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신형 골프…'더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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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04 18:11
[시승기] 폭스바겐 신형 골프…'더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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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신형 골프는 확실히 성공했다. 출시 전 허세처럼 보였던 폭스바겐코리아의 자신감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 소비자들의 기대도 모두 충족시킨 듯하다. 이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골프 판매량이 증명해 주는데, 출시 첫 달인 7월 1041대를 시작으로 8월 917대 등 이미 2000대 가량이 팔렸으며 현재 2000여명의 소비자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두 달 연속 국산 경쟁 모델인 현대차 i30보다 많이 팔렸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골프는 7세대로 진화하며 더욱 완벽해졌다. 그동안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실내 사양은 몰라보게 개선됐으며, 새로운 플랫폼 적용으로 실내 공간도 더욱 넓어졌다. 여기에 주행모드를 4가지로 바꿀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을 비롯해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물론 기존 골프가 가지고 있던 단단한 하체와 날렵한 핸들링, DSG 변속기, 표시 연비를 우습게 뛰어넘는 주행 연비 등도 더 능숙하게 가다듬어졌다.

새롭게 변한 골프 2.0 TDI를 시승하며 달라진 점들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

◆ 향상된 동력 성능과 체중 감량…더 날렵해진 주행감

6세대 골프 2.0 TDI도 빠릿빠릿한 차체 움직임과 안정적인 서스펜션, 날카로운 핸들 조작감이 매우 우수한 모델이었는데, 7세대 모델로 바뀌며 동력 성능이 향상됐다니 시승 전부터 기대됐다. 신형 골프 2.0 TDI의 최고출력은 기존 140마력에서 150마력으로 늘어났지만, 단순히 10마력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차체 무게가 40kg 이상 가벼워져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는 상승폭은 더욱 크다.

시동을 걸자 능숙하게 억누른 엔진음이 들리며 이전 모델보다 소음과 진동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초반 가속은 무척 매끄러운데, 기어비가 촘촘하게 배치돼 낮은 rpm을 이용하는 저속에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DSG 변속기는 출력 공백을 완벽하게 메꿔 힘이 끊기는 느낌 없이 매끈하게 움직이게 한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의 헤드램프

또, 신형 골프에 적용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와 오토홀드는 완성도가 매우 높아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 활용도가 매우 크며, 스톱&스타트 기능의 작동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부드러워 만족스럽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면을 향해 낮게 깔리며 미끄러지는 가속감은 매우 뛰어나다. 고속 영역에서도 성능이 부족하지 않아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만큼 등이 시트로 파묻히며 원하는 속도에 도달한다. 여기에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하고 변속기를 S모드로 놓으면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빠릿빠릿한 주행이 가능하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

골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하체가 튼실해 주행 중 불안하거나 핸들과 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인데, 꽤 빠른 속도로 각도가 큰 코너에 진입해도 능숙하게 빠져나온다. 보통 디젤차들은 엔진이 무거워 코너에서 종종 뒤가 돌기도 하는데, 신형 골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레일 위를 달리는 듯 도로의 모양과 같은 라인을 그리며 움직인다. 그럼에도 무게중심 이동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차체나 몸이 쏠려 불안하다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았다.

◆ 주행 모드 설정 기능 추가…S모드는 '방심 금물'

신형 골프에는 역대 골프 중 처음으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이 적용됐다. 에코, 노멀,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총 4가지 모드로 설정 가능한데, 각 모드에 따라 핸들의 무게와 변속 타이밍 등이 달라진다. 4가지 모드를 모두 시험해 봤는데, 생각보다 설정에 따라 주행감의 변화가 크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의 실내

주행모드에 따라 연비 편차도 큰 편이다. 기본적으로 엔진의 출력을 높인 세팅이 적용됐는데, 여기에 스포트모드로 엔진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는 탓에 연비가 나빠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코모드나 노멀모드에서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연비가 뛰어났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의 기어노브

