젤

첫 바퀴는 무리하지 않고 차의 성격을 살펴보기로 했다(차체자세제어장치(ESP) 오프). 피트를 빠져나오며 가볍게 속도를 높였다. 가속 페달이 그리 예민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경쾌하게 속도를 높였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토크가 높은 티가 난다. 저속에서 툭툭 치고 나가는 맛이 제법이다. 브레이크는 초반에 답력이 몰려있는 세팅인데, 성능에 비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해서 아쉽다. 핸들링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는데, 살짝 무리하게 돌려도 차체가 잘 받쳐줬다.

티볼리 디젤에 탑재된 1.6 XGi160 LET 디젤 엔진의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kg·m로, 르노삼성 QM3(90마력, 22.5kg·m)보다 우수하다. 특히,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를 1500~2500rpm으로 낮추고, 변속기의 저단 기어비를 촘촘하게 세팅했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는 만족스럽다.

▲ 티볼리 디젤에 탑재된 1.6 XGi160 LET 엔진

가볍게 돌다가 마지막 코너부터 속도를 높였다. 이곳은 인제에서 가장 긴 약 650m의 내리막 직선 구간이 시작되는 곳. 속도계 바늘이 빠르게 올라가다 시속 120km를 넘자 눈에 띄게 굼떠졌다. 이를 악물고 코너 앞 150m까지 가속페달을 밟으니 145~150km/h까지 속도를 냈다. 

브레이크를 꾹 밟으며 연달아 이어진 코너를 과감하게 공략했다. 브레이크에 살짝 패이드가 나는 듯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잘 유지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에 들어서자 힘이 부족했고, 나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게 됐다. 다른 차였으면 속도가 빨라지면서 언더스티어가 날만한 상황인데, 티볼리 디젤에서는 이런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토크가 높아도 배기량이 낮아 서킷처럼 과격한 환경에서는 달리기 능력에 금세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블라인드 코너,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코너 등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텨줬다. SUV치고는 차체가 그리 높은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롤링 없이 굴곡진 서킷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다. 서킷 주행은 일명 '타이어빨'이 심하게 작용하지만, 그것도 다 기본적인 차체 강성이 잘 받쳐줘야 가능한 이야기다. 특히, 고저차가 심하고, 다양한 블라인드 코너가 도사리고 있는 인제 서킷에서라면 더 그렇다.

▲ 인제스피디움을 달리는 티볼리 디젤

◆ 가솔린 뛰어넘는 티볼리 디젤, 이렇게 와인딩 잘하는 SUV라니

인제스피디움 인근의 일반 도로를 주행하면서 티볼리 디젤의 드라이빙 능력은 더욱 빛났다. 사실, 서킷 주행 능력은 '기대 이상'이라는 거였지, '뛰어나다'까지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낮은 기대치를 넘어선 것에 대한 놀라움 수준이었다.

▲ 인제 내린천 와인딩 도로를 달리는 티볼리 디젤

그러나 내린천 인근의 굴곡진 와인딩 도로를 달리는 동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와인딩을 잘하는 SUV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 기본적으로 차체 강성이 뛰어난 데다가, 디젤 엔진이 장착되면서 앞이 조금 무거워진게 오히려 전체 밸런스를 잘 맞춰 코너링에 도움을 준 듯했다.

살짝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 다음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매끈하게 코너를 빠져나간다. 웬만한 코너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도 없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땅에 붙은 듯 달리니 마음도 편했다. 태생적인 한계로 서킷의 가혹한 조건에서는 많이 힘들어했지만, 서킷을 벗어나니 제 능력을 모조리 발휘했다. 이 정도면 일상 주행에서 부족함 없이 재밌게 달릴 수 있겠다.

