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엑센트 위트 DCT…그야 말로 '숨은 진주'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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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4 16:12
[시승기] 현대차 엑센트 위트 DCT…그야 말로 '숨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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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형차는 시승할 기회가 흔치 않다. 풀체인지나 돼야 기회가 오는데, 그것도 행사를 통해 잠깐 타보는 정도다. 이후 시승차가 따로 마련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래서 페이스리프트나 연식 변경 모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엔 형편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현대차는 소형차 제공에 소극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현대차가 엑센트 위트를 제공했다. 물론 우리가 줄기차게 DCT 변속기가 탑재된 엑센트 시승차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지쳤는지 공장에서 갓 조립된 엑센트 위트를 그대로 몰고 왔다.

양재동에서 모터그래프까지 30km는 족히 될텐데도 도착 후 주행거리가 43km. 비닐하나 떼지 않은 완전한 새차였다. 앞유리에는 ‘긴급’이라고 적힌 메모까지 그대로 붙어있었다. 현대차 홍보팀은 시승차가 따로 없어 공장에 주문을 넣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몇 년전 만해도 국산 시승차에서 일명 ‘신차 냄새’가 많이 났는데 이 차엔 그런 냄새가 전혀 없었다. 비교적 저렴한 차라지만 예전 국산차를 떠올리면 안되겠다. 

# 젊은이들을 위한 차

엑센트는 다소 난해한 디자인을 가졌던 베르나의 후속 모델로 2010년에 재등장했다. 베르나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차는 엑센트란 이름을 부활했다. 

애초 엑센트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엘란트라 혹은 아반떼와 차별화를 주기 위해서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엑센트 3도어 모델까지 내놓았다. 또 화려한 외장 색상을 적용해 젊은 감각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엑센트는 가족을 위한 차라기보단 솔로를 위한 차, 혹은 커플을 위한 차라고 생각해도 된다. 더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B세그먼트(엑센트급)와 C세그먼트(아반떼급)라는 차급은 겉보기엔 비슷해도, 공간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둘만 타기엔 충분히 여유롭고, 누군가와 함께 탔을때도 큰 부족함은 없다. 낭비되는 공간이 없어서다. 성능면에서는 상위 모델 아반떼나 i30와 동일하니, 실속 가득한 차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중형차가 강세였다. 차를 분류하는 방식도 '중형차', '대형차' 그리고 '작은 차'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라인업이 확대되고,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세그먼트 구분이 세분화됐고, 명확해졌다. B세그먼트는 유럽 시장에서 가장 판매가 활발한 차급이다. 차가 일상이 될수록 더욱 각광받는게 소형차라서다.

# 7단 DCT 변속기의 시작을 알리다

B세그먼트에는 폭스바겐 폴로, 푸조 208, 포드 피에스타 등 쟁쟁한 경쟁 모델이 즐비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점차 수입차 브랜드들이 소형차에 무게를 더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가격적인 비교에서 엑센트는 실로 엄청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것저것 옵션을 추가하면 2천만원이 넘는 엑센트도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수입 소형차에 비하면 훨씬 싸다. 자동차 가격은 현대차만 오르는 것은 아니다. 내 월급과 상관없이 자동차 가격은 평생 오르지 않을까. 

 

이번 엑센트 가격 상승엔 나름 그럴듯한 이유도 있다. 이번엔 친환경성을 개선한 유로6 디젤엔진을 비롯 자체 개발한 7단 DCT 변속기까지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 기능을 더한 점이나 해치백 모델인 엑센트 위트를 내놓는 점을 보면 더 치열해지는 소형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현대차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걸 알 수 있다. 

현대차의 7단 DCT 변속기는 이미 i40와 벨로스터 터보를 통해 경험했다. 이와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BMW의 경우 ZF 8단 자동변속기를 M을 제외한 대부분 차종에 탑재하는데, 당연히 차마다 로직을 차별화한다.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쓰더라도 차마다 성격은 달라졌으면 한다. 현대차는 신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 각 차의 특징이나 성격을 고려하는 것에 서툴다.

 

7단 DCT 변속기는 충분히 박수받을 기술이다. 현대차의 것은 부드러움과 효율이 강조된 것이라 뛰어난 직결감에서 비롯되는 짜릿함은 부족하다. 그래도 변속이 물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고, 클러치 연결이 부드러워 기어를 내릴때는 마치 엔진회전수를 보정 해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건식 듀얼클러치는 흔치 않은데, 현대차는 기존 특허를 피해가면서 개발했고 부품도 전부 국산화했다. 이런 회사는 보기 힘들다. 이런 집념이나 노력은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아직 걸음마지만, 연구가 더 깊숙하게 진행된다면 경쟁력이 훨씬 높아지겠다.

# 타고난 힘을 다듬다

체구에 비해 넉넉한 힘을 가진 엔진도 탑재됐다.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유럽 디젤 소형차를 봐도 100마력을 넘는 차를 찾기 쉽지 않다. 대부분 효율이 강조된 모델을 도입한다. 현대차에 더 좋은 효율을 내는 디젤 엔진이 있음에도 엑센트에는 성능이 강조된 엔진을 탑재했다.

 

듀얼클러치와 조합되면서 힘이 물샐틈 없이 바퀴로 전달된다. 엔진의 힘을 끝까지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고, 어떤 구간에서도 반응이 일관됐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심심한 소형차가 아니라, 즉각적이고 재미있는 소형차다.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많이 나아졌다. 여전히 스티어링휠이 가볍고 약간의 유격도 있다. 그럼에도 작은 차체의 뼈대는 의외로 탄탄하고, 서스펜션도 유럽의 소형차를 많이 닮았다. 적극적으로 수동 모드로 변속하면 나름 역동적인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오르막에서도 엔진 힘은 달리지 않는다. 결국 빠른 속도로 산길을 내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간혹 뒷바퀴의 그립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빠르게 자세를 잡고, 조작이 어렵지도 않다.

 

잘 서고, 잘 돌고, 잘 멈추는 기본기에서 현대차는 분명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발전이 가장 눈에 잘 띄기도 하겠다. 엑센트 위트는 유럽 소형차에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행성능에서 고른 발전을 이뤘다. 그럼에도 여전히 브레이크는 쉽게 지친다. 한차례 길고 긴 내리막을 겪고 나면 눈에 띄게 성능이 떨어진다.

# 위협적인 패스트팔로워

국산차를 시승하면 갖춰진 것에 대해 놀랄때가 많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어떤 수입차보다 친절하고 진보됐다. 동급의 수입차와 비교하면 소재나 마감 등도 훌륭하다. 이런 특징은 작은 차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보이는 부분만 놓고 당장 국내서 엑센트 위트와 수입차를 비교하면 엑센트 위트가 압도적이다.

 

현대차가 그동안 보이지 않는 부분에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엑센트 위트에서는 일정 성과를 거뒀다. 만날 날선 입장을 취할 필요는 없다. 또 유독 국산차만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나쁜건 나쁘다고, 좋은건 좋다고 말해야 건전한 자동차 문화가 만들어진다. 현대차에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엑센트 위트를 보면 현대차가 얼마나 위협적인 ‘패스트팔로워’인지 잘 알 수 있다. 

* 장점

1. 돋보이는 엔진 성능과 7단 DCT 변속기의 조합.

2. 연비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3.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소재와 마감.

* 단점

1. 엔진 소음이나 바람소리에 여과가 없다.

2. 기본기는 많이 나아졌지만, 더 갈고 닦아도 좋겠다. 

3. DCT만을 옵션으로 적용할 수 없다. 불필요한게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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