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쏘나타 '선물세트'…진화는 계속된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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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30 10:21
[시승기] 현대차 쏘나타 '선물세트'…진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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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에 대한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유독 국산차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때론 수많은 뜬소문과 막연한 선입견이 올바른 판단을 막아서기도 한다. 정당한 비판을 위해선 항상 관심을 갖고,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린 가까이 있는 것에 소홀하다. 흔해지면 관심도 줄어든다. 

쏘나타가 그렇다. 쏘나타는 현대차의 역사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산증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쏘나타도 많이 변했다. 갓 면허를 따고 처음 몰았던, 아버지의 EF 쏘나타와 지금의 쏘나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랜 기억에만 의존해 쏘나타를 얘기한다. 그리고 마치 쏘나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쏘나타는 지금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순한 패밀리카의 범주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고, 효율을 위한 현대차의 꾸준한 개발도 담겨있다. 2.0 CVVL과 터보, 하이브리드 등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살펴보니 그 특징이 더 명확했다. 주행 감각은 물론이고, 각각 특색에 맞는 디자인과 부품이 적용된 것은 무척 그럴듯해 보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쏘나타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정당한 것인가.

# 의도가 명확한 디자인

골백번 생각해봐도 YF 쏘나타는 별종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디자인이었다. 물론 당시엔 현대차가 디자인에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놓을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던 YF 쏘나타의 인기는 높았다. 디자인에 대한 비아냥은 받았을지언정 그래도 쏘나타라는 이름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 쏘나타 2.0 CVVL.

LF 쏘나타는 놀림거리가 될만한 요소가 전부 배제됐다. YF 쏘나타에 비해 차분하고, 절제됐으며 남성적이다. NF 쏘나타의 무난함을 물려받으면서,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쏘나타의 디자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모델과 터보는 궤를 같이 한다. 단 터보엔 역동성을 강조하는 액세서리가 더해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세부적인 디자인과 앞범퍼, LED 주간주행등 등이 다르다. 특히 양갈래로 나뉜 듀얼 트윈팁 머플러는 고성능 이미지를 나타내기 충분하다.

▲ 쏘나타 터보.

하이브리드는 두 모델과 차이점이 크다. 헤드램프의 디자인도 다르고, 라디에이터 그릴도 범퍼까지 길게 이어졌다. 철판부터 다르게 제작된다. 공기역학적인 설계도 이뤄졌다. 범퍼에 닿는 공기를 앞바퀴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에어커튼과 그릴 속에는 공기저항 감소와 엔진 냉각을 위한 액티브 에어플랩이 적용됐다. 친환경차답게 머플러는 보이지 않으며, 테일램프의 구성도 다르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

세부적인 차이가 한데 모이니, 분위기가 극명히 달랐다. 현대차의 의도대로 각각의 특징이 잘 부각됐다. YF 쏘나타에서도 동일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완성도가 높다. 

# 디자인에 의미를 담다

비슷한 요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실내 디자인의 변화는 감격적이다. YF의 디자인은 의도를 알기 어려웠다. 예쁘거나 혹은 아름답지도 않았고, 고급스럽거나 마감이 깔끔하지도 않았다. 디자이너의 혼이 담겼다기 보단,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을 마지못해 만든 기분이었다. 운전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오랫동안 시야가 머무르는 곳에 대해 현대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 쏘나타 2.0 CVVL.

제네시스에서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새로운 실내 디자인 콘셉트가 쏘나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갈하고 세련됐다. 플라스틱 사출성형이나 표면 처리도 몰라보게 발전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적용 범위가 넓지만, 이를 저렴하게 보이지 않게끔 잘 꾸몄다. 실내 일부분에 적용되는 가죽 소재의 품질도 훨씬 나아졌다.

실내서도 각 차의 특색을 강조하려 노력했다. 역시나 가격이 비싸고, 특징이 뚜렷한 쏘나타 터보가 개성이 뚜렷하다. 특히 쏘나타 터보의 스티어링휠은 역대 현대차의 것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D컷 디자인이나 크기, 세부적인 소재와 마감 등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오렌지색 스티치는 시선을 사로잡지만, 자세히 살피면 마감 수준이 뛰어나지 못하다. 간격은 규칙적이지만 실을 꿰맨 세기가 일정하지 않다. 

▲ 쏘나타 터보.