▲ 티볼리 디젤의 실내.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다

중고속에서도 제법 속도를 잘 높였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3단이 커버하는 영역이 넓어 80km/h부터는 가속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는데, 디젤 모델에서는 이런 단점이 사라졌다. 확실히 쌍용차는 가솔린 엔진보다 디젤 엔진에 대한 기술력이 더 뛰어난 듯하다. 새롭게 만든 1.6 엔진 역시 디젤 엔진의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인다. 쌍용차 측은 "언덕과 교통정체가 많은 국내 주행 환경을 고려하여 저속 구간부터 최대토크를 구현했다"면서 "순발력과 응답성이 뛰어나 경쾌한 도심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신 6단 변속기도 디젤 모델과 궁합이 잘 맞는것 같다. 가솔린 모델은 가끔 동력이 뚝 끊기고, 변속이 지연되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는데, 이런 현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높은 토크 덕분에 기어비 세팅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다. 티볼리 디젤에 장착된 아이신 변속기는 코란도C에 사용되는 디젤 전용으로, 가솔린 모델과 다른 것이다. 쌍용차의 주장대로 듀얼클러치 수준의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엔진의 능력을 매끄럽게 잘 뽑아낸다.

▲ 가솔린 모델과 회전수 게이지가 다르다. 사진은 서킷 주행후 촬영한 것으로, 일반 도로를 주행할 때보다 연비가 나쁘게 나왔다 

티볼리 디젤의 연비는 복합 15.3km/l로, 경쟁 모델인 QM3(18.5km/l)보다 17%가량 떨어진다. 잠깐의 주행 동안 연비를 측정해봤는데, 트립컴퓨터에서 일반적으로 달릴 때는 18.3km/l, 빠르게 와인딩을 하며 달릴 때는 15.1km/l가 나왔다.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일상 주행에서는 표시연비를 쉽게 웃도는 주행 연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아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솔린 모델은 공회전에서조차 너무 시끄러워 귀가 피곤했는데, 디젤 모델은 꽤 조용하다. 가솔린 모델보다 더 조용한 듯하다. 타이밍 체인을 바꾸고 알루미늄 플레이트 등을 사용해 엔진의 소음·진동을 줄였으며, 엔진룸을 2중으로 막고, 각종 흡·차음재를 사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대폭 차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측은 "자체적으로 경쟁 모델들과 소음 테스트를 해봤는데, 티볼리 디젤이 가장 조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티볼리 디젤, 티볼리 성공신화 이어가나…높은 가격은 부담

티볼리는 철저하게 젊은 소비층을 겨냥했다. 실내외 디자인과 주행 능력 등은 모두 톡톡 튀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이다. 이 전략은 성공했고,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가솔린 모델 만으로도 1만8524대를 판매하며 QM3(1만155대)와 트랙스(5307대)를 압도했다. 이에 쌍용차는 디젤 모델을 추가해 나날이 늘고 있는 초소형 SUV(B-SUV) 시장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 티볼리 디젤 시승회에서 진행된 짐카나 경기 

티볼리 디젤을 시승해보니 가솔린 모델보다 완성도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가격도 올라간 것은 부담이다. 티볼리 디젤의 가격은 2045~2495만원으로, 이는 한단계 윗급인 현대차 투싼 1.7 디젤 모델(2340~255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최고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2755만원까지 오른다(커스터마이징 옵션 제외). 티볼리 디젤이 아무리 좋은 차라도 상급 모델을 능가하는 높은 가격은 상품성과 관계없이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가솔린 모델과 200~25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은 원가가 반영된 수준"이라며 "시작 가격인 2045만원은 동급 모델 중 최저가격으로, 비슷한 차급 경쟁차의 기본 모델은 다 2300만원대부터 시작해 상당히 경쟁력 있다"고 밝혔다. 

수동변속기 모델이 제외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날 티볼리 디젤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2륜구동 자동변속기 모델만 출시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가솔린 모델 판매 결과 수동 선택 비중이 매우 낮아 디젤 모델에는 수동변속기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사륜구동 시스템은 가솔린 모델에 우선적으로 적용했으며, 디젤 모델은 추후에 장착할 예정"이라며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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