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의 굴욕, “우릴 인수해주세요”…GM “싫어요”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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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9 09:20
FCA의 굴욕, “우릴 인수해주세요”…GM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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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iat Chrysler Automobiles, FCA)의 CEO 세르지오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는 GM 메리바라(Mary Barra) CEO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마르치오네와 바라는 한번도 마주한 적이 없는 사이였다.

마르치오네 CEO는 이메일을 통해 FCA와 GM이 합병할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인 이익에 대해 설명했다. 또 폭스바겐그룹이나 다임러그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바라 CEO와 GM 이사회는 이런 FCA의 구애를 단칼에 거절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검토 작업 조차 착수하지 않았으며, FCA 측이 요구한 면담도 거절했다. GM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FCA가 제시한 인수합병 계획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현재 FCA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2008년 금융 위기로 파산하면서 피아트에게 인수됐고, 당시 피아트는 많은 현금을 썼다. 또 알파로메오 브랜드 부활을 위해 FCA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FCA는 지난해 자금 확보를 위해 페라리마저 분사하기로 했다. FCA는 자금 확보를 위해 페라리 지분 10%를 공개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마르치오네 CEO는 “부족하다면 10% 이상을 매각할 계획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지난달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마르치오네 CEO는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찾은 해결책은 회사를 합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는 더딘데 회사는 너무 많다”며 “서로 경쟁하며 지출을 늘린다면 모두 비참한 결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FCA는 인수합병을 자동차 브랜드에 국한시키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최근 마르치오네 CEO는 구글, 애플, 테슬라 등과 연이어 접촉했다.

컨퍼런스 콜에서 마르치오네 CEO가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한 후 FCA의 주가는 이틀 동안 10% 하락했다. 오히려 회사의 불안정함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마르치오네 CEO는 세계 7위의 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입지는 그리 평탄하지 않다. 2012년 구형 지프가 추돌 사고 후 화염에 휩싸여 4살 남자 아이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지프 화재 사고는 그동안 심심치 않게 발생했지만 크라이슬러 측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약 270만대의 리콜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크라이슬러는 이를 거부했다. 자신들의 차는 충분히 안전하다는 입장만을 내세웠다. 결국 이와 관련해 마르치오네 CEO는 7월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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