변속기 조작 방법도 조금 달라졌는데,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6세대 모델은 S모드 위치가 따로 있었는데, 7세대로 오면서 D모드에서 아래로 딸각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S모드로 주행 중 D모드로 바꾸려다 변속기를 N모드로 올려버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변속기는 이전과 동일하게 6단 DSG가 그대로 사용됐다. 1.6 TDI에는 7단 DSG가 적용됐는데, 이 변속기가 2.0 모델의 최대토크인 32.6kg·m를 완벽히 소화해내지 못하는 탓이다. 연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9km 빨라지고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0.7초 단축되는 등의 성능 향상이 있다.

◆ 날렵해진 외관…뚱뚱한 하체, 빈약한 상체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

디자인 평가는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신형 골프의 전체적인 외관 비율은 이전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의 위치를 낮추고 뒷바퀴 휠하우스를 넓히는 등 하체를 두껍게 만들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비율이 가팔라 상체가 빈약해 보인다.

그러나 LED가 사용된 램프의 디자인과 보닛의 캐릭터 라인 등은 보다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다. 또, 그릴 하단에 크롬 장식을 시각적으로 경쾌한 효과를 줬다. 전체적으로 차체에 그려진 라인도 다양해지고 굵어졌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의 테일램프

신형 골프의 차체는 폭스바겐 그룹의 신규 플랫폼인 MQB로 만들어졌다. 이전 모델에 비해 크기도 커지고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7세대 골프의 크기는 4255×1799×1452mm(가로×세로×높이)로, 6세대 모델보다 길이는 56mm, 너비는 12mm가 늘었고 높이는 28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637mm로 59mm 길어졌다. 

◆ 확 달라진 운전자 중심의 실내…아쉬운 부분도

신형 골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존에 비해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실내 디자인이다. 특히,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 운전자와 더욱 가까워진 기어노브, 직관적인 위치에 배치된 각종 조작버튼들 등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듯 운전자를 향해있다. 소재도 보다 고급스러워졌는데, 센터페시아에 고광택 패널로 멋을 냈고, 우레탄의 사용 범위도 더 많아졌다. 기존에 비해 59mm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뒷좌석 무릎 공간도 더 넓어졌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의 실내

그러나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직물 시트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대적인 실내 개선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느낌이다. 또, 요추 지지대가 없어 장시간 운전을 하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요추 지지대를 추가하는데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을 듯한데 제외된 것은 아쉽다. 또, 등받이 각도 조절 다이얼도 익숙하지 않아 국산차에 비해 사용이 불편했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터페시아 중단에 위치한 7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의 다양한 기능 조작과 터치 기능 등을 지원되는데 내비게이션은 없다. 곧 출시될 고급 모델에는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지만, 이는 가격도 그만큼 오른다는 이야기다. 또, 계기판의 주행정보창은 크기가 커졌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들에 비해 너무 올드한 느낌이다. 오디오 시스템의 음질도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골프의 차급을 감안하면 무난한 편이다.

결국 실내 사양은 정해진 가격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다. 아마 독일 폭스바겐 본사는 먼저 차 가격을 설정한 다음 그 가격에 맞춰 조합한 여러 사양 중 선택을 하게 했을 것이고,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상품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 조합을 선택했을 것이다.

▲ 폭스바겐 신형 골프 2.0 TDI

개인적으로 6세대 골프 중에서 가장 상품성이 뛰어난 모델은 2.0 TDI라는 생각이다. 가격과 주행 성능, 연비 등의 밸런스가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GTI가 가장 탐이 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매력적인 1.4 TSI는 연비가 아쉽다. 저렴한 1.6 TDI는 동력 성능이 부족하고, 800만원을 더 주고 GTD를 사는 것도 부담이다. 아직 신형 골프의 모든 모델이 출시된 것은 아니지만, 이 생각은 7세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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