또 터보 전용 기어 노브 및 계기반, 메탈 페달 및 풋레스트가 적용됐다. 스포츠 버킷 시트도 기능적으로 제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하이브리드는 계기반만 다른 정도다. 터보에 비해 특별함은 떨어진다. 물론 계기반의 완성도는 이전 세대에 비해 몰라보게 발전했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생산에서 손꼽히는 브랜드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

# 제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역시 가장 큰 차이는 주행 성능이나 감각이다. 단순히 파워트레인의 차이로만 변화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터보엔 그에 적합한 튜닝이 더해졌고, 하이브리드 역시 자신만을 위한 설계와 부품으로 차이를 만들었다. 물론 연이은 시승에서 두 모델의 성능이나 감각이 돋보였지만, 2.0 CVVL도 대중적인 패밀리카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긴 무리가 없다.

 

2.0 CVVL은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중형차를 끌기엔 부족함 없는 출력이지만 여러 주행 상황에서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YF 쏘나타 2.0 CVVL과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실용영역에서의 반응과 출력을 높였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힘이 풍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순간적인 가속은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참을성을 갖고 꾸준하게 속도를 높이면, 몰라보게 달라진 고속안정성에 놀란다. 풍절음도 크게 줄었다.

▲ 쏘나타 2.0 CVVL.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카본파이버나 알루미늄, 마그세슘 등을 이용한 차체 제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강철의 힘은 막강하다. 또 강철은 저렴하고 가공이 용이하다. 현대차는 고장력 강판 사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괜찮은 차체를 만들 노력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어쨌든 쏘나타의 차체는 현재 현대차가 만들고 있는 뼈대 중 가장 견고하다.

덕분에 고성능 터보 엔진이 실려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전 세대 모델은 높은 출력 때문에 토크스티어가 발생하고, 급제동 시에는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전반적인 제작 기술이 발전했고, 차체,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의 조화까지 계산했기 때문이다. 

▲ 쏘나타 터보.

터보는 배기음부터 심상치 않다. 비록 크게 날카롭거나 거칠진 않지만 나름 제 목소리를 낸다. 이전 세대 쏘나타 터보에 비해 출력은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힘이 넘친다. 또 낮은 속도에서의 반응이 유독 민감하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 최고속도에 근접해도 힘이 남는다. 하지만 분명 잘 달리는데, 짜릿함은 크지 않다. 

고속에선 마치 독일차처럼 노면에 붙어 달린다. 빠른 속도에서 뒷좌석의 승차감마저 좋다. 핸들링도 대대적인 개선작업을 거쳤다. 반응이나 방향전환 면에서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R-MDPS는 유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에 따른 무게감 변화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시속 100km로만 달려도 무척 조작이 힘겹다. 과하다. 가끔 현대차는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할 때가 있다. 중간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는 완전히 주행 감각이 다르다. 가속은 빠른데, 터보의 묵직함 대신 경쾌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오히려 무게는 하이브리드가 더 무거운데, 움직임이 가볍다. 전기모터의 능력은 탁월하다. 신형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이젠 하이브리드라 칭하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다만, 고속에서는 여전히 토크가 달려 엔진에 크게 의존한다. 또 2.0 CVVL이나 터보에 비해 고속안정성도 떨어진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

하지만 무척 조용하다. 시내 주행을 주로 하는 소비자라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또 부드럽다. 전기모터의 강한 토크, 회생 제동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브레이크 시스템 등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주행 모드 변경에 따른 변화도 즉각적이다. 주행 중 슬며시 끼어드는 엔진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 갈길 멀지만, 새삼 놀랍다

2.0 CVVL이 터보와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다소 내세울 특색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격적인 측면과 무난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겐 안성맞춤이다. 휠베이스는 제네시스에 비해 짧지만 전륜구동, 시트 배치 등으로 실내 공간은 오히려 더 넓기까지 하다.

트림도 다양해 선택의 폭도 넓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자동주차 시스템 등 적용 가능한 편의 및 안전장비도 부족한게 없다. 

 

2.0 CVVL, 터보, 하이브리드 등을 한데 모아 시승해보니 새삼 놀랍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전통적인 강호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등과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는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디젤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듀얼클러치 등이 탑재된 쏘나타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쏘나타는 국산차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모델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렇게 쏘나타